2027 동국대·한국외대·건국대 인문·사회 논술 - 기출문제와 예시답안 ㅣ 지상사 2027 대입 논술 (2026년)
김태희 지음 / 지상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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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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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수시 전형이 모두 마무리된 오늘, 책상 위에 쌓여 있던 기출문제집과 예시답안 자료들을 정리하다가 문득 손이 멈췄다. 그중에서도 동국대학교 2027 인문 논술 모의고사 지문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제시문 (가)의 강경한 인간 중심주의부터, (나)의 학의천 생태 복원 사례, (다)의 어머니가 마당에 물을 끼얹기 전 "눈 감아라"라고 속삭이던 장면, 그리고 (라)의 "당신의 엉덩이는 다른 사람의 밥이다"라는 투박하지만 깊은 문장까지, 지문들을 처음 읽었을 때의 막막함과, 몇 번을 되풀이해 읽으며 실마리를 찾아냈을 때의 안도감이 동시에 떠올랐다. 돌이켜 보면 논술 공부는 '잘 쓰는 법'을 익히는 과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여러 개의 낯선 목소리들 사이에서 하나의 맥락을 찾아내고, 그 맥락을 다시 나의 언어로 정리해 내는 훈련이었다.


책의 논술 사례를 보며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제시문은 결코 따로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가)가 자연을 도구로 보는 인간 중심주의를 설명하고 있다면, (나)는 그 반대편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 복원의 사례를 보여주었다. 처음 문제를 풀 때는 이 둘을 단순히 '다른 입장'으로만 이해했다. 그러나 (다)와 (라)를 읽고 나서야, 이 네 개의 제시문이 하나의 커다란 질문, "인간은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을 향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다)에서 어머니가 뜨거운 물을 마당에 버리기 전 땅속 벌레들에게 "눈 감아라"라고 말하는 장면은, 처음에는 그저 정겨운 생활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하지만 (가)의 도구적 자연관과 나란히 놓고 보니, 그 장면은 미물 하나까지도 인간과 동등한 생명으로 존중하는 생명 경외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결국 문제를 푼다는 것은 각 지문을 따로 요약하는 일이 아니라, 지문과 지문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다리'를 찾아내는 일이었다.


책에는 "비교하라", "비판하라", "설명하라" 같은 논증 지시어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글쓰기 방식을 요구한다는 설명이 있었다. 처음에는 이 구분이 지나치게 세세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실제로 답안을 써 내려가면서, 지시어를 제대로 읽지 않고 쓴 글은 반드시 논점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가령 "(다), (라)의 자연관을 바탕으로 (가)를 비판하라"는 요구 앞에서, 처음에는 그저 (가)가 왜 문제인지를 내 생각대로 써 내려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쓴 글은 결국 출제자가 원한 대답이 아니었다. 비판의 근거는 어디까지나 (다)와 (라) 안에서 끌어와야 했고, 나의 주장이 아니라 제시문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논리를 얼마나 정확히 재구성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내 생각을 쓰는 것'과 '주어진 자료를 근거로 논증하는 것'이 얼마나 다른 일인지 절실히 배웠다.


예시답안을 처음 읽었을 때는 솔직히 위축되는 마음이 컸다. (가)의 이분법적 세계관을 지적하고, (다)와 (라)의 생명 경외·상호 의존성을 근거로 삼아 비판을 전개하는 흐름이 너무나 매끄러워서, 내가 쓴 답안과의 격차가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여러 번 다시 읽으면서, 그 매끄러움은 타고난 재능의 결과가 아니라 제시문 간의 관계를 끝까지 놓치지 않고 따라간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시답안은 절대 화려한 미사여구로 채워져 있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하게, 각 제시문의 핵심어를 살려 쓰고, 그 핵심어들을 논리적으로 연결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이 점이 나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다. 결국 좋은 논술 답안은 화려한 문장이 아니라, 제시문을 얼마나 성실하게 읽고 정직하게 재구성했는가에서 갈린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논술 준비 과정은 여러 개의 다른 목소리 속에서 공통된 맥락을 찾아내는 능력, 내 감정이나 주장을 앞세우기보다 근거를 따라 차분히 사고를 전개하는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 낯설고 어려운 글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끝까지 읽어내려는 끈기. 이것들은 대학에 가서도, 그리고 그 이후의 삶에서도 계속 필요한 능력일 것이다. 책의 인문 논술 모의고사의 지문들이 던진 질문은 사실 시험이 끝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으로 남아 있다. 나는 이 질문에 대한 완결된 답을 얻은 것이 아니라, 그 질문을 붙들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방법을 하나 배운 것 같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오늘의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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