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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꽃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6년 8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빛이었다. 이재이가 윤소인에게 "윤소인이란 별을 만났고, 그 빛으로 그동안의 삶의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다"고 고백하는 장면에서 나는 진정한 사랑의 본질을 본다. 별은 가장 어두운 밤 에만 더욱 환하게 빛난다.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고통과 시련이라는 어둠 속에서만 사랑이라는 빛이 더욱 철실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디지털 시대에 사랑을 화려한 이벤트로 확인하려는 우리에게 이 소설은 조용하지 만 깊은 질문을 먼진다. 사랑은 거창한 순간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매일매일 견뎌내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단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이라는 구절은 내 마음을 세게 울렸다. 요즘 세상에서 부모의 사랑은 종종 무조건적인 헌신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내어주는 것만이 사랑일까? 나는 소설 속 모녀 관계를 통해 생각해본다. 때로는 쓴맛이 필요하다. 자식에게 실패를 경험하게 하고, 부족함을 알게 하고, 스스로 견디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것도 하나의 위대한 사랑이 아닐까. 어머니가 쓴 것을 먹으면서 감사를 배우고, 자신도 누군 가를 돌볼 줄 아는 인간으로 자라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대물림이 될 텐데 말이다. 이재이의 정성과 윤소인의 순수한 마음도 결국 그렇다. 행복하고 싶은 마음보다 상대방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어주는 태도. 그것이 어머니의 사랑과 닮아있다.
제목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서리꽃은 추운 겨울, 유리창에만 피는 꽃이다. 그 누구도 재배하거나 만들 수 없고, 추위라는 조건 속에서만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이 꽃처럼. 삶의 시련 속에서 빚어낸 두 사람의 사랑도 그럼 다. 기쁨만 있었다면 이 사랑은 이렇게 투명하고 아름답지 못했을 것이다. 슬픔과 고통이라는 추위 속에서 피어난 서리꽃처럼, 이들의 사랑은 더욱 영롱하고 아프게 빛난다. 파리로 가는 마지막 여행이 행복한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랐던 내 마음은 결국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좌절한다. 하지만 그 좌절 속에서 나는 깨닫는다. 진정한 영원은 끝까지 함께한 시간 속에 있다는 것을, 생사를 넘어, 결과를 초월한, 순수한 영혼의 만남 속에 있다.
책을 덮고 나니 오랫동안 마음이 먹먹했다. 하지만 그 먹먹함은 슬픔만은 아니었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자주 당장의 기쁨을 위해 영원을 포기하고, 완성된 결과만을 추구하다가 과정의 아름다움을 놓칠까. 저자가 우리에게 묻는 것은 단순하다. 당신은 누군가를 위해 별이 되어줄 수 있는가. 그 사람의 어둠 속에서 끝까지 환하게 빛날 수 있는가. 때로는 쓴맛도 나눌 수 있는가. 책을 읽으며 오래전에 잊어버린 아날로그적 감성의 사랑을 느낄 수 있 었다. 빠르고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사랑이 아니라, 오래 곁을 지키고 함께 견뎌내는 사랑. 영원을 약속하지 않으면서도 영원이 되는 사랑. 나도 누군가의 별이 되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의 별이 되어줄 때, 내 삶에도 서리 꽃 이 피어날 거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