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는 결코 손해 보지 않는다 - 최선의 선택을 만드는 노벨 경제학자의 11가지 아이디어
한순구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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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경제는 유례없는 변동성을 경험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예측을 벗어나 요동치고, 부동산 시장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가계부채는 임계점을 넘나든다. 뉴스를 볼 때마다 "다음 달에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는 불안이 앞선다. 이런 상황에서 한순구 교수의 <경제학자는 결코 손해 보지 않는다>를 읽으며,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학자들이 던진 질문들이 놀라울 정도로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제학은 미래를 정확히 예언하는 학문이 아니라, 불확실한 상황에서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돕는 학문이라는 책의 메시지는, 변동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나에게 하나의 나침반처럼 다가왔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벤 버냉키가 연구한 대공황과 금융위기의 메커니즘이었다. 불안 심리가 실물 경제보다 먼저, 그리고 더 빠르게 돈의 흐름을 움직인다는 그의 통찰은 최근 한국의 금융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금리 인상 우려나 해외발 악재가 뜨면 국내 증시와 채권시장이 즉각적으로 출렁이는 모습을 우리는 여러 차례 목격했다. 이는 실제 기업의 펀더멘털이 하루아침에 바뀌어서가 아니라, 투자자들의 심리적 공포가 서로를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버냉키가 강조했듯, 정부와 중앙은행의 역할은 이 공포의 전염을 얼마나 빠르게 차단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마다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신뢰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이 금융 시스템 전체를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의 변동성은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아브히지트 바네르지의 무리 짓기 이론은 한국의 부동산과 주식 시장을 설명하는 데 특히 유효하다. 전문 지식이 없는 투자자들이 주변 사람들의 선택을 그대로 따라가는 현상은, 몇 해 전 '영끌'이라는 신조어를 낳은 부동산 매수 열풍이나 특정 테마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사야 한다는 심리는 개별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자산 가격의 거품과 붕괴를 반복시키는 구조적 원인이 된다. 이 이론을 접하고 나니, 최근의 변동성이 단순히 외부 충격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서로를 모방하며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정하게 각자의 정보와 판단에 기반해 선택하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에릭 매스킨의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은 왜 좋은 제도가 필요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거짓 정보를 흘리면 오히려 자신이 손해를 보도록 시스템을 설계해야 진실이 드러난다는 발상은,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제도나 각종 금융 공시 제도의 중요성과 맞닿아 있다. 최근 한국에서 논란이 된 전세사기나 회계 부정 사건들은 결국 정보의 비대칭성과 허술한 제도 설계에서 비롯된 문제였다. 정직한 사람이 손해 보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변동성을 줄이는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사실을 이 이론은 분명하게 보여준다. 올리버 하트와 벵트 홀름스트룀의 계약 이론이 다루는 '대리인 문제' 역시 한국 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 주인과 대리인의 이해관계가 어긋날 때 조직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최근 여러 기업에서 불거진 지배구조 문제나 공기업의 방만 경영 논란과 겹쳐 보인다. 대리인이 게으름을 피우거나 사익을 추구하는 것은 개인의 도덕성 문제이기 이전에, 그것을 방치하는 시스템의 문제라는 관점은 신선했다. 결국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을 설계함으로써 신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조직과 국가 모두에 필요한 해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아제모을루의 제도 이론은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한 나라의 번영이 자원이나 지리적 환경이 아니라 그 사회가 어떤 제도를 선택했는가에 달려 있다는 그의 연구는, 단기적인 변동성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어떤 제도를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지금 한국이 겪는 환율 변동, 부동산 불안, 저출생과 맞물린 성장 둔화 같은 문제들도 결국은 우리가 앞으로 어떤 경제·사회 제도를 설계하느냐에 따라 그 향방이 달라질 것이다. 책을 통해 만난 여러 경제학자들의 이론은 서로 다른 영역을 다루지만,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한다. 완벽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어도,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구조와 태도는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변동성이 심한 시기일수록 남을 따라가기보다 스스로 정보를 검토하고, 눈앞의 공포에 휩쓸리기보다 제도와 시스템의 힘을 믿는 자세가 필요하다. 노벨 경제학자들이 평생을 바쳐 연구한 것은 거창한 예언이 아니라, 바로 이런 작지만 단단한 합리성이었다. 지금의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도, 이제는 조금 더 침착하고 구조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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