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발견 - 상실, 그 이후의 삶을 헤아려본 과학의 응답
바버라 블래츨리 지음, 제효영 옮김 / 디플롯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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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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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언제나 낯설다. 여러 번 사람을 떠나보내도, 슬픔이 익숙해지는 법은 없다. 책을 읽으며 나는 이 낯섦의 정체를 처음으로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바버라 블래츨리는 남편 크리스를 잃고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슬픔을 통과했다고 한다. 그 시간의 길이를 읽는 순간, 나는 안도했다. 그동안 나는 슬픔에는 '적당한 기간'이 있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잃고 한 해가 지나도록 마음이 가라앉지 않으면, 나 자신을 이상하다고 여기거나 주변의 시선을 두려워했다. 그런데 이 책은 슬픔이 사회가 정해놓은 시간표를 따르지 않는다고, 오히려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오랫동안 짊어지고 있던 죄책감의 무게를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깊이 다가온 부분은 슬픔과 애도를 구분하는 대목이었다. 슬픔이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이라면, 애도는 그 감정을 바깥으로 표현하는 행위다. 나는 그동안 이 둘을 하나로 뭉뚱그려 생각해 왔다. 슬퍼하는 것과 슬픔을 드러내는 것이 다른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내가 왜 어떤 상실 앞에서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었다. 감정은 있는데 그것을 밖으로 꺼낼 통로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장례식이나 추모의 의식이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마음속에 갇힌 슬픔이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해주는 다리라는 것을 이제는 알겠다. 그 다리가 없으면 슬픔은 안에서 맴돌다 다른 모습으로, 이를테면 무기력이나 짜증, 알 수 없는 피로감으로 새어 나오는 것 같다.


재결합 이론과 인지-진화적 관점에 대한 설명도 인상 깊었다. 어린아이가 부모와 떨어지면 울고, 찾고, 안절부절못하는 것처럼, 어른이 된 우리도 소중한 사람을 잃으면 비슷한 행동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나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한동안 습관처럼 전화기를 들었다가 내려놓곤 했다. 그것이 단순한 버릇이 아니라, 여전히 그분과 다시 이어지려는 본능적인 몸짓이었다는 것을 이 글을 읽고서야 알았다. 슬픔이란 결국 사라진 애착의 대상을 계속해서 찾아 헤매는 마음의 작동 방식이라는 설명은, 내가 겪었던 이상한 행동들에 이름을 붙여준 듯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찾음은 서서히 놓아줌으로, 그리고 삶을 다시 짜맞추는 적응의 과정으로 옮겨간다고 한다. 슬픔이 단지 견뎌내야 할 고통이 아니라, 상실 이후의 삶을 새롭게 구성해가는 하나의 지혜로운 과정이라는 시선이 위로가 되었다.


'슬픔의 의료화' 문제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DSM-5에서 일 년 넘게 지속되는 슬픔을 '연장된 애도 장애'라는 질환으로 규정한다는 사실을 읽으며, 나는 조금 서글퍼졌다. 슬픔이 병으로 취급되는 순간, 그것을 겪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치료해야 할 결함처럼 느끼게 되지 않을까. 블래츨리는 슬픔이 문화와 관계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라고 강조한다. 그녀가 인용한 친구의 말처럼, 우리 사회는 죽음을 다루는 데 서툴다. '더 좋은 곳으로 갔을 거야', '더 젊으니 곧 다른 사람을 만날 거야'와 같은 말들은 위로처럼 들리지만, 실은 슬픔을 서둘러 끝내라는 무언의 압박일 때가 많다. 나 역시 누군가를 위로한답시고 비슷한 말을 건넨 적이 있었던 것 같아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어쩌면 진짜 위로는 말을 얹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곁에 머물러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통해 내가 발견한 것은, 슬픔이 극복하거나 이겨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슬픔은 우리가 누군가를 그만큼 깊이 사랑했다는 증거이며, 사랑을 쌓는 데 걸린 시간만큼 그 사람 없이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담고 있다. 블래츨리가 마지막에 남긴 말처럼, 나아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분명히 나아진다는 것, 그리고 그 여정이 뒷걸음질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걸음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누군가의 슬픔 앞에 서게 된다면, 나는 서둘러 위로의 말을 찾기보다 그저 곁에 머무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나 자신의 슬픔이 찾아올 때에도, 그것을 병으로 여기며 서둘러 지우려 하기보다 그 슬픔이 지나가는 그 나름의 길을 믿고 걸어가 보려 한다. 슬픔은 끝내야 할 숙제가 아니라, 사랑했던 마음이 새로운 모습으로 계속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것을, 나는 이 책을 통해 비로소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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