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텅 빈 통장에서 1억 만들기
돈모행(안현경) 지음 / 원앤원북스 / 2026년 7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월급이 들어오고 며칠 지나지 않아 잔고가 다시 바닥을 드러낼 때, 나는 종종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도 왜 돈은 모이지 않을까. 이 질문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물가는 매년 오르고, 고용은 예전만큼 안정적이지 않으며,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이미 낡은 말이 되었다. 부동산과 주식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출렁이고, 어떤 자산이 오늘의 안전자산인지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시대다. 이런 변동성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불안을 견디고 있다. 최근 읽은 <텅 빈 통장에서 1억 만들기> 책은 이런 불안 앞에서 내가 그동안 놓치고 있던 질문을 다시 던지게 했다. 돈을 얼마나 버느냐가 아니라, 돈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느냐가 결국 삶의 안정을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화려한 투자 성공담이 아니라, 반복된 경제적 좌절 속에서도 통장 잔고를 하나씩 채워나간 지극히 현실적인 과정을 보여준다. 그 진솔함이 오히려 큰 울림을 준다. 대박을 노리는 방법이 아니라, 누구나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이 쌓여 결국 단단한 자산이 된다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큰 시대일수록 역설적으로 기본기가 중요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어느 정도의 무지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금 금리가 높고, 자산 가격이 완만하게 오르던 시절에는 그저 성실히 저축만 해도 어느 정도 미래가 보장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금리는 예측하기 어렵게 오르내리고, 자산 가격의 변동 폭은 커졌으며, 새로운 금융상품과 투자 수단은 끊임없이 생겨난다. 이런 환경에서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채 뒤처지기 쉽다. 책에서 말하듯, 아는 만큼 아낄 수 있고 아는 만큼 지킬 수 있다는 말이 그래서 더 무겁게 다가온다. 나 역시 그동안 재테크에 관심은 있었지만, 정작 내 소비 습관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본 적은 없었다. 카드값이 왜 이렇게 나왔는지 대략은 짐작하면서도, 정확히 어디에 얼마를 쓰는지는 늘 뭉뚱그려 넘어갔다. 돈 공부의 출발점이 거창한 투자 지식이 아니라 내 지출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은, 당연해 보이면서도 그동안 내가 가장 소홀히 했던 부분이었다. 변동성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첫걸음은 결국 나 자신의 경제 상태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용기에서 시작되는 셈이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비유 중 하나는 절약을 운동에 빗댄 부분이다. 갑자기 무리한 목표를 세우고 몰아붙이면 오래가지 못하고 지치는 것처럼, 절약도 처음부터 극단적으로 접근하면 금세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신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지속하는 태도가 결국 절약이라는 근육을 키운다는 설명이 오래 남았다. 이는 비단 돈 관리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변화가 빠른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단번에 큰 성과를 내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 오래 살아남는 습관은 대체로 작고 지속 가능한 것들이다. 나에게도 식비나 통신비, 구독 서비스처럼 무심코 나가는 고정지출을 다시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돈을 한 번에 아끼려는 시도보다, 매달 조금씩이라도 새어나가는 돈을 줄여나가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라는 것을 책을 읽으며 다시금 깨달았다. 절약은 궁상이 아니라, 내 삶의 방향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을 되찾는 과정이라는 저자의 시선에도 공감이 갔다. 통장 잔고가 늘어나는 경험은 단순한 숫자의 증가를 넘어,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자존감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변동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또 하나의 생존 전략은 수입의 다각화라고 생각한다. 책에서 소개된 블로그, 앱테크, 소소한 부수입 만들기 등의 방법들은 얼핏 보면 사소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작은 수입원들이 모여 예상치 못한 위기 앞에서 완충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 하나의 직장, 하나의 월급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그 자체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산업의 흐름이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는, 크지 않더라도 여러 개의 수입 흐름을 만들어두는 것이 심리적으로도 재정적으로도 훨씬 안정적인 기반이 된다. 나 역시 오랫동안 미뤄왔던 부업이나 자기계발을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거창한 사업이 아니어도 좋다. 내가 가진 작은 능력이나 관심사를 꾸준히 기록하고 나누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저자의 경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일단 움직여보는 실행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변동성이 심한 현 시점에서, 우리는 완벽한 예측이나 확실한 정답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확실한 것은, 스스로의 재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작은 실천을 꾸준히 이어가며, 하나의 수입과 하나의 자산에만 기대지 않는 균형 잡힌 태도를 갖춘 사람이 결국 흔들림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책을 계기로 나만의 돈 공부를 다시 시작하려 한다. 지난 석 달간의 소비 내역을 점검하는 것부터, 하루 십 분이라도 가계부를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까지, 거창하지 않아도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것들부터 하나씩 채워나가고 싶다. 큰 부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도 내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다. 통장은 다시 비어질 수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다시 채울 수 있는 힘과 태도를 갖추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짜 돈 공부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