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국방의 가성비 - 대한민국, 누가 어디까지 지킬 것인가
정욱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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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절규가 유럽을 뒤흔들고, 중동은 또 다른 화염에 휩싸여 있다. 미국은 '아틀라스처럼 세계 질서를 홀로 떠받치는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고, 중국은 동북아의 패권을 노리며 조용히 움직인다. 이런 시대에 한반도는 어디로 가야 할까? 정욱식 소장의 <자주국방의 가성비>를 읽으면서 느낀 것은 한 가지 불편한 진실이다. 우리가 수십 년 동안 외쳐온 자주국방은 진정한 자주성이 아니라, 대미 의존성을 공고히 하기 위한 명분 위주의 담론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쏟아부은 국방비는 천문학적이다. 2003년부터 2025년까지 총 865조 원이라는 거대한 숫자 뒤에는 깎아지른 절벽처럼 높아진 군사비 부담이 있다. 이재명 정부는 2026년을 전시작전권 회복 원년으로 삼고 2028년 최종 환수를 목표로 하면서 국방 예산을 66조 2947억 원으로 편성했다. 그것도 7년 만에 가장 큰 폭인 8.2% 인상이다. 하지만 여기서 던져야 할 질문은 날카롭다. 우리는 정말 자주국방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진 것일까, 아니면 미국이 그리는 '약탈적 패권주의'의 더 깊은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노무현 정부는 자주국방의 꿈을 품고 2012년 12월 전시작전권 환수를 선언했다. 그것이 20년 전의 일이다. 20년이 흘렀는데 우리는 아직도 그 미로 속을 헤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의 유산"이라며 발을 빼 버렸고, 박근혜 정부도,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은 정권 간 쟁점이 아니다. 이것은 한국 국방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하나의 증거다. 작전권을 평시와 전시로 나누는 것 자체가 이미 기형적이다. 마치 축구 대표팀의 감독을 평소에는 한국인이 맡다가 대회 때는 외국인으로 바꾸는 것과 같다. 더 심각한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미국의 자동 개입 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자국의 이익과 배치된다고 판단하면 손을 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헌법상 국군통수권자이면서도 전쟁과 평화의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갖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자주국방이 언제나 '그림의 떡'으로 남아 있는 이유다. 전시작전권 환수라는 형식적 절차만으로는 진정한 자주성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패권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연이어 패배했다. 최근 이란 침공도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이것이 미국 패권의 종말을 의미할까? 패권의 종말이 아니라 패권의 '변질'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갖고 있고, 달러는 국제 금융의 중심이며, AV 등 첨단기술에서도 선도적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달라진 것은 다극화 추세다. 중국이 강해지고, 러시아가 호전성을 드러내고, 글로벌 사우스가 부상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약탈적 패권주의'다. 미국은 이제 만만한 동맹국들의 팔을 비틀어 경제적• 상업적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 한국에 대해 국방비 증액과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하면서도, 한국의 주권에는 눈을 감고 있다. 주한미군에 한국 영토를 "발진기지"나 "중간기지"로 사용할 권리를 달라고 한다. 이것이 우리가 봉착한 딜레마다. 우 리가 전시작전권을 회복해도,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의해 우리가 원하지 않는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군은 휴전선과 북방한계선 이남 영토를 넘어, 헌법 제3조의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방어해야 한다고 생각한 다. 이것이 상당한 규모의 군사력 건설과 훈련을 요구하게 만든다.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도 '방어와 격퇴'를 1단계로, '반격과 점령'을 2단계로 설정했다. 이러한 높은 군사 목표는 전시작전권 환수 조건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동시에 조선의 핵• 미사일 강화를 정당화하는 명분을 제공한다. 만약 한국이 흡수통일 계획을 명시적으로 포기한다면 어떻게 될까? 먼저 국 방비 소요를 대폭 줄일 수 있다. 국방 예산을 동결하면서도 현재보다 강한 군사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의 재정립이다. 조선이 '적대적 두 국가론'과 '한국에 대한 불변의 주적' 입장을 고수하는 핵심 이유가 바로 한국의 유사시 무력흡수통일론이다. 한국이 이를 명시적으로 포기한다면, 조선도 입장을 바꿀 여지가 생긴다. 이는 이재 명 정부가 천명한 "흡수통일 배제"와도 정확히 부합한다. 가장 현실적인 제안은 평화협정 체결이다. 평화협정 체결은 실 용적 자주국방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경로일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울부짖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것이 우리에게 행운일 수도 있다. 미국 패권의 약화, 미중관계의 변화, 트럼프 행정부의 현실주의적 외교, 이 모든 것이 한반도에 평화의 문을 열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용적 자주국방'은 기존 자주국방론의 화려한 수사를 거둬내고 현실의 제약 조건 속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는 전략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선택의 순간 앞에 있다. 우크라이나처럼 무한 전쟁의 수렁으로 빠져들 것인가, 아니면 변화된 국제 정세를 현명하게 활용하여 진정한 자주성과 안정을 동시에 확보할 것인가. 그 답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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