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주세페 카토첼라의 이탈리아나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마음에 걸린 것은, 이 소설이 다루는 시대가 우리가 흔히 배우는 '이탈리아 통일'의 역사와 얼마나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이탈리아 통일사는 대개 가리발디의 붉은 셔츠단, 사보이아 왕가의 정치적 결단, 그리고 하나가 된 국가라는 서사로 정리된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인공 마리아 올리베리오, 훗날 '치칠라'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여성의 삶은 그 매끈한 서사의 뒷면에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통일이라는 사건이 칼라브리아 산골의 가난한 소작농 가정에는 새로운 지배자의 등장에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지배 구조에 맞서 싸운 이들이 훗날 역사책에는 '브리간테', 즉 산적이나 도적으로만 기록되었다는 사실은 역사라는 것이 늘 승자의 언어로 쓰인다는 오래된 진실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이 소설이 흥미로운 것은 바로 그 지점, 승자의 언어가 지워버린 자리에 한 여성의 이름을 다시 새겨 넣으려 한다는 점이다. 마리아가 남편과 함께 산으로 들어가 브리간테가 되고, 그 세계 안에서 다시 '치칠라'라는 새 이름을 얻는 장면은 단순한 신분 위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기존의 질서, 즉 가난한 여성에게 허락된 유일한 삶의 궤적,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노동으로 몸이 상하고, 남편의 뜻에 순응하는 삶을 벗어나 스스로 다른 존재가 되는 선택이었다.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결국 자기 삶의 저자가 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