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피타고라스 생각 수업 - 수학자는 어떻게 발견하고 분석하고 활용할까, 개정증보판
이광연 지음 / 향기책방 / 2026년 7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수학은 어렵고 일상에서는 쓸모가 없다.” 학창 시절 나 역시 이런 생각을 품고 살았던 것 같다. 방정식을 풀고 공식을 외우는 일이 대학 입시를 넘어서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라 여겼고, 수학은 그저 시험을 위한 도구로만 존재했다. 그러나 이광연 교수의 <피타고라스 생각 수업>을 접하고 나서, 나는 오랫동안 붙들고 있던 이 편견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하나다. 수학은 공식을 암기하는 학문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 그 자체라는 것. 문제를 발견하고,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창의적으로 상상하며, 기초에서부터 확장해 나가는 사고의 흐름이야말로 수학의 본질이며, 이것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통용되는 힘이라는 사실을 책은 여러 이야기를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책이 제시하는 수학적 사고법(문제를 발견하는 생각,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생각, 창의적으로 상상하는 생각, 발명을 이끄는 생각, 기초에서 확장하는 생각, 실생활에 응용하는 생각...)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이것이 비단 수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외판원 문제를 통해 일상의 효율을 고민하는 방식이나, 병뚜껑의 각도에서 기하학적 원리를 발견해내는 상상력은 사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문제 해결의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특히 ‘문제를 발견하는 생각’이라는 것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우리는 흔히 문제가 주어지면 답을 찾는 데만 급급하지만, 정작 어떤 문제가 진짜 풀어야 할 문제인지를 알아채는 능력이야말로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능력이라는 것을 이 책은 일깨워준다. 수학자들이 새로운 정리를 발견해낸 역사는 결국 “무엇을 물을 것인가”를 고민한 역사였다는 사실이, 비단 수학뿐 아니라 내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고민들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단연 인공지능과 수학적 사고를 연결 짓는 대목이었다. 2500여 년 전 피타고라스가 대장간의 소음 속에서 정수비의 조화를 찾아냈던 것처럼, 오늘날의 생성형 인공지능 역시 방대한 언어 데이터 속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확률적 연결을 찾아낸다는 비유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매우 정교한 통찰로 다가왔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이 다음에 올 단어를 예측하는 원리, 데이터를 벡터와 행렬로 환원하여 처리하는 방식,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이 우리의 취향을 패턴으로 읽어내는 과정, 이 모든 것이 결국 피타고라스학파가 세상을 수(數)로 이해하려 했던 시도의 현대적 연장선이라는 설명은, 왜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도 수학적 사고를 훈련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말해준다. 특히 마르코프 연쇄를 삶의 태도에 빗댄 대목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다음 상태를 결정짓는 것은 지나온 모든 과거가 아니라 지금 내가 서 있는 현재라는 것. 이 수학적 원리가 “과거의 실수에 발목 잡히지 말고 오늘의 선택에 집중하라”는 삶의 태도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지점에서, 나는 수학이 단지 세상을 설명하는 언어일 뿐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태도까지도 은유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계산은 기계가 대신할 수 있지만, 그 계산이 품고 있는 의미를 해석하고 삶에 적용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는 것을 이 책은 거듭 강조한다.요즈음 인공지능의 부작용이라 할 수 있는 딥페이크로 대표되는 가짜 정보의 시대에 수학이 지닌 또 다른 힘을 생각해 본다. 아무리 정교하게 위조된 정보라 해도 반드시 성립해야 할 논리, 즉 ‘불변량’은 존재하며, 이를 추적해내는 증명의 사고야말로 진실을 지켜내는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가려내야 하는 우리 시대에, 수학적 사고는 실제로 절실하게 필요한 능력처럼 느껴졌다.책을 덮으며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는 생각 하나. “막연한 불안을 계산 가능한 희망으로 바꾼다”. 우리는 흔히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막연한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그 안의 구조와 규칙을 논리적으로 파악하려는 태도를 가진다면, 막막해 보이던 문제도 하나씩 풀어나갈 수 있는 대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수학적 사고가 우리 삶에 줄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수학을 대하는 태도를 조금 바꾸게 되었다. 더 이상 수학을 “정답이 하나뿐인 딱딱한 학문”으로만 보지 않고, 세상의 복잡함 속에서 질서를 찾아내려는 인간의 오래된 노력이자 태도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이 계산과 반복 작업을 대신해주는 시대일수록,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더 빠른 계산 능력이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고, 그 이면의 구조를 꿰뚫어 보며, 결과를 비판적으로 해석해내는 힘이라는 저자의 메시지에 깊이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