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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하는 사람을 사라지게 하는 방법
호리 모토코 지음, 이은혜 옮김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6년 6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마트폰을 열면 누군가를 향한 비난이 흘러내린다. SNS에는 혐오 발언이 소용돌이치고, 직장에서는 교묘한 괴롭힘이 만연하며, 지역 공동체에서는 보이지 않는 파벌이 서로 충돌한다. 우리는 지금, 타인을 향한 '혐오'가 공기처럼 어디에나 가득 찬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현대 시대는 대형오의 시대인 것 같다. 과거에 혐오는 개인의 가슴속에서 조용히 타오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확산되고, 증폭되고, 공명하고, 불길처럼 번진다. 혐오는 사회 현상이 되었다. 저자는 조용하지만 날카로운 하나의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 싫어하는 사람을 바꾸려 하기 전에, 왜 내가 그 사람을 싫어하게 되었는지 되물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 현대의 인간관계를 본질적 으로 리셋하는 길로 이어진다고, 생각해 본다.누군가를 싫어하게 될 때, 거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그 '이유'를 오로지 상대방 쪽에서 만 찾으려 한다. 저 사람이 나쁜 거야", 저 사람이 이상한 거야", "저 사람만 없으면" 이런 사고방식은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자기 자신의 감정 구조를 놓치고 있다. 심리학적으로 말하자면, 혐오 감정은 종종 '자신 안에 있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의 투영' 이거나, '과거의 트라우마나 가치관의 충돌' 에서 비롯된다. 즉, 타인을 향한 혐오는 깊이 파고 들면 자기 내면의 문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 아주 작은 '선택의 여백'을 가지고 있다. 그 여백을 알아차릴 수 있느냐 없느냐가, 인간관계를 소모로 끝낼 것인가 성장의 양분으로 삼을 것인가의 분기점이 된다. 물론, 감정에 옳고 그름은 없다. 누군가를 싫어하게 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마음의 작용이다. 문제는 그 감정에 '점령' 당 하는 것이다.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현대 사회 자체가 '혐오'를 증폭시키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SNS의 알고리즘은 '분노'나 '혐오'를 담은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확산시킨다. 분노의 감정이 참여율을 높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혐오를 소비하고 혐오에 소비되는 악순환에 갇혀 있다. 게다가 다양성이 강조되는 현대에서, 가치관의 차이는 이전보다 훨씬 가시화되고 첨예해졌다. 과거에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구나' 하고 막연하게 느끼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상대방의 사상, 정치관, 라이프스타일을 세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마찰이 늘어나고, 혐오가 생겨나기 쉬워진다. 여기에 더해, 재택근무와 개인화의 진전으로 인간관계의 '도피처'가 줄어들었다. 예전이라면 직장의 불 편한 상사를 친한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털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화면 속에 갇혀, 도망칠 곳 없는 인간관계 안에서 스트레스가 침전물처럼 켜켜이 쌓여간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싫어하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라" 고 말하는 것은, 지 나치게 현실을 무시한 정신론이다. 호리 씨가 "상대를 바꾸려 하는 것이 아니라" 고 거듭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 현실을 직시하기 때문일 것이다.그렇다면 싫어하는 사람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내 마음의 리셋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단순히 ‘잊어버리 것’이나 '신경 쓰지 않는 척하는 것'이 아니다. 세 가지 선택지가 있을 것이다. "상대가 변해 주길 바란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내가 변한다" 이중에서 가장 실효성이 높은 것은 세 번째일 것이다. "내가 변한다"는 것은 "참는 것을 쌓아가는 것" 이 아니라,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의 해상도를 높이는 것" 이라고 나는 해석한다. 깊은 호흡, 충분한 수 면, 감정을 종이에 써 내려가는 작업 등 이것들은 언뜻 너무나 평범해 보인다. 그러나 뇌과학의 관점에서, 이러한 행동들 이 편도체의 과잉 반응을 억제하고 전두전야의 냉정한 판단을 되찾는 데 효과적임이 밝혀져 있다. 어려운 것보다 쉬운 것 을 지속하는 것에 효과가 있다는 저자의 말은, 과학적 근거를 갖춘 실천적 지혜다. 또한 싫은 것을 종이에 쓴다"는 것은, 인지치료에서 말하는 외재화(externalization) 기법에 해당한다. 감정을 자신의 내면에 가두어 두지 않고, 한 번 밖으로 꺼내어 객체화 함으로써, 그 감정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리셋이란 제로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다. 혐오가 생 겨나는 과정을 이해하고, 그 감정의 파도에 올라타기 전에, 자신의 중심을 되찾는 것이다. 그것은 상대를 용서하는 것" 도, "상대를 좋아하게 되는 것" 도 아닌, "상대에게 마음의 공간을 내어주지 않는다" 는 조용하고 강인한 자기 방어다."싫어하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라" 고는 말하지 않는다. 감정에 거짓말을 칠 필요는 없다. 싫어하는 사람을 억지로 좋아하 려 하는 것은,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한 폭력이다. 중요한 것은, 그 '싫음' 이라는 감정을 안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지배당하지 않는 자신으로 있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혐오를 증폭시키고 소비시키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흐름에 계속 올라탈 필요는 없다. 싫어하는 사람은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 때문에 내 인생의 색깔이 바뀔 필요는 없다. 마음의 리셋이란 대단한 혁명이 아니다. 깊은 호흡 한 번, 종이에 써 내려가는 한 마디, 푹 자는 하룻밤 그러한 작은 축적이, 어느덧 "저 사람이, 신경 쓰이지 않게 되었다" 는 조용한 기적을 만들어 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