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랑받는 1등의 언어
유미라 지음 / 모티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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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오랫동안 말을 잘한다는 것이 타고난 능력이라고 믿어왔다. 어떤 사람은 무대 위에서도 물 흐르듯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어떤 사람은 단 한 마디로 방 안의 공기를 바꾼다. 그 차이가 재능이나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라 여겼기에, 나는 오랫동안 '나는 말하기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살았다. 그러나 유미라 작가의 <결국, 사랑받는 1등의 언어>를 읽으며 그 믿음은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책은 말을 잘하는 기술을 가르치지 않는다. 오히려 책의 첫 장부터 저자는 묻는다. 우리가 말하기에 대해 품고 있는 오해들은 무엇인가? 말을 잘하는 것은 타고난 재능의 영역이다, 내성적인 성격은 말하기에 불리하다, 아나운서처럼 세련되게 말하는 것이 정답이다. 저자는 이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반박은 논리가 아니라 경험에서 나온다. 7년간 뉴스 앵커로서, 그리고 수 백 명의 수강생을 만나온 스피치 컨설턴트로서 체득한 살아있는 언어로 이야기 한다.


책을 읽으며 내가 처음으로 멈춰 생각하게 된 문장은 "수백만 원짜리 스피치 강의보다 강력한 것은 '일상의 한마디'다"' 말하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는 종종 학원을 등록하고, 강의를 찾아보고, 책을 사 읽는다. 그러나 저자는 말의 근육은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매일의 반복된 일상 속에서 단련된다고 말한다. 뉴스 앵커도 데스크 뒤에서 매일 기본기를 연습한다는 사실은, 화려한 무대 뒤에 얼마나 많은 지루하고 성실한 반복이 있는지를 일깨워준다.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나 는 얼마나 자주 '언젠가 제대로 배워야지'라는 막연한 다짐만을 반복했던가. 결국 말하기도, 모든 능력과 마찬가지로, 지금 이 순간의 작은 실천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1일 1챌린지'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습관의 제안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저자가 제시하는 '말하기 MBTI' 개념도 인상 깊었다. 우리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말하고, 다른 상황 에서 다른 약점을 드러낸다. 어떤 사람은 발음이 문제이고, 어떤 사람은 심리적 긴장이 문제다. 어떤 사람은 비즈니스 상 황에서 작아지고, 어떤 사람은 친밀한 관계에서 오히려 무뚝뚝해진다. 자신의 블랙홀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저자의 조언은, 지피지기의 원리를 말하기에 적용한 것이다. 나를 알지 못하면, 어떤 기술도 나에게 맞게 작동하지 않는다.


책이 다른 스피치 책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비즈니스의 언어와 일상의 언어를 모두 다루되, 그 둘이 서로 다른 온도 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는 것이다. 면접과 발표, 회의와 협상의 언어는 명확하고 단단해야 한다. 저자는 이를 ‘뉴스 헤드라인 보고법‘이라 부른다. 결론부터 말하고, 핵심을 압축하며, 데이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방식. "결론이 뭐야?"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말하기 전에 이미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이는 아나운서가 뉴스 오프닝을 준비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특히 협상에 관한 대목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협상은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예술입니다." 우리는 흔히 협상에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진짜 고수는 상대가 지지 않았다고 느끼면서도 내가 원하 는 방향으로 결론을 이끌어낸다. 저자가 소개하는 '쿠션 언어'는 그 도구다. 날카로운 반대 의견을 부드럽게 감싸 승낙으로 전환하는 이 기술은, 단순한 화술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에서 비롯된다. 반면, 가족과 친구, 연인과의 언어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진다. 여기서 저자는 '긍정의 언어 채우기'와 '부정의 언어 줄이기'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관계의 언어를 설명한다. 인정, 칭찬, 축하, 감사, 관심이라는 다섯 가지 긍정의 언어와, 사과, 분노, 서운함, 이해, 조율이라는 다섯 가지 갈등의 언어. 이 분류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삶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자주 이 언어들을 잘못 사용하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저자는 말하기의 디테일을 제시한다. 발음과 발성, 복식호흡,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맞춤법과 호칭, 그리고 TPO에 맞는 이미지까지. 이 부분은 실용적인 노하우의 집합이지만, 그 바탕에는 하나의 철학이 흐르고 있다. 품격 있는 말하기는 단단한 문장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말그릇'이라는 개념이 인상적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수준 은, 우리가 얼마나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해왔느냐에 달려 있다. 독서와 필사, 글쓰기 연습으로 단어장을 채우는 일이 결국 말하기의 깊이를 결정한다. 비속어와 은어 대신 품격 있는 언어 습관을 기르는 것, 올바른 호칭과 높임말을 사용하는 것이 모든 것이 단지 예의 바름의 차원이 아니라,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가에 대한 선택이다. 특히 공감에 대한 저자 의 시각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공감은 상대의 마음속 날씨를 함께 견뎌주고, 그 하늘에 뜬 무지개를 함께 감상해 주는 일입니다." 우리는 흔히 위로를 '해결'로 오해한다. 상대가 힘들다고 하면, 조언을 건네고 방법을 제시한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섣부른 해결책보다 "그랬구나"라는 한마디가 100배 강력하다고. 공감은 상대의 감정을 판단하거나 재단하지 않고, 그저 옆에 함께 있어주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어디서든 사랑받는 사람들의 가장 근본적인 언어임을 책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전달한다.


'앞으로 말을 잘해야지'라는 다짐이 생겼다. 오히려 내가 지금껏 사용해온 언어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상처받았을 누군가의 표정, 진심을 전하지 못해 어색하게 흘러간 수많은 대화들, 용기 내어 사과하지 못한 순간들이다. 저자가 책 전반에 걸쳐 강조하는 것은 결국 이것이다. 말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이며, 태도는 결국 그 사람의 삶 전체를 드러낸다. 화려한 언변보다 상대가 편안해지는 언어, 논리적인 설득보다 진심이 닿는 한마디, 완벽한 발음보다 따 뜻한 온도가 결국 사람을 곁에 머물게 한다. "말을 조금 바꿨을 뿐인데, 내게 다가오는 세상의 온도가 달라졌다." 말은 곧 나다. 그리고 나는 지금부터, 조금 더 다정하고 단단한 언어로 이 세상과 마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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