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시작하고 가장 낯선 것은 발음이었다. 나는 p와 f, l과 r의 차이를 머리로는 알았지만 귀와 혀로는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책은 이 발음들을 따로 모아 집중 연습할 수 있도록 안내했고, QR코드를 통해 원어민의 실제 발음을 언제든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틀어놓고 듣기만 했다. 그다음 날에는 따라 했고, 그 다음에는 녹음 기능을 써서 나의 발음을 직접 들어봤다. 그 경험은 생각보다 훨씬 강렬했다. 내 귀로 듣는 내 목소리는 어색하고 부정확했고, 그 불일치가 오히려 나를 더 집요하게 만들었다. 잘못된 발음을 귀로 확인하고, 고치고, 다시 녹음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발음은 서서히 제 자리를 찾아갔다.
사진 묘사 문제를 처음 마주했을 때는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사진을 보고 있어도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제한 시간을 흘려보냈다. 책이 알려준 방법은 단순했지만 효과적이었다. 먼저 장소를 파악하고, 묘사 순서를 정하고, 키워드를 미리 떠올린 다음, 네다섯 문장을 일정한 리듬으로 말한다. 말의 내용보다 말의 흐름을 먼저 잡는 것이다. 이 방식에 익숙해지자 사진 앞에서 느끼던 막막함이 절반쯤 사라졌다. 특히 사람의 인상착의를 묘사하는 표현이 따로 정리된 부분이 도움이 됐다. 'wearing a blue shirt'나 'holding a briefcase' 같은 문장이 자동반사적으로 나오기 시작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작은 자신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