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처음 책의 문장들을 읽었을 때, 나는 묘한 불편함을 느꼈다. 불편함은 낯선 것에서 오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도 익숙한 자신의 모습이 거울처럼 비쳐서였다. 니체는 묻는다. 당신은 타인의 보폭에 맞춰 걷고 있지 않은가?,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선뜻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나의 많은 선택들은 내가 원했기 때문이 아니라 타인이 옳다고 했기 때문에 이루어졌다. 좋은 성적을 받으려 했던 것은 배움에 대한 열망이 아니라 부모님의 기대 때문이었다. 어떤 직업을 선 망했던 것은 그 일이 나를 불태울 것 같아서가 아니라, 주변이 안정적이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특정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했던 것도, 관계가 깨질까 두려웠기 때문이었지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나는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 속에서 나의 좌표를 찾아왔다. 니체는 이런 태도를 낙타의 단계라고 부른다. 사회가 지워주는 짐을 묵묵히 짊어지고, "그래야 한다"는 명령에 복종하며 사막을 걷는 낙타. 그 낙타의 모습이 바로 나였다. 물론 순종이 무조건 나쁜 것 은 아니다. 규칙을 배우고 공동체의 요구에 응하는 과정은 삶의 기초를 닦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낙타의 단계에 머물면서도 그것이 내 자신의 선택이라 착각할 때다. 짐을 지고 있는데 그것이 짐인지도 모르는 상태. 그것이 진정한 위기다. 니체가 충격적인 이유는 “더 열심히 하라"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오히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도덕, 집단, 칭찬, 양심)이 실은 탁월한 개인을 옭아매기 위한 구조일 수 있다고 폭로한다. 이 폭로는 불편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야말로 사유의 시작이다. 안락한 수면에서 깨어나는 것은 언제나 고통스럽다. 나는 얼 마나 오랫동안 타인의 칭찬을 연료로 삼아 살아왔는가. 누군가 나를 인정해 줄 때 앞으로 나아가고, 아무도 봐주지 않을 때는 멈주는 삶. 그것은 자율적인 삶이 아니라 타인이 스위치를 쥐고 있는 삶이다. 니체의 언어를 빌리자면, 나는 내 삶의 주인이 아니라 타인의 기대를 먹고 사는 의존자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