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의 생각 수업 - 수학적 모델링과 과학적 사고를 둘러싼 30가지 질문
주하오난 지음, 이지수 옮김, 김지혜 감수 / 미디어숲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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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수학을 시험지 위에 가두어왔다. 공식을 외우고, 문제를 풀고, 점수를 받는 것. 그것이 수학의 전부라고 믿어온 시간이 얼마나 길었던가. 그러나 주하오난은 그 오래된 오해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책은 북경대학 출신의 수학 교사이자 수학 모델링 연구실 책임자인 저자가 학생들과 나는 30번의 대화를 통해, 수학이 계산 도구만이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고 탐구하는 사유의 언어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책을 읽으며 그 대화들 속에 담긴 사유의 흐름을 따라가며, 수학의 본질과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되새겨 볼 수 있었다.

저자가 책을 쓴 첫 번째 이유는 명료하다. 수학은 시험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학생들이 세계를 이해하고 탐구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Henri Poincare)의 말처럼, 수학은 우아하고 통일된 진리를 추구한다. 책 전체의 정신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은 흔히 정답을 구하는 과정에만 집중한다. 문제는 이미 주어져 있고, 풀이 방법도 정해져 있으며, 학생은 그 틀 안에서만 움직이도록 훈련된다. 그러나 현실 세계의 문제들은 그렇지 않다. 현실의 문제는 불명확하고, 변수는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정답이 하나가 아닌 경우도 많다. 바로 이 지점에서 수학 모델링의 진정한 가치다. 수학 모델링이란 현실의 복잡한 문제를 수학적 언어로 번역하고, 그 구조를 분석하여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계산자가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고, 질문을 던지고, 가설을 세우고, 검증 하는 사고자가 된다. 저자가 책 속 30번의 대화에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수학은 배움의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을 가능하게 하는 지도이며, 나침반이다. 책을 읽으며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가 단지 수학 모델링의 기술적 방법론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수학이 어떻게 우리의 인식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지, 수학적 사고가 일상적 삶의 문제를 어떻게 다르게 보게 만드는지를 생동감 있는 예시와 대화를 통해 보여준다. 수학은 특정 문제를 푸는 기술이 아니라, 어떤 문제든 접근할 수 있는 사유의 틀인 것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로 현상을 정확히 기술한다. AI는 패턴을 분석하고 원인과 결과를 도출하는 데 점점 더 능숙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반사실적 상상력(counterfactual reasoning), 즉 “만약 전제가 달랐다면 세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를 묻는 능력이다. 이 질문은 가정을 의심하고, 구조를 뒤집어보며, 전혀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창조적 사유를 요구한다. 철학이 수천 년 동안 해온 일이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수학 모델링 역시, 어떤 가정 하에 어떤 모델이 작동하는지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이 질문을 던진다. 철학적 사유가 방향을 제시하고, 수학적 방법이 구조를 부여하며, 지식의 축적이 이를 뒷받침할 때, 비로소 진정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세 요소는 서로를 긴장 속에서 견인하며 사유를 깊게 한다. 어느 하나가 빠지면 사유는 편향되거나 공허해진다. 이 프레임워크는 AI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제안이다. AI가 계산하고 분석할 때, 인간은 묻고 상상하고 의심해야 한다. Al 가 최적의 답을 찾을 때, 인간은 과연 이 질문 자체가 올바른가를 되물어야 한다. 수학 모델링 교육은 바로 그 능력을 키우는 훈련이다.

철학과 수학은 어떻게 결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가? 교육 현장에서 자주 무시되는 질문이다. 수학은 그저 공식이고, 철학은 그저 관념이라는 이분법이 팽배한 까닭이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위대한 수학자들은 동시에 깊은 철학자들이었 다. 피타고라스는 수의 본질에 관한 형이상학을 논했고, 데카르트는 기하학과 인식론을 결합했으며, 라이프니츠는 미적분과 철학적 단자론을 함께 발전시켰다. 푸앵카레는 수학적 직관과 철학적 사유의 관계를 탐구했다. 수학과 철학은 본래 하 나의 뿌리에서 자란 두 가지였다. 수학 모델링의 과정 자체가 철학적이다. 어떤 변수를 선택하고 어떤 변수를 무시할 것인 가의 판단은 가치론적 선택이다. 어떤 모델이 현실을 더 잘 반영하는가의 평가는 인식론적 논쟁이다. 모델이 현실과 다를 때 우리는 무엇을 수정해야 하는가의 물음은 진리론적 성찰을 요구한다. 수학 모델링을 가르친다는 것은 곧 이 모든 철학 적 사유를 실천적으로 훈련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수학을 손에 쥐면 어디에나 쓸 수 있는 묵직한 망치에 비유한다. 이 망치를 잘 쓰는 사람은 어떤 문제 앞에서도 두렵지 않다. 망치 자체가 아니라 망치를 쓰는 사람의 판단력이 중요하다는 것, 그것이 철학과 수학의 결합이 필요한 이유다. 하비 머드 칼리지(Harvey Mudd College)에서 수학과 컴퓨터를 공부하는 학생이 "수학 모델링이 개인 성장에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가"를 나누는 장면도 이 맥락에서 이해된다. 수학 모델링의 경험은 단지 전공 역량이 아니라, 삶의 문제를 구조화하고, 불확실성 속에서도 논리적으로 전진하는 인간적 능력 을 키워준다. 그것이 개인 성장의 근간이 된다.

책은 수학을 통해 세계를 다시 보는 법, 질문을 다시 던지는 법, 그리고 인간으로서 AI 시대를 살아가는 법에 관한 철학적 고찰을 이야기 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수학 교육의 비전은 명확하다. 수학은 정답을 암기하는 과목이 아니라, 올바른 질문 을 찾는 훈련이다. 수학은 학생을 시험 기계로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그들이 세계의 복잡성과 아름다움을 감지하고, 분석하고, 창조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지적 성장의 언어다. AI가 점점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미래에, 인간의 고유한 가치는 '왜'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 데 있다. 무엇이 그러한지, 왜 그러한지를 넘어서,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될지를 묻는 상상력과 용기. 그것이 수학 모델링이 궁극적으로 가르치고자 하는 것이며,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수학은 여전히 살아있는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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