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무용수들이 허공으로 높이 뛰어오르는 ‘점프’ 동작을 보면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하지만 발레에서 높이 날아오르기 위해 가장 먼저 배워야 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바닥을 제대로 누르는 법’입니다. 저자 역시 처음에는 공중으로 더 높이, 더 멋지게 날아오르고 싶다는 조급한 욕심에 사로잡혔다고 고백합니다. 시선은 이미 허공을 향해 있고, 마음은 저 멀리 앞서 나가 있었기에 발끝은 늘 불안하게 흔들렸습니다. 그때 등을 가리키던 선생님의 한마디는 비단 저자뿐만 아니라, 삶의 무게에 짓눌려 허우적대던 수많은 이들의 정신을 번쩍 깨우게 만듭니다.
“바닥을 그냥 누르는 것만으론 안 돼요. 될 거라는 믿음으로 눌러야 해요. 자신을 믿어야 합니다. 내가 나를 못 믿는데 누가 나를 믿겠어요.”
우리는 이 이야기가 발레라는 춤의 영역을 넘어 우리네 인생을 관통하는 거대한 진리임을 직감하게 됩니다. 바닥을 견고하게 누르는 힘이 없다면, 그 어떤 화려한 도약도 공중분해 되고 말 뿐입니다. 바닥을 아는 자만이 성공이라는 어질어질한 높이를 오롯이 감당해 낼 수 있는 법입니다. 우리의 삶도 때로는 차갑고 딱딱한 바닥으로 우리를 내동댕이칩니다. 사업의 실패, 진로에 대한 불신, 건강의 적신호, 혹은 소중한 존재를 떠나보낸 상실감 등 인생의 바닥을 치고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저자 역시 삶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욕심을 부리다 톱니바퀴가 어긋나 바닥을 쳤고, 인생은 야속하게도 그 바닥 아래에 더 깊은 지하가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말합니다. 바로 그 절망의 순간에 만난 것이 발레였습니다. 괴롭고 무거운 마음을 안고 들어선 연습실에서, 저자는 내전근이 찢어질 듯한 고통을 견디며 바닥을 디뎠습니다. "나를 잊어버리라"는 선생님의 말처럼, 하기 싫어하고 칭얼거리는 유약한 자아를 버리고 오직 발바닥에 닿는 감각에만 집중했을 때, 뼈아픈 불신으로 가득했던 마음 위로 묘한 자신감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탓하다가도, 어느새 꼿꼿이 세워진 몸이 무너져 내리던 마음을 구원해 주는 기적을 경험한 것입니다. 바닥은 도망쳐야 할 절망의 공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얼마나 단단하게 대지를 딛고 서 있는지를 확인시켜 주는 가장 정직한 출발점입니다. 조금은 괴로워해도 괜찮습니다. 그 바닥을 온전히 느끼고 내 편으로 삼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다시 날아오를 에너지를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