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워 - 기후 위기 시대, 자원과 에너지를 향한 거대한 생존 전쟁
아서 스넬 지음, 노승영 옮김 / 리더스북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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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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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제국주의 시대의 전쟁은 향료와 은을 둘러싼 것이었고, 20세기의 패권 경쟁은 영토 확장과 석유 자원을 축으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21세기 세계 권력의 문법은 무엇인가? 전직 영국 외교관 아서 스넬(Arthur Snell)은 그 답을 기후변화에서 찾는다. 그의 신작 <뉴 워>는 기후위기가 환경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근본적인 지정학적 변수로 작동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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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지정학은 지리라는 물리적 조건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주장해 왔다. 산맥, 강, 해협, 평원 등 이런 요소들이 국가의 방어력과 팽창 가능성을 규정한다는 것이다. 스넬의 통찰은 바로 이 지리가 지금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알프스 등반 중 낙석을 간신히 피했던 개인적 경험이 그에게 이 사실을 직관적으로 깨닫게 해주었다. 녹아내리는 빙하가 암벽을 불안정하게 만들듯, 기후변화는 수천 년 동안 고정된 것처럼 보였던 세계 권력의 지형도를 뒤흔들고 있다. 그가 '집 안의 습기'에 비유한 것처럼, 기후변화의 지정학적 효과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구조 전체를 서서히 바꾸어 놓는다. 사헬 지대의 가뭄이 쿠데타를 낳고, 과테말라의 작황 실패가 미국 국경의 정치적 위기로 이어지고, 북극 해빙(海氷)이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 계산을 바꾼다. 이 모든 연결고리의 출발점에 기후변화가 있다. 스넬은 이를 '흙, 공기, 불, 물'이라는 고대 4원소의 틀로 체계화하면서, 기후지정학이라는 새로운 분석 언어를 제시한다.


저자가 던지는 충격적인 주장 중 하나는, 기후변화가 오히려 일부 국가에는 기회가 된다는 역설이다. 지구 온난화로 시베리아의 동토가 녹으면 러시아는 역사상 처음으로 광대한 농경지를 손에 넣는다. 캐나다 역시 기온 상승으로 북부 지역이 거주 가능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인구와 자원 양쪽에서 이득을 볼 가능성이 크다. 스넬은 이 아이러니를 냉정하게 직시한다. 트럼프가 그린란드 편입을 거론하는 것도, 북극 항로를 둘러싼 강대국의 각축도 모두 이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반면 전통적 강대국들은 기후 취약성이라는 새로운 아킬레스건을 갖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중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석유 수요의 장기적 감소로 경제 모델이 흔들리는 동시에, 극단적인 열파(熱波)가 국토의 거주 가능성 자체를 위협한다. 관광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여름 기온 앞에서 그 전략은 근본적 한계를 갖는다. 예멘, 이라크, 시리아 등 인근 취약 국가들의 불안정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이는 유럽으로 향하는 이주 압력을 높여 우파 포퓰리즘의 연료가 된다. 중국의 상황은 복합적이다. 한편으로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압도적 우위를 선점해 에너지 전환 시대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베이징 인근 지역은 이른바 '습구온도(wet-bulb temperature)'가 인간의 생리적 한계에 근접할 것으로 예측되며, 농업 생산성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에 따른 인구 이동 압력이 역사적으로 중국 영토였던 러시아 극동 지역을 향할 가능성은 향후 양국 관계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 또한 예외가 아니다. 로스앤젤레스의 산불, 플로리다의 허리케인, 텍사스의 폭염, 기후 난민이 반드시 가난한 나라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전조들이다.


기후지정학의 또 다른 핵심 축은 에너지 전환이 촉발하는 자원 전쟁이다. 화석연료 패권이 저물면서, 재생에너지 기술에 필수적인 리튬, 코발트, 희토류 등 '임계 광물(critical minerals)'이 21세기의 새로운 석유가 되고 있다. 이 광물들의 매장지—아프리카 사헬, 남미 리튬 삼각지대, 중앙아시아 스텝—가 강대국 각축의 새로운 무대로 부상한다.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의 집착도, 사헬에서 러시아 용병 바그너 그룹이 프랑스 세력을 밀어내는 것도 모두 이 자원 지정학의 표현이다. 스넬이 '새로운 제국주의'라 부르는 이 구도는 과거의 식민지 시대와 닮으면서도 다르다. 과거의 제국은 군사력으로 영토를 점령했지만, 오늘날의 강대국들은 경제적 종속 관계, 안보 협력 협정, 광물 채굴권을 통해 영향력을 투사한다. 중국의 '일대일로'가 그 전형이라면, 미국과 유럽도 같은 게임을 다른 방식으로 하고 있다. 차이는 중국이 재생에너지 공급망에서 이미 지배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태양광 패널, 전기차 배터리, 풍력 터빈의 핵심 부품 생산에서 중국의 우위는 현재 미국이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편 저자는 이 경쟁이 단순한 미중 이분법으로 환원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러시아는 기후 혜택국이면서도 중국의 경제적 속국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오만 같은 중간국들은 자원 보유국이자 에너지 전환 시대의 새로운 행위자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브라질은 광활한 농경지와 바이오매스 자원으로, 모로코는 사하라 사막의 태양광 잠재력으로 새로운 지역 강국의 면모를 갖추어 가고 있다. 서구 중심의 세계 질서가 기후변화라는 지각변동 앞에 다극화의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스넬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들의 대응 능력이다. 푸틴이나 시진핑 같은 권위주의 지도자들은 장기적 전략을 집행하는 데 선거 주기라는 제약이 없다. 반면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들은 식료품 가격 상승 같은 단기적 충격에도 선거에서 처벌을 받는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장기적이고 고통스러운 전환을 민주적 공론장에서 동의를 구하며 추진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렵다. 이것이 포퓰리즘 우파가 기후 문제를 정치화하는 방식과 맞물린다. 사헬의 가뭄이 이주민을 만들고, 이주민이 유럽 국경에 도달하고, 그것이 우파 포퓰리스트의 지지율을 높이는 연쇄 반응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스넬은 이 구조적 취약성을 경고하면서도, 민주주의가 권위주의보다 근본적으로 열등하다는 결론은 거부한다. 민주주의는 역사적으로 극적인 위기에 대응해 온 경험이 있다. 문제는 현재의 24시간 정보 순환 속 민주주의가 그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사례는 이 딜레마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스넬은 영국이 기후변화의 지정학적 함의를 아직 충분히 내면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30년간 수자원 저수지를 새로 짓지 않은 것, 외교부의 인력과 예산을 지속적으로 삭감해 온 것,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존재감이 약화된 것, 이 모두가 기후지정학 시대에 국가 역량이 오히려 후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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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순수한 비관론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스넬은 외교관 특유의 실용주의로, 위기가 협력을 강제한다는 역설적 희망을 이야기한다. 국경을 초월하는 강을 공유하는 국가들은 물 분쟁을 피하기 위해 협력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북아프리카의 태양광 에너지를 유럽으로 연결하는 송전망 구상은 갈등보다 상호 의존의 논리를 강화한다.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비용 하락은 에너지 전환을 경제적으로 불가피한 방향으로 만들고 있으며, 이 흐름은 강대국의 정치적 의지와 무관하게 진행된다. 무엇보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국가는 이제 거의 없다. 대응의 속도와 방식이 다를 뿐, 모든 국가가 기후 문제를 국가 전략의 핵심 변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스넬이 자신의 뉴스레터를 '절망은 아니다(Not All Doom)'라고 이름 붙인 것은 단순한 낙관주의가 아니라, 위기의 구조를 정확히 인식한 위에서 가능한 것들을 찾는 태도의 표현이다.


저자는 기후변화를 환경운동의 언어가 아닌 권력정치의 언어로 이야기 한다. 탈서구화, 에너지 전환, 자원 전쟁이라는 세 가지 흐름이 기후변화라는 공통 원인에서 발원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혼란의 심층 구조를 드러낸다. 21세기의 전쟁은 이제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수행된다. 반드시 군사적 충돌의 형태를 띠지 않더라도, 광물 채굴권 경쟁, 이주민 흐름의 정치화, 재생에너지 공급망 장악, 북극 항로 선점, 이 모든 것이 기후지정학의 전장이다. 이 전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가와 지도자는 21세기의 패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이해의 출발점은, 지리가 바뀌고 있다는 단순하지만 혁명적인 인식이다. 지구가 달아오를수록, 권력의 지형도도 함께 녹아내리고 새로운 형태로 굳어진다. 흥미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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