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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는 뇌 - 노화에 맞서 삶의 주도권을 지키는
헤더 샌디슨 지음, 진영인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6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은 현대 의학이 직면한 가장 무거운 과제 중 하나다. 전 세계 수천만 명이 이 병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미국에서만 650만 명 이상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수십 년에 걸친 연구와 막대한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치료법은 여전히 요원하다. 신경과학자이자 치매 전문의인 헤더 샌디슨(Heather Sandison) 박사가 저술한 <회복하는 뇌>는 이 난제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저자는 알츠하이머를 불가역적인 선고로 받아들이는 대신, 생활습관의 총체적 변화를 통해 인지 기능을 회복하고 심지어 질병의 진행을 되돌릴 수 있다는 대담한 주장을 펼친다.저자가 가장 먼저 도전하는 것은 알츠하이머 연구를 수십 년간 지배해 온 '아밀로이드 가설(amyloid hypothesis)'이다. 이 가설은 뇌 속에 축적된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단백질 엉킴이 알츠하이머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제거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는 방향을 제시해 왔다. 실제로 지금까지 수많은 제약회사들이 이 가설에 기반한 신약 개발에 수백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임상 결과는 처참한 실패의 연속이었다. 샌디슨 박사는 이 실패의 원인이 가설 자체의 근본적 결함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 결정적 증거로, 인지 기능이 정상인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단백질 엉킴이 발견된다는 사실을 든다. 심지어 이러한 물질이 전혀 없는 사람은 전체의 2퍼센트에 불과하다는 데이터는 이 두 요소가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 혹은 '동반 현상'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와 같은 반증은 알츠하이머가 단일 원인에 의한 단순한 질환이 아니라,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하는 다인성 질환임을 암시한다. 이 시각은 신경과학계에서 점진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다중 원인론(multifactorial etiology)'과 맥을 같이한다. 샌디슨 박사는 알츠하이머의 위험 요인으로 환경 독소, 영양 불균형, 만성 스트레스, 수면 장애, 감염, 호르몬 불균형 등을 지목하며,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신경 퇴행을 유발한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접근은 단 하나의 마법 같은 약을 기다리는 대신 삶 전체를 치료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한다.책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절망 대신 행동을 촉구한다는 데 있다. 저자는 전 세계 치매 사례의 약 40퍼센트가 조절 가능한 위험 요인들로 설명된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한다. 청력 손실, 고혈압, 흡연, 사회적 고립, 신체 비활동, 과도한 음주, 비만, 우울증, 당뇨, 대기 오염, 두부 외상, 교육 수준 저하 등 12가지 수정 가능 위험 요인을 적극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치매 발병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샌디슨 박사가 제시하는 뇌 건강의 핵심 도구는 여덟 가지다: 영양소가 풍부한 고지방·저탄수화물 식단, 규칙적인 운동, 뇌를 자극하는 활동, 지지적 일상 루틴, 독소가 없는 청결한 환경, 회복적 수면, 사회적 연결, 그리고 자기 돌봄. 이 중 식단과 운동에 관한 논의는 특히 인상적이다. 케톤식(ketogenic diet)은 뇌의 주요 에너지원을 포도당에서 케톤으로 전환함으로써 인지 기능을 개선한다고 설명되는데, 저자는 6주간의 케톤식 후 손자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던 환자가 기억력을 회복한 사례를 제시하며 이를 뒷받침한다. 운동은 뇌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키고, 기억과 학습의 중추인 해마(hippocampus)의 부피를 늘리며, 신경 성장 인자(BDNF)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소개된다. 환경 개선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독소 노출을 줄이고 이완과 재생을 촉진하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은, 뇌가 회복과 해독의 기회를 갖는 데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수면 중 뇌는 글림프계(glymphatic system)를 통해 노폐물을 청소하는데, 수면 무호흡증 같은 수면 장애가 이 과정을 방해함으로써 알츠하이머 위험을 높인다는 최신 뇌과학 연구와도 일치한다. 이처럼 개별 개입의 효과뿐 아니라 이들 간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며, 가능한 많은 도구를 동시에 활용할 것을 권장한다.저자의 논지는 설득력 있고 희망적이지만, 몇 가지 중요한 맥락을 고민해 필요가 있다. 먼저, '알츠하이머의 역전(reversing)'이라는 표현은 매우 강력한 주장이다. 저자 자신도 인정하듯, 이 분야의 연구는 아직 발전 중이며, 복합 생활습관 개입을 동시에 평가하는 대규모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은 여전히 부족하다. 데일 브레드슨(Dale Bredesen) 교수가 개척한 리코드(ReCODE) 프로토콜처럼 생활습관 기반 접근법에 대한 연구가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표준 치료로 확립하기 위한 대규모 근거는 아직 축적 단계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밀로이드 가설 중심의 단일 약물 개발 전략이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상황에서, 복합적 생활습관 개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특히 예방 차원에서 건강한 중장년층이나 경도인지장애(MCI) 단계의 환자들에게 이 접근법은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저자가 설립한 마라마(Marama) 거주형 기억 케어 시설에서 일부 거주자들이 인지 기능 개선을 경험했다는 임상 보고는, 비록 소규모이나 무시하기 어려운 증거다.저자는 알츠하이머를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닌, 우리의 선택과 노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환으로 재정의한다. 유전자는 운명이 아니며, 매일의 작은 선택들이 수십 년 후의 뇌 건강을 결정한다는 메시지는 강렬하면서도 실용적이다. 식탁에서의 선택, 신발 끈을 묶고 나서는 한 걸음,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 충분한 잠, 이 모든 것이 뇌를 보호하는 방패가 될 수 있다. 책은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자신의 뇌 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희망과 함께 구체적인 실천 지도를 제공한다. 그 희망이 맹목적 낙관이 아닌, 비판적 성찰과 꾸준한 실천으로 뒷받침될 때, 비로소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