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분쟁을 막는 상속·증여와 기막힌 절세 비밀
김용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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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삶의 무게가 달라지는 때가 찾아온다. 30대까지는 앞만 보고 달리느라 미처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던 것들이, 40대에 접어들면서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부모님의 흰머리, 자녀의 훌쩍 자란 키, 그리고 언젠가는 반드시 마주해야 할 '재산의 이전'이라는 묵직한 현실이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상속이나 증여를 일부 자산가들만의 이야기로 치부해왔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지금, 평범한 가정의 아파트 한 채가 수억 원을 훌쩍 넘 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상속세와 증여세는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중산층 가정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진지하게 고 민해야 할 생활 속의 과제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공부를 시작하려 하면, 낯선 세법 용어와 수시로 바뀌는 제도 앞에서 손을 놓고 싶어진다. 책은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세금과 법률의 세계를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풀어내고, 무엇 보다 가족의 화목을 지키는 것이 목적임을 분명히 하는 책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나침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 애들은 다 착해서 절대 싸우지 않을 거야." 많은 부모들이 이렇게 믿는다. 그리고 많은 자녀들도 스스로를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막상 재산 분배 앞에 서면 평생 함께해온 형제자매가 낯선 얼굴이 되는 경우가 결코 드물지 않다. 그것이 돈의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수십 년간 가슴속에 쌓여온 서운함, 불공평함에 대한 기억, 그리고 서로 다른 기대치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이다. 상속 분쟁이 무서운 이유는 재산을 잃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한번 법적 다툼으로 번진 가족 갈등은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다. 소송 과정에서 드러나는 말 한마디, 문서 하나가 평생의 상처로 남기도 한다. 유류분 소송, 상속회복 청구, 기여분 다툼, 이 모든 것들이 우리가 미처 대비하지 못했을 때 현실로 튀어나오는 법적 칼날들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흔히 벌어지는 상황들을 생각해보면, 그 위험성은 더욱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치매에 걸린 부모를 홀로 십년 넘게 돌봐온 자녀가 정작 상속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 타지에 사는 형제가 뒤늦게 나타나 자신의 법정 몫을 요구하는 경우, 혹은 재혼 가정에서 이복형제 간의 상속 갈등이 폭발하는 경우 등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분쟁을 예방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미리 아는 것이다. 유언장의 종류와 법적 효력, 유류분 제도의 의미, 상속포기가 자녀 세대에까지 미치는 영향, 그리고 상속재산 분할 협의의 절차, 이 개념들을 사전에 이해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족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나아가 부모 생전에 자녀들과 함께 재산 분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두는 것이야말로, 그 어떤 법적 장치보다 강력한 분쟁 예방책이 된다.


분쟁 방지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주제가 바로 절세다. 같은 재산을 물려줘도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납부해야 할 세금의 규모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달라진다. 이는 불법적인 탈세가 아니라, 세법 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합법적인 전략의 문제다. 상속세와 증여세의 세계에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다양한 공제 항목과 특례 제도들이 숨어 있다. 배우자 공제만 해도 최대 30억 원까지 적용 가능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또한 부모로부터 일정 금액 이하를 무이자로 차용할 경우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 혼인 시 특별 증여 공제를 활용하면 신혼부부가 합법적으로 상당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사실도, 미리 알고 준비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특히 부동산과 관련된 절세 전략은 더욱 정교한 이해를 요구한다. 배우자 증여 공제를 활용한 양도세 절감 방법, 상속 후 일정 기간 내에 매도했을 때 적용되는 세제 혜택, 자경 농지나 가업 상속에 붙는 대규모 공제 제도 등은 그 내용을 모르고 지나치면 수억 원을 그냥 국가에 납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절세 전략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요건과 기한이 따른다. 세법은 허점을 막기 위한 다양한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으며, 이를 간과한 채 섣불리 움직였다가 오히려 더 큰 세금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경우도 있다. 증여 후 일정 기간 이내 매도 시 적 용되는 이월과세 규정이 대표적인 예다. 결국 절세란, 세금을 줄이려는 의도가 아니라 세법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 하고 그 안에서 최적의 선택을 하는 과정임을 기억해야 한다.


상속과 증여를 단순히 세금 문제로만 바라보면, 그 본질적인 의미를 놓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의 출발점은 결국 '소중한 사람에게 내가 일군 것을 온전하게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평생 땀 흘려 모은 재산이 가족 간의 상처와 법적 분쟁의 씨앗이 되는 것을 원하는 부모는 아무도 없다. 또한 부모의 유산이 형제자매 사이를 갈라놓는 쐐기가 되기를 바라는 자녀 도 없다. 그러나 선한 의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준비 없는 사랑은 때로 예상치 못한 갈등의 씨앗이 된다. 부모님 사망 후 한 달 이내, 세 달 이내, 여섯 달 이내에 반드시 처리해야 할 행정적 절차들을 모르고 기한을 놓치는 순간, 가산세라는 뜻하지 않은 부담이 더해진다. 감정적으로도 가장 힘든 시기에 법적•행정적 절차까지 혼란스러워지면, 가족 모두가 소진 되고 만다. 반대로, 미리 충분히 준비한 가족은 다르다. 유언장을 올바른 방식으로 작성해두고, 자녀들과 재산 분배에 대 한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나눠두고, 세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증여를 진행해온 가족은 위기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과정 자체가 가족 간의 신뢰를 두텁게 하는 계기가 된다.


상속과 증여에 관한 지식은, 결코 당장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미뤄도 좋은 종류의 것이 아니다. 준비는 여유가 있을 때 해야 빛을 발한다. 막상 현실이 닥쳤을 때 허둥대며 찾은 정보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가족을 사랑한다면,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준비도 함께 갖춰야 한다. 세금을 아끼는 것은 더 많은 것을 가족에게 남겨주는 일이고, 분쟁을 예방하는 것은 가족의 관계를 지키는 일이다. 오늘 단 한 페이지의 공부가, 훗날 가족 모두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다. 미리 알면 가족의 화목은 깊어지고, 세금은 줄어들며, 남겨진 사람들은 덜 아프다. 그것이 상속과 증여를 공부해야 하는 가장 솔직하고 강력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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