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메틸화가 가장 강렬하게 일어나는 시기는 임신 중 태아기와 생후 첫 1년이다. 키팅은 이 시기를 '결정적 시기 (critical period)라고 부르며, 이때 형성된 스트레스 반응 체계가 평생의 심리적 패턴을 결정짓는다고 주장한다. 임신 중 어머니가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al)이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된다. 이 코르티솔 노출은 태아의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 axiS), 즉 스트레스 반응 체계의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높은 수준의 코르티솔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태아는 스트레스 반응 관련 유전자에 메틸화가 일어나며, 이로 인해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과민한 스트레스 반응 체계를 갖추게 된다. 이것이 바로 아이가 '불안을 안고 태어나는(born anxious) 상태다. 책에 등장하는 사례 연구, 린(Lynn)과 제레미(Jeremy)의 아들 잭(Jack)은 이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임신 중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린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지속적으로 분비했고, 이는 태아 잭의 스트레스 반응 체계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태어난 잭은 분리 불안이 심하고 자기 진정(self-soothing) 능력이 낮으며, 작은 자극에도 강하게 반응하는 아이로 자랐다. 이것은 책의 성격이 나약해서가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형성된 스트레스 반응 체계의 결과였다. 생후 첫 1년 역시 결정적이다. 이 시기의 양육 경험은 스트레스 메틸화를 강화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 충분한 신체 접촉, 일관된 정서적 반응, 따뜻한 돌봄은 과활성화된 스트레스 반응 체계를 진정시키고 메틸화 패턴을 긍정적으로 변화 시킬 수 있다. 반대로, 방치나 지속적인 스트레스 환경은 이미 형성된 스트레스 반응 이상을 더욱 고착시킨다. 키팅이 강조하는 '슈퍼 양육(supernurturing)'의 개념은 바로 이 생물학적 원리에 기반한 것이다. 지속적이고 헌신적인 돌봄이 유전자 발현 수준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모든 과정이 의도와 무관하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부모는 자신의 불안을 자녀에게 '물려주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 그러나 스트레스로 가득 찬 환경, 부모 자신의 스트 레스 조절 곤란, 사회적 고립은 의도치 않게 자녀의 스트레스 반응 체계에 생물학적 흔적을 남긴다. 이처럼 불안의 대물림 은 개인의 의지나 도덕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과 환경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일어나는 구조적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