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책의 당사자인 시민이 주변부로 밀려나 있다는 사실 역시 실패의 근본 원인이다. 선거철에 정책 공약이 쏟아지지만, 그 정책이 어떤 경로로 탄생하고 누가 결정하는지 시민들은 알기 어렵다. 관료 조직의 관성, 재정 당국의 판단, 이익 집단의 압력, 언론의 프레임이 복잡하게 작용하는 과정에서 시민은 점점 구경꾼으로 전락한다. 정책이 가치 중립적 기술이 아니라 '누구의 삶을 우선 보호하고 누구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울 것인가'를 결정하는 가치 선택의 문제라는 점에서, 시민의 배제는 민주주의의 심각한 결함이다. 역설적으로 대한민국의 시민은 위기의 순간마다 역사를 바꾸는 주체로 등장해왔다.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월 항쟁, 2016~2017년 촛불혁명, 그리고 2024~2025년의 '빛의 혁명'에 이르기까지 시민은 어긋난 역사를 바로잡는 최후의 보루였다. 그러나 이 놀라운 주권 행사는 주로 위기의 순간에 집중되어 있다. 일상적인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시민이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제도적 메커니즘은 여전히 빈약하다. 광장의 민주주의가 일상의 민주주의로 이어지지 않는 한, 정책 실패의 순환은 끊기기 어렵다.
정책이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이유는 단일하지 않다. 문제를 제때 인식하지 못하는 타이밍의 실패, 증상만 다루고 구조를 외면하는 진단의 오류, 소수 엘리트에 집중된 폐쇄적 결정 구조, 기득권의 저항 앞에서 무너지는 정치적 의지의 부재, 그리고 시민의 배제라는 민주주의의 결함, 이 모든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정책 실패를 재생산한다. 더 나아가 이 실패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시민이 배제되면 진단이 편향되고, 진단이 편향되면 처방이 잘못되며, 처방이 잘못되면 정치적 동력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무엇보다 질문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낳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왜 이 사회에서는 아이를 낳는 순간 삶이 위태로워지는가'를 물어야 한다. 이 올바른 질문만이 표면적 처방에서 벗어나 구조적 해법으로 나아가게 한다. 동시에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시민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적 혁신이 절실하다. 숙의민주주의, 공론화 위원회, 시민의회 같은 참여 메커니즘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시민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