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언제까지 핑계만 댈 건가요?
지유진 지음 / 모티브 / 2026년 5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잠깐 멈췄다. 제목이 나를 가리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내 일상을 들여다보고 그 이름을 붙인 것만 같은 느낌. 돈이 없어서, 시간이 모자라서, 아직 준비가 부족해서. 나는 오래도록 그런 문장들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말들이 핑계라는 걸 몰랐던 것이 아니다. 알면서도 뱉었다. 핑계는 실패보다 덜 아프기 때문이다. 저자 지유진은 유리한 조건 하나 없이 세상에 던져진 사람이다. 어린 시절의 가난, 깨진 가족, 일터에서 겪은 모욕. 그 목록만 읽어도 충분히 주저앉을 만하다. 실제로 세상은 그에게 멈추어도 된다는 신호를 여러 번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멈추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멈추었다가 다시 걸었다. 등에 QR코드를 붙이고 거리를 뛰어다니는 모습은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그 장면이 오히려 마음에 박혔다. 완벽하게 준비된 출발이 아니라, 무엇이라도 해보겠다는 몸짓. 그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책을 읽으면서 내가 자주 사용해온 핑계들의 구조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핑계는 대부분 논리적으로 들린다. 실제로 돈이 없는 건 사실이고, 시간이 부족한 것도 거짓말이 아니며, 준비가 덜 된 것 역시 틀린 말이 아니다. 그래서 핑계가 무서운 것이다. 핑계는 거짓말이 아니라 사실의 일부다. 하지만 그 일부를 전부인 척 앞세울 때, 그것은 자기 보호가 아니라 자기 유폐가 된다. 나는 꽤 오랫동안 그 감옥 안에서 스스로를 가두고, 그것을 신중함이라고 불렀다. 책 속에서 저자가 붙잡았다는 문장 "어차피 우주 먼지일 뿐인데, 걱정하면 뭐 하냐" 처음엔 그냥 지나쳤다. 허무주의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 문장은 포기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나라는 존재가 우주적 기준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면, 내 실패 역시 우주적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세상은 내가 무너져도 멈추지 않는다. 그 냉정한 사실이 오히려 자유다. 실패가 끝이 아니라는 말을 수백 번 들어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이 비유 하나가 그 말을 몸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걱정과 행동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이 성실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고민하고, 충분히 따져보고, 충분히 준비하는 것. 그것이 책임감 있는 태도라고 여겼다. 그런데 저자는 걱정이 행동의 반대말일 수 있다고 말한다. 걱정은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고급스러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그 말이 찌르듯이 들렸다. 나의 신중함이 사실은 도망이었던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책을 손에 쥔 채로 한참 천장을 바라보았다.책이 흔한 자기계발서와 다른 이유는, 저자가 성공의 레시피를 가르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하면 된다"는 식의 문장이 이 책엔 없다. 대신 있는 것은 무너진 순간의 기록이고, 다시 일어서기까지의 시간이며, 부당한 현실 앞에서 자존심을 내려놓고도 계속 움직였던 사람의 흔적이다. 그래서 이 책은 위로와 채찍질을 동시에 한다. 당신의 상황이 힘들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그 힘듦이 멈춤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그 두 가지가 이 책 안에서 기묘하게 공존한다. 나는 지금도 완벽하게 준비된 사람이 아니다. 여전히 두렵고, 여전히 망설이고, 여전히 핑계를 찾는 날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핑계를 들여다보는 시선이다. 예전에는 핑계를 정당화하거나 외면했다. 이제는 그것이 핑계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동시에 한 걸음 옆으로 비켜서려 한다. 완벽하게 괜찮아지는 날을 기다리지 않고, 조금 두렵더라도 지금 움직이는 것. 인생을 바꾸는 것은 대단한 비밀이 아니라, 이유보다 한 발 먼저 내딛는 몸짓이라는 것이다.책이 남긴 질문은 하나다. 나는 지금 핑계 뒤에 서 있는가, 아니면 핑계 앞에 서 있는가. 핑계가 없어지는 날은 오지 않는다. 그러니 핑계를 없애려 할 것이 아니라, 핑계를 옆에 두고도 걸을 수 있어야 한다. 저자가 그랬듯이. 무너지고, 쉬고, 그리고 다시 자기 자신을 데리러 가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삶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