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돈 걱정 없이 은퇴할 수 있습니다 - 예비 퇴직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36가지
정도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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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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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문득 달력을 바라보다가 멈춘 적이 있다. 손가락으로 날짜를 짚어가며 계산을 해보니, 퇴직까지 남은 시간 이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와 있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숫자를 마주한 순간, 가슴 한편 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불안이었다. 그 불안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돈이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준비가 덜 되어서 였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 자체가 불안의 진짜 원인이었다. 막연하다는 것. 기준이 없다는 것. 내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조차 제대로 모른다는 것. 그것이 나를 두렵게 만들고 있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시험을 치렀다. 시험 범위가 있었고, 공부할 교재가 있었고, 점수로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불안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되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노후 준비라는 시험에는 명확한 범위도, 정해진 답안도 없다. 그러니 아무리 열심히 살아온 사람도, 퇴직이 가까워지면 그 앞에서 막막해지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꼭 나쁜 신호만은 아니다. 불안은 일종의 알람이다. 이제 슬슬 준비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몸과 마음이 보내는 조용한 경고 음. 그 알람을 끄려고 이불을 뒤집어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어나 창문을 여는 사람도 있다. 나는 어느 쪽이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꽤 오랫동안 이불 속에 있었다.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은퇴를 위해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좋 은 기회가 되었다.


지금까지 노후를 위해 무언가를 해왔다고 생각했다. 국민연금 꼬박꼬박 납입했고, 퇴직연금도 어느 정도 쌓여 있을 것이다. 적금도 들었고, 집도 한 채 있다. 그러면 충분한 것 아닐까.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충분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기준이 내 안에 없다는 것이었다. 노후에 한 달에 얼마가 필요한지, 언제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는지, 퇴직 후에도 일을 할 수 있을 지. 이 질문들에 나는 정확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냥 막연하게 '괜찮겠지'라고 생각해왔을 뿐이다. 그 '괜찮겠지'라는 믿 음은 어디서 온 것일까. 주변 사람들도 비슷하게 살고 있으니까. 아직은 직장이 있으니까. 아직은 건강하니까. 그런데 그 아직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현실을 알면서도, 나는 나만은 예외일 것이라고 믿어왔던 것은 아닐까. 돌아보면 나는 돈을 모으는 일에는 나름 성실했지만, 그 돈이 언제, 어떻게, 얼마나 필요한지를 계획하는 일에는 소홀했다. 저축은 했지만 설계는 하지 않은 셈이다. 크기는 있었 지만 기준이 없었다. 그러니 아무리 통장 잔고가 늘어도 불안이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불안의 정체는 돈의 부족이 아니라, 기준의 부재였다. 어느 선배가 퇴직 후 이런 말을 했다. 퇴직하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준비가 안 되어 있었는지 알았다. 돈은 있었는데, 어떻게 써야 할지를 몰랐다. 그 말이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은퇴는 자산의 문제가 아니라 현금 흐름의 문제다. 얼마 를 가지고 있느냐보다, 매달 얼마가 들어오고 얼마가 나가는지가 중요하다. 직장을 다닐 때는 월급이라는 흐름이 있었다.


그 흐름이 멈추는 순간부터는, 스스로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연금이든, 임대 수익이든, 파트타임 일이든. 아무 준비 없이 흐름이 끊기면, 아무리 많은 저수지도 결국 바닥을 드러낸다. 그렇게 생각하니, 노후 준비의 핵심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 연금은 언제부터 얼마나 나오는가. 퇴직 후 몇 년간의 공백기를 어떻게 메울 것인가. 생활비는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인가, 줄일 것인가. 집 한 채 외에 다른 소득원이 있는가. 이 질문들에 하나씩 구체적인 숫자를 채 워 넣는 것, 그것이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막연히 불안해하는 것과, 숫자를 들여다보며 현실을 직면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다. 현실은 때로 냉정하고 불편하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이 달콤한 착각보다 훨씬 낫다. 착각은 준비를 막지만, 진실은 행동을 부른다.


퇴직은 끝이 아니다.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하나의 문이 닫히는 것이지만, 동시에 다른 문이 열리는 시점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다음 문이 어디 있는지, 열 준비가 되어 있는지이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잘했는가. 어떤 일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몰랐는가. 사람들이 나에게 무엇을 자주 물어왔는가. 이 질문들은 자기성찰만의 의미가 아니다. 퇴직 이후 두 번 째 커리어를 설계하는 출발점이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은 예전 같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경험은 쌓인다. 판단력은 무르 익는다. 사람을 읽는 눈도 깊어진다. 이것들이 쓸모없어지는 세상이 온다면 모를까, 아직은 그렇지 않다. 20년, 30년을 한 분야에서 일해온 사람이 가진 노하우는, 어디선가 반드시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물론 두 번째 일이 첫 번째 일만큼 화려하거나 급여가 높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적당한 수입과 함께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내가 아직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감각, 그것이 노후의 심리적 안정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는 실제로 겪어본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나온다. 돈은 부족해도 살 수 있지만, 의미 없는 하루하루는 사람을 서서히 무너뜨린다.


불안은 행동하지 않을 때 가장 크게 느껴진다. 무언가를 하기 시작하면, 불안은 조금씩 작아진다. 완벽한 준비를 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작이다. 내 연금 예상 수령액을 조회해보는 것. 퇴직 후 한 달 생활비를 현실적으로 적어보는 것. 내가 가진 자격증과 경력을 다시 정리해보는 것. 퇴직 이후 하고 싶은 일을 막연하게라도 떠올려보는 것. 이런 작은 행동들이 거창한 재테크보다 훨씬 더 중요한 노후 준비의 시작이다. 나는 지금, 노후의 문 앞에 서 있다. 문 너머가 어떤 모습인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안다. 준비한 사람과 준비하지 않은 사람이 그 문을 여는 느낌은 전혀 다를 것이라는 것을. 남은 시간, 걱정하는 데 쓰지 말고싶다. 점검하는 데 쓰고자 한다. 내가 쌓아온 것들을 믿되, 그 위에 작은 기준 하나씩을 더 얹어가고자 한다. 그리고 언젠가 그 문을 열 때,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조금 더 많기를 바란다. 노후는 준비한 만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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