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빛나는 5퍼센트만이 내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95퍼센트까지가 온전한 나일 수 있다는 생각. 그 생각이 어딘가 나를 놓아주는 것 같았다. 슬픔을 없애야만 온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어둠이 있어야 우주가 유지되듯, 보이지 않는 나의 무게들이 있어야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다. 그것을 부끄러워하거나 지우려 할 것이 아니라, 그 어둠과 함께 살 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지도 모른다. 우주 어딘가에는 우리 말고 다른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고, 나는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겼다. 이 광대한 우주에 오직 지구만 이 생명을 품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게 느껴졌으니까. 언젠가는 신호가 닿을 것이고, 언젠가는 응답이 올 것이라 고 막연히 기대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기대에 정면으로 물음표를 던진다. 우리는 오랫동안 신호를 보냈다. 탐사선을 날 렸고, 전파를 쏘았고, 기다렸다. 하지만 우주는 침묵했다. 그 침묵이 '아직 닿지 않음'이 아니라, 어쩌면 그 자체로 하나의 대답일 수 있다는 가능성. 그것이 나를 섬뜩하게 했다. 응답 없는 침묵이 가장 무서운 것은 우주에서만이 아니다. 우주의 침묵 앞에서, 나는 그 모든 기다림의 무게를 다시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응답이 없어도, 신호를 보낸 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우주를 향해 탐사선을 날리고, 전파를 쏘고, 끝없이 질문을 던지는 인간의 행위는 응답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그것 자체가 살아있음의 증거이고, 포기하지 않는다는 선언이니까. 응답이 없는 침묵 앞에서도 계속 말을 건네는 것. 그것이 어쩌면 인간이 우주를 닮아가는 방식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