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2 ㅣ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2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은 노년의 문턱에 선 한 어머니가 서른을 견디고 있는 딸에게 보내는 열두 편의 진심 어린 편지다. 대학 시절부터 작가의 글을 곁에 두어온 독자로서,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난 것 같은 낯익은 온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책장을 넘길수록 어느새 나는 딸에게 편지를 쓰는 작가의 자리가 아닌, 그 편지를 받아 읽는 딸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2008년에 발간되어 담담하게 읽었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가 리커버 북과 함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2>로 만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책에서 가장 먼저 마음에 박힌 것은 고통에 대한 이야기였다. 작가는 고통이란 블랙홀과 같아서, 그 안에 빠지면 다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놀랍도록 정확하다. 고통의 한가운데 있을 때는 정말로 세상 전체가 그 고통으로만 가득 찬 것처럼 느껴진다. 출구도, 다음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동시에 떠올린 것은, 그 블랙홀에서 빠져나온 경험들이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그토록 진부하게 느껴지면서도 살면서 수없이 경험 하게 되는 이유가 있다. 고통은 분명 끝난다. 아니, 정확히는 그것이 다른 무언가로 변한다. 지나고 나면 그 시간 이 지금의 나를 만든 재료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가 또한 그 고통의 기적 같은 변환, 즉 시련이 감사로 바뀌 는 순간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나 역시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늘 새로운 길을 찾아 이동해온 나의 삶이, 돌이켜 보면 그 고통의 블랙홀들을 통과하며 만들어진 지도임을 이제는 안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핵심어 중 하나는 품위다. 작가는 운명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어서 운명이지만, 품위를 지키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몫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한동안 책을 덮어두었다. 우리는 흔히 내 상황이 나쁘거나 억울하면 그것을 핑계로 스스로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의 말처럼, 품위와 품격은 누가 만 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상황이 어떻든 나 스스로가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결국 나라는 사람을 형성한다. 또한 작가는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이 존엄성이라고 말한다. 나를 낮추고 상처 입히면서까지 지킬 사랑은 많지 않다 는 말. 이것은 냉정한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가장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없을지언정 잃고 싶지 않은 것, 그것이 품위라면, 나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 오늘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책을 읽으며 나는 세상이 얼마나 억울한 것들로 가득한가에 대해 생각했다. 이득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은 이상한 게임 같은 인생. 자기 위주로 생각하다 보니 내가 혜택 받은 것은 하나도 기억에 없고, 손해 본 것들만 눈에 선하다. 이것은 비단 나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바로 그 지점을 짚어낸다. 원망하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내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고 싶지 않은 게으름에서 온다는 것. 과거의 탓을 내려놓고 오늘,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바라보는 것, 그것이 진짜 시작이라고. 억울함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억울함에 계속 머무는 것과 억울함을 인정한 채 앞을 바라보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누구나 저마다의 어려움을 안고 살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것이 더 소중하다.

책에서 오래 마음에 남은 장면은 아이들이 모래성을 짓는 이미지다. 엄마가 곧 부를 것을 알면서도 정성 들여 모래성을 쌓고, 불리면 기쁘게 달려가는 아이들, 작가는 자신도 그렇게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모래성을 잘 짓다가, 신께서 부르시면 기쁘게 놀던 손 탁탁 털고 달려가고 싶다고 고백한다. 죽음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것을 두려움으로 마주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모래성을 짓는 아이처럼, 지금 여기에 온 마음을 다하다가 때가 되면 가볍게 일어설 수 있다면 - 그것이야말로 가장 잘 산 삶이 아닐까.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을 더 충실하게 살게 하는 나침반이 된다는 것을 이 책은 조용히 일깨워준다.

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나의 이야기를 했다. 그것은 이 책이 그렇게 만드는 책이기 때문이다. 딸보다는 언니에게, 혹은 먼저 살아본 사람에게 듣는 말처럼 책은 나 자신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지금 나는 운동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하고 싶은 것에 매몰되기보다 차라리 계획을 세워야 할 때다. 못하는 것에 좌절하기보다, 지금 여기, 내가 있는 곳에서 시작하면 된다고 이 책은 말한다. 충분히 다들 어려움만큼이나 애쓰고 있다. 그러니 괜찮다. “당신이 어떤 삶을 살든, 저는 당신을 응원할 것입니다." 마음이 무거운 날, 이유도 모르게 지친 날, 조용히 이 책을 펼쳐보고 싶다. 읽고 나서 삶이 극적으로 달라지지는 않더라도, 나를 대하는 태도가 아주 조금 달라질 것이 다. 그 미세한 변화가, 생각보다 훨씬 클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