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은 문화를 창조하는 것은 젊은이의 몫이 아니라고 말한다. 과거를 충분히 살아낸 사람, 삶의 정오를 통과한 사람만이 진정한 문화를 만들 수 있다. 왜냐하면 문화란 자연의 목적을 초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번식하고, 생존하고, 확장하는 것은 자연의 목적이다. 그것을 넘어서서 의미를 묻고,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지혜를 전하는 것이 문화다. 인생의 오후는 쇠락의 시간이 아니다. 도리어 아침에는 불가능했던 일이 가능해지는 시간이다. 고통을 충분히 겪은 사람만이 타인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을 깊이 들여다본 사람만이 타인을 진심으로 볼 수 있다. 상실이 쌓이면 공감이 생기고, 공감이 깊어지면 지혜가 된다. 그것이 오후의 선물이다. 우리는 아침의 방식으로 오후를 살려 한다.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증명하고, 더 빠르게 움직이면서. 그러나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 때, 그 빛은 동쪽의 것과 다르다. 기울어진 빛이라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주름, 그림자, 사물의 결. 그것들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만이, 인생의 오후를 낭비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