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괜찮은 두통은 없다
조경하.차윤경 지음 / 군자출판사(교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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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우리는 이 말을 너무 쉽게 뱉는다. 힘든 하루를 보낸 날, 상사에게 야단을 맞은 날, 아이들이 유독 말을 듣지 않는 날, 그 말은 때로 진짜 고통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냥 일상의 넋두리처럼 흘러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두통은 우리 삶에 깊숙이, 그리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나는 오랫동안 두통을 '참으면 되는 것'으로 여겼다. 서랍 속 진통제 한 알이면 해결되는 사소한 불편함. 누구나 다 겪는 것이니 굳이 병원까지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두통으로 하루를 망친 날이면 “오늘은 좀 피곤했나 보다"며 스스로를 달랬고, 다음 날 말끔하게 사라진 통증에 안도하며 그것으로 이야기를 끝냈다. 하지만 그 '사소한 불편함'이 일주일에 서너 번씩, 그리고 매달 빠짐없이 찾아오기 시작했을 때도 나는 여전히 진통제 한 알로 그 신호를 잠재웠 다. 책을 처음 마주했을 때, 솔직히 말하면 조금 과장된 표현이 아닐까 싶었다. 두통 하나를 두고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이야기해야 할까. 그런데 책장을 넘기다 보니, 그 과장처럼 보였던 제목이 사실은 가장 정직한 경고였다 는 것을 깨달았다. 두통을 ' 괜찮다 '고 여기는 순간, 우리는 몸이 보내는 절박한 신호를 외면하게 된다. 그리고 그 외면이 쌓이고 쌓여, 어느 날 우리를 10년짜리 만성 환자로 만들어 버린다.

두통이 오면 우리가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무엇일까. 아마 대부분은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진통제를 꺼내 들 것이다. 실제로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을 만큼 우리 삶에 가까이 있는 그것. 처음엔 한 알이면 됐다. 그다음엔 두 알이 필요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아침에 눈을 뜨기도 전에 손이 먼저 약통으로 향했다. 책이 가장 집요하게, 그리고 가장 애정 어리게 경고하는 것은 약물과 용두통. 두통을 없애기 위해 먹은 약이 오히려 더 큰 두 통을 만들어낸다는 역설이다. 뇌는 생각보다 훨씬 예민하고, 반복적인 진통제 자극에 점차 적응하면서 약 기운 이 사라지는 순간 더욱 거세게 통증으로 반응한다. 불을 끄려고 쏟아부은 물이 오히려 더 큰 불을 키우는 꼴이 다. 한동안 책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그동안 해왔던 방식이 고스란히 그려졌기 때문이다. 통증이 오면 참고, 참다 못하면 약을 먹고, 약이 듣는 동안만 안도하고, 또 통증이 찾아오면 다시 약을 찾는 사이클. 나는 두 통을 다스리고 있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두통에 의해 다스려지고 있었다. 주도권은 처음부터 내 손에 없었다. 물 론 진통제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임시 방편에 영구적인 역할을 맡긴 데 있다. 열이 날 때 해열제를 먹는 것은 맞는 처치지만, 왜 열이 나는지를 끝내 외면한다면 그 사람은 영원히 해열제를 달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두통도 마찬가지다. 통증의 스위치를 찾지 않은 채 결과만 계속 억누르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두통과의 싸움에서 번번이 지는 이유다.

책이 내게 크게 다가온 부분은 두통의 '종류'를 설명하는 챕터였다. 솔직히 두통에도 이렇게 많은 얼굴이 있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편두통, 긴장형 두통, 군발두통, 후두신경통, 약물과용두통. 이름도 낯선 이 진단들은 수십 년을 두통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 드디어 자신의 고통에 불일 수 있게 된 이름이기도 하다. "배가 아파요"라고 말하는 아이가 사실은 편두통을 앓고 있을 수 있다는 대목은 특히 인상 깊었다. 어른조차 자신의 두통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두통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아이의 두통을 배탈이나 꾀병으로 오해했던 수많은 부모들이 이 페이지에서 얼마나 많은 자책과 안도를 동시에 느꼈을지 상상이 간다. 병의 이름을 안다는 것은 지식의 습득만이 아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 혼자 짊어져 왔던 고통에 공식적인 존재감을 부여하는 일이다. "나는 아픈 게 맞았어. 이건 내가 약해서가 아니었어." 그 인 정 하나가 때로는 치료의 절반이 된다. 책을 읽으며 비로소 내 두통의 패턴을 되짚어 보기 시작했다. 날씨가 흐린 날, 수면이 부족한 날, 끼니를 거른 날, 머리가 아파오는 타이밍에 분명한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을 '그냥 내 체질'이라 여겼는데, 사실은 내 몸이 일관되게 보내온 신호였다. 두통 일기를 쓰라는 권유가 처음엔 번거롭게 느껴졌지만, 내 통증의 유발 요인을 스스로 파악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라는 말에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 그것은 전쟁에서만이 아니라, 만성 통증과의 싸움에서도 통하는 진리다.

책의 저자들은 의사이기 전에, 수많은 환자들의 고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이다. 책 곳곳에서 그 경험의 무게가 느껴진다. 임상 데이터나 의학 논문의 인용에 그치지 않고, 진료실 문을 두드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던 실제 환자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두통을 앓았다는 분들의 이야기는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워졌다. 좋다는 병원은 다 다녀봤지만 MRI에서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들었고, 결국 '스트레스성'이라는 모호한 진단 하나를 껴안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 날들. 아무도 내 고통을 제대로 보아주지 않는다는 그 외로움이, 어쩌면 두통 그 자체보다 더 사람을 지치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음 메시지가 더욱 깊게 남는다." 세상에 괜찮은 두통은 없습니다. 그러나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고통받아온 사람들이 치료를 통해 실제로 변화를 경험했다는 임상의 기록이자, 포기하지 말라는 진심 어린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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