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동맹이라는 거울 - 한미일 안보 체제의 한계와 가능성
지지와 야스아키 지음, 길윤형 옮김 / 한겨레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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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고, 이에 미국이 군사개입을 결정한다면 일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재일미군이 대만으로 직접 출격하려 할 경우, 일본 정부는 미국과 사전협의를 거쳐 기지 사용을 승인해야 한다. 이때 적대 세력이 '일본이 미군에게 기지 사용을 허용한다면, 일본도 공격 대상으로 간주하겠다'고 위협해온다면, 일본은 과연 기지 사용을 거부함으로써 분쟁의 당사자가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을까? 치지와 야스아키(千々和泰明)의 책은 바로 이 불편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한다. 흥미로운 주제다.

저자는 방위성 방위연구소의 수석연구관으로, 내각관방 부장관보(안전보장·위기관리 담당)실에서 실무를 경험한 안보 전문가다. 이 책은 그러한 현장 경험과 학문적 분석을 결합하여, 전후 일본이 굳혀온 일미동맹 인식의 '사각지대'를 다섯 가지 주제 즉, 기지 사용, 부대 운용, 사태 대처, 출구전략, 확대억지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검토한다. 핵심 문제의식은 하나다. 일본이 자국의 국내 논리와 희망적 사고에 기반한 '일본적 시점'에만 갇혀 있으면, 안보 현실과의 간극이 커져 오히려 일본 자신의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일본적 시점'이란, 전후 일본이 안보 논의에서 지속적으로 견지해 온 관점이다. 미국의 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것, 군사적 협력은 최소한에 그치겠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헌법 해석의 테두리 안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태도가 그것이다. 이 시점은 국내 여론과 정치적 합의를 중시하는 일본 특유의 정치 환경에서 형성된 것으로, 그 자체로 비합리적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 시점이 상대방의 인식이나 지역 전체의 세력균형과는 무관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데 있다.  예컨대 기지 사용 문제에서 일본은 사전협의 제도를 통해 재일미군의 직접 전투작전 행동에 제약을 가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적대 세력의 눈에 일미동맹은 일체화된 안보 시스템으로 비친다. 일본이 '노(No)'라고 답할 가능성을 고려해 주거나, '어쩔 수 없이 묵인하는 것이니 적국이 아니다'라고 이해해 줄 상대방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는 중요한 것은 기지 사용 허부(許否) 자체가 아니라, 그 허용 여부가 미국 중심의 동맹 네트워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게 하여 지역 평화 질서를 유지하는가에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바로 저자가 제안하는 '제3자적 시점'이다. 이는 단순히 해외의 시각을 수입하는 것도, 일본의 관점이 틀렸다고 훈계하는 것도 아니다. 국가 간 상호작용과 세력균형이라는 지정학적 현실을 직시하는 관점으로, 일본적 시점을 이 넓은 맥락 안에서 상대화하려는 시도다.

책의 역사적 분석 축을 이루는 개념이 '극동 1905년 체제'다. 러일전쟁 이후 성립된 이 지역 질서는, 전통적 패권국 중국이 약화되거나 자제하는 상황을 전제로, 일본 및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한반도(적어도 남부)와 대만이 세력의 뒷받침 아래 같은 진영에 묶이는 구조를 가리킨다. 1905년에 미국, 영국, 그리고 러시아까지 승인한 포츠머스조약 체제에서 유래한 이 질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영유권 상실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일미동맹, 미한동맹, 대만관계법 등을 통해 사실상 계승하였다. 이 시각에서 보면, 일미동맹은 결코 독립적인 양국 간 조약이 아니다. 미한동맹과 사실상 맞물려 있는 '미일·미한 양동맹'이라는 광역 안보 시스템의 일부로 기능한다. 저자는 이것이 바로 '극동 조항'이나 '조선 밀약' 같은 제도적 장치들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장치들은 미일동맹이 더 큰 지역 안보 체계의 일환으로 작동하기 위한 '경첩'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일본적 시점에서만 바라보면 이 구조는 좀처럼 보이지 않지만, 제3자적 시점으로 전환하는 순간 그 의미가 분명해진다. 또한 저자는 한국과 대만에도 비전략핵이 배치되었던 냉전기의 사례를 들어, 미국이 핵 전력을 운용할 때에도 극동 전체를 하나의 전략 단위로 사고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오키나와에 배치된 핵무기가 일본 유사사태보다 한반도 유사사태를 주로 상정했다는 사실은, 일미동맹이 지역적 연계 속에서만 올바르게 이해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저자가 제시하는 다섯 개의 사각지대 중 특히 인상적인 것은 밀약과 출구전략, 그리고 확대억지에 관한 논의다. 전후 일미 간의 각종 밀약(핵 탑재 함선의 기항, 조선 유사사태에서의 기지 사용, 오키나와 반환 협정)은 일본 국내 정치의 논리에서 보면 민주주의적 투명성의 결여로 비판받는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지정학적 시각에서 재조명한다. 전략 문화가 상이한 두 나라가 동맹을 유지하려면, 국가 안보에 책임을 지는 외교 당국이 고도의 정치적 판단 아래 정책을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밀약의 존재 자체가 억지력으로 작용하는 아이러니도 지적된다. 지휘권 문제에서도 일미동맹의 특수성이 드러난다. 미군 합동참모본부는 동맹 간 지휘권 조정 방식을 세 가지, 지휘권 통합형(미한동맹·나토), 일국주도형(이라크전쟁 연합군), 지휘권 병립형 으로 분류한다. 일미동맹은 이 중 지휘권 병립형에 해당한다. 이는 일본이 역사적·정치적 이유로 지역 다자동맹 참여에 소극적이었고, 주변국들 역시 일본의 가입을 꺼렸던 데서 비롯된 구조다. 이 구조가 실제 유사사태 시 어떤 조정 과제를 낳는지에 대해 저자는 냉철하게 분석한다.


출구전략 논의에서 저자는 태평양전쟁기 일본의 전쟁 종결 구상을 반면교사로 삼는다. 일본은 독일의 승리와 영국의 굴복을 전제로 미국과의 무승부를 노렸으나, 독일의 패망 이후 '일격평화론'으로 선회했다가 결국 소련의 힘에 기댔다. 이 일련의 과정은 국제정치의 현실보다 국내 합의 형성을 우선시한 결과였다. 저자는 이러한 '결단하지 못하는 헌법 체제'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유사사태를 어떻게 종결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제1차 걸프전쟁에서 다국적군이 사담 후세인 정권을 온존시킨 것이 결국 2003년 이라크전쟁의 씨앗이 된 사례처럼, '타협적 평화'와 '분쟁 원인의 근본적 해결' 사이의 선택은 단순한 군사 문제가 아니라 심층적인 전략 판단의 문제다.

2015년 안보법제 제정과 집단적 자위권의 한정적 행사 용인, 그리고 일미 확대억지 협의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일본의 안보 논의가 여전히 헌법 준수 여부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고 있다고 진단한다. 물론 헌법의 규정과 해석에 따라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입헌주의의 기본이다. 그러나 세력균형론의 관점에서 일본의 생존 조건을 논하는 풍토가 아직 시민권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우려다.  비핵 3원칙과 미국의 확대억지 정책 간의 긴장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핵 탑재 함선의 일시 기항도 사전협의 대상이며, 미국이 이를 요청한 적이 없기 때문에 핵 탑재 함선이 일본에 기항한 사실이 없다는 '픽션'을 유지해왔다. 이 설명에 납득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저자도 인정한다. 문제는 이 픽션이 국내 정치적 필요에서 나온 것이기에, 실제 억지력 강화라는 관점에서 논의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데 있다.

최근 아시아·태평양에서는 허브 앤 스포크형 동맹망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조약상 동맹국이 아닌 국가들 사이의 안보 협력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과 대만, 쿼드(QUAD)를 구성하는 오스트레일리아와 인도, 영국, 필리핀 등과의 다국간 네트워크화가 현실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추세 속에서 우주·사이버·전자파 등 신영역을 포함한 정보 공유와 운용 조정이 중요해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극동 1905년 체제'의 현대적 재편 방향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책은 어느 한쪽의 이념이나 정치적 입장을 옹호하지 않는다. 저자는 일본의 관점이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이 안보 현실의 전체 그림을 가리는 '사각지대'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차분하고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역사적 경위를 꼼꼼히 따라가면서도, 일반 독자가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직관에 반하는 논점들을 풀어내는 솜씨는 인상적이다.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엄혹한 안보 환경 속에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미동맹을 제3자적 시점에서 바라보는 전략적 논의 자체가 억지력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지정학적 시점을 포함한 깊이 있는 안보 논의가 활성화되는 것, 그것이 이 책이 궁극적으로 촉구하는 바다. 중국의 부상과 대만 문제,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이 된 오늘날, 이 책이 제기하는 문제는 일본만의 것이 아니다. 한반도 및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의 안보 질서를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유효한 사유의 틀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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