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에서 황제는 백마 위에서 폭풍처럼 펄럭이는 망토를 두르고 용맹하게 산을 오른다. 그러나 사실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을 때 탄 것은 추위에 강한 노새였다. 실제 체형도 그림 속 훤칠한 미남 청년과는 거리가 있었다. 나폴레옹은 회화가 가진 커뮤니케이션의 힘을 본능적으로 꿰뚫고 있었다. 그는 예술가를 고용해 자신의 이미지를 철저하게 설계했다. 그림 속 바위에는 한니발과 샤를마뉴 대제의 이름 옆에 '보나파르트'를 새겨 넣었다. 전설적 영웅들의 반열에 자신을 위치시키는 이 의도적 구성은 오늘날의 브랜딩 전략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그리고 이 그림은 여러 점 복제되어 각지에 배포되었다. 제국의 이미지를 전파하는 홍보물로 기능한 것이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 교과서에 실려 나폴레옹의 영웅적 이미지를 재생산하고 있으니, 이것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이미지 마케팅 사례 중 하나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인상파 작품들은, 처음 등장했을 때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혹독한 외면을 받았다. 당시 사람들의 눈에 그것은 미완성처럼 보이는 낯선 그림들이었다. 이 '잡동사니' 같은 그림들의 가치를 세상에 알린 인물이 화상 폴 뒤랑뤼엘이었다. 그의 전략은 단순하지만 강력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연출된 매장에 금테 액자와 화려한 소품들을 배치하고, 찾아오는 고객을 귀빈처럼 대접했다. 높은 가격표는 오히려 고객의 욕망을 자극했다. 작품을 이해하지 못해도 그 호화로운 연출 속에서 고객은 자신이 세련된 안목을 가진 사람이라는 기분에 취했고, 체면 때문에라도 지갑을 열었다. 이것은 오늘날 명품 브랜드들이 구사하는 마케팅의 원형이다. 상품의 기능적 가치만으로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소유하는 경험 자체를 판매하는 방식. 인상파 그림을 팔기 위해 고안된 이 전략은 이후 갤러리, 보석 매장, 고급 호텔에 이르기까지 프리미엄 시장 전반의 공통 문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