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씽킹 - 제멋대로 이어지는 생각의 루프에서 벗어나는 법
벳시 홈버그 지음, 윤효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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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평가하는 목소리와 함께 살아왔다. "넌 왜 그것밖에 못 해?", 저 사람들이 너를 어떻게 볼까?", "이번에도 실패하면 어쩌지?" 이 목소리는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러워서,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곧 자신의 본질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심리학자 벳시홈버그 박사는 그 믿음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과연 우리가 들어온 그 비판적인 목소리가 정말 '나'로부터 나온 것인가? 그리고 만약 그것이 내가 아니라면,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 홈버그 박사의 핵심 주장은 우리를 괴롭히는 부정적인 생각들은 의식적인 자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뇌의 특정 신경망인 기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의 자동적인 작동 결과라는 것이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생각은 단일한 의식의 흐름이 아니라 두 개의 뚜렷한 신경망 즉, 외부 자극 없이도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DMN과, 목표 지향적 사고를 담당하는 중앙실행네트워크(Central Executive Network, CEN) 사이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다. 우리가 멍하니 앉아 있을 때, 잠들기 전 뒤척이며 쓸데없는 생각을 반복할 때, 혹은 지난 실수를 끝없이 곱씹을 때 등이 모든 순간에 DMN이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DMN은 원래 생존을 위해 설계된 메커니즘이다. 위험을 감지하고, 집단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경계하며, 실패의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는 역할을 한다. 수백만 년의 진화 과정에서 이 시스템은 우리 조상들이 맹수를 피하고 무리에서 살아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문제는 현대 사회가 그 어떤 진화적 시간보다도 빠르게 변했다는 점이다. 복잡한 인간관계, 직장 내 경쟁, 소셜미디어를 통한 끊임없는 비교의 시대에 DMN은 여전히 수만 년 전의 방식으로 작동하며 현대인의 일상에 불필요한 경보를 울린다. " 넌 충분하지 않아 " , " 저들이 너를 싫어할 거야 ", , " 어차피 실패할 텐데 " 라는 목소리는 사실 야생의 위험을 감지하도록 설계된 원시적 뇌가 현대적 맥락에서 오작동하는 결과인 것이다.

책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식의 피상적인 조언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홈버그 박사는 부정적 사고의 가장 파괴적인 형태로 반추(rumination)를 지목한다. 과거에 집중되고, 부정적이며, 원치 않지만 멈출 수 없는 생각의 반복, 반추는 본질적으로 DMN이 생성한 시나리오 속에 의식이 갇히는 현상이다. 연구에 따르면 반추는 고통 스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해악을 끼친다. 스트레스 사건 이후에 반추하는 사람들은 동일한 사건에 대해 더 강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며, 이후 새로운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더 취약한 반응을 나타낸다. 즉, 반추는 우리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통에 더 깊이 빠뜨리는 역효과를 낳는다. 더불어 DMN의 강한 활성화는 수면을 방해한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잠드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단계는 DMN이 서서히 꺼지는 것인데, 불안과 걱정이 많은 상태에서는 이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음은 가라앉지 않으며, 결국 수면 부족이 DMN을 더욱 강화하 는 악순환이 만들어진다. 스트레스, 피로, 감정적 혼란이 서로를 증폭시키는 이 구조는 현대인의 만성적 번아웃과 정신적 소진을 뇌과학적으로 설명해주는 매우 중요한 통찰이다. 홈버그 박사는 이러한 악순환을 끊는 열쇠로 CEN의 의도적 활성화를 제안한다. 적극적 경청, 마음챙김, 목표 지향적 활동은 모두 CEN을 활성화하고 DMN을 잠재우는 효과가 있다.

특히 적극적 경청의 경우, 상대방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순간 내면의 독백이 잦아들고 뇌의 판단 영역이 일시적으로 차단 된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이는 단순한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학적 메커니즘의 전환임을 시사한다. 우리가 억지로 "나쁜 생각을 하지 말자"고 다짐하는 것이 거의 효과가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생각을 억압하려 할수록 DMN 은 오히려 더 활발히 작동한다. 중요한 것은 DMN의 목소리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의식의 초점을 CEN이 활성화되는 방 향으로 자연스럽게 이동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DMN의 목소리가 내 것이 아니라면, 진정한 '나'는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이 이 책의 핵심이자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다. 홈버그 박사는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여정이 거창하거나 극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오히려 일상의 아주 작고 사소한 순간들 속에 이미 존재한다. 잠깐 차 안에서 느끼는 고요함, 동료의 농담에 자연스럽게 터지는 웃음, 한 조각 초콜릿의 달콤함 등 무의식적으로 끌리는 사소한 것들이 사실 진정한 자신의 욕망과 가치관을 가리키는 나침반이 된다. 홈버그 박사는 우리가 타인의 긍정적인 말은 쉽게 흘려버리면서 부정적인 말은 오래도록 붙잡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 역시 DMN의 작동 방식에서 비롯된다. DMN은 집단 내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기 때문에, 비판이나 거절의 신호를 생존과 직결된 위협으로 처리한다. 반면 칭찬이나 긍정적 피드백은 생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중립적 정보로 취급하여 쉽게 지나쳐버린다. 이 불균형한 정보 처리 방식이 바로 우리가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가혹해지는 신경학적 원인이다.

우리는 모두 DMN이라는 낡은 생존 시스템을 탑재하고 살아가지만, 동시에 그 시스템을 바라보고 초월할 수 있는 의식을 가진 존재이기도 하다. 진정한 자유는 부정적 생각 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이 나를 대신해 결정 내리도록 허락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의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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