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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한 끗 - 같은 일을 해도 더 돋보이는
김경미 지음 / 경이로움 / 2026년 3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한동안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말을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고, 맡은 자료는 몇 번이고 다시 다듬었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제출을 미뤘고,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싶어 혼자 끙끙댔다. 그렇게 하면 언젠가는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히 나보다 짧은 시간을 쓰는 것 같은 사람이, 나보다 훨씬 부드럽게 일을 풀어갔다. 보고서의 완성도가 나보다 높은 것도 아니었고, 특별한 기술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달랐다. 상사가 그 사람 앞에서는 편안해 보였고, 팀원들도 자연스럽게 그 사람 쪽으로 기울었다. 나는 그것이 그냥 '타고난 성격' 탓이라고 생각했다. 눈치가 빠른 사람, 원래부터 사람을 잘 다루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무엇이 다른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일의 한 끗 그 다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열심히 하는 것과 잘 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틈이 있다. 그리고 그 틈을 채우는 것이 바로 센스였다. 문제는 그 센스가 추상적인 무언가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눈치? 요령? 경험? 하지만 곰씹어보면 센스는 그런 모호한 것이 아니다. 상대가 지금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살피는 눈, 이 타이밍에 이 말을 꺼내도 되는지를 가늠하는 감각, 내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닿을지를 미리 상상하는 힘. 그것들의 조합이다. 그리고 그것은,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익힐 수 있는 것들이었다. 오래 일하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일이란 결코 혼자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가 맡은 업무를 훌륭하게 마쳤다 해도,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이 불안했다면 그것은 온전한 성과가 아니다. 상사가 '지금 어디까지 됐지?'를 속으로 되뇌고 있는 동안, 나는 혼자 뚝심 있게 일하고 있었던 셈이다. 중간 보고를 꺼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 을 보여주기가 부끄럽거나, 더 잘 다듬어서 한 번에 제대로 내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다.나도 그랬다. 그런데 그 선의가 때로는 상대를 불안하게 만든다. 일의 진행 상황이 보이지 않으면,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기 시작한다. 반면 "현재 절반 정도 진행됐고, 내일 오전까지는 초안이 나올 것 같습니다"라는 한 마디는 놀랍도록 많은 것을 해결한다. 상대의 불안을 가라앉히고, 신뢰를 쌓으며, 나 자신도 일의 흐름을 점검하게 만든다. 루틴이라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거창한 습관이 아니어도 된다. 퇴근 전 10분, 오늘 한 일과 내일 할 일을 짧게 정리하는 것.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오늘의 우선순위 세 가지를 떠올리는 것. 이런 소소한 루틴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주변 사람들에게 '이 사람은 계획 없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무언의 신호를 보내는 장치가 된다. 믿음은 거창한 성과 하나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이런 작고 일관된 행동들이 켜켜이 쌓여서 만들어진다. 그러니 완벽한 결과물을 한 번에 내 놓는 것보다, 제때 상황을 공유하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타이밍 맞는 보고가 완벽한 보고보다 낫다는 말은, 경험이 쌓일수록 더 깊이 실감하게 된다.직장 생활에서 생각보다 많은 것이 '말'로 결정된다. 보고서의 내용이 아무리 충실해도, 말하는 방식이 어긋나면 그 내용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반대로 짧은 말 한마디가 막혔던 일을 단숨에 풀어내기도 한다. 문제만 가지고 상사에게 가는 것과, 문제와 함께 두 가지 대안을 들고 가는 것은 전혀 다른 대화를 만든다. 전자는 상사를 막막하게 하고, 후자는 상사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대안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지를 함께 말하는 것이다.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저는 이 방향이 더 적절하다고 봅니다"라는 문장은 짧지만, 상대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고 대화를 빠르게 진전시킨다. 이것이 문제만 토로하는 것과, 해결을 향해 나아가는 것의 차이다. 메시지 하나도 다르지 않다. 너무 길어서 읽기 버거운 메시지, 너무 짧아서 의도가 불분명한 메시지. 둘 다 문제다. 진짜 센스 있는 메시지는 친절하고 간결하면서도, 상대가 다음 행동을 취할 수 있게 만드는 메시지다. 메시지를 쓰고 나서 한 번, 받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다시 읽어 보는 것. 이 작은 습관이 수많은 오해와 불필요한 오고감을 줄여준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말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어떤 상사는 숫자와 결과를 원하고, 어떤 상사는 과정과 분위기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같은 내용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들린다. 이것은 아부나 처세의 문제가 아니다. 상대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맞게 소통하는 것, 그 것 자체가 효율적인 협업이다. 결국 일 센스란 거창한 어떤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상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한 박자 먼저 생각하는 것. 내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지를 미리 헤아리는 것. 완성보다 소통을 앞세우는 것. 그 작은 차이들이 모여, 어느 날 문득 '저사람은 일을 참 잘한다'는 말을 만들어낸다. 그 한 끗은 멀리 있지 않다. 오늘의 보고 타이밍을 조금 바꾸는 것에서, 내일의 메시지 문장 하나를 다시 다듬는 것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