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2가지 심리실험 - 돈과 욕망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심리실험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니나킴 그림, 한은미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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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코스피가 6000을 넘었다는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묘한 감각을 느꼈다. 흥분도 아니고, 안도도 아니며, 그렇다고 무관심도 아닌 느낌이었다. 어떤 기이한 갈증 같은 것. 숫자는 커졌지만, 내 삶의 무게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느낌. 내 지갑 속 돈과 저 멀리 전광판에 찍힌 숫자 사이의 거리가, 오히려 더 아득하게 느껴지는 역설이다. 이번에  나이토 요시히토의 심리학 실험들을 읽으면서, 그 갈증의 정체가 조금씩 선명해졌다. 인간은 이성으로 판단한다고 믿지만, 실제 행동을 지배하는 건 욕망이다. 그리고 그 욕망은 놀랍도록 비합리적이며, 놀랍도록 정직하다. 무시하라고 하면 더 집착하고, 사랑에 빠지면 우울함이 줄어들고, 불황이 깊어지면 다른 유형의 미(美)를 갈망한다. 이 모든 실험들이 말하는 것은 결국 하나다. 인간은 욕망하는 존재이며, 그 욕망이 곧 경제를 포함한 세계 전체를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코스피 6000 시대를 살아가는 나는, 내 욕망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주식시장이 새로운 고점을 향해 달릴 때마다, 사람들은 두 가지 욕망 사이에서 갈등한다. 올라타야 한다는 두려움과, 이미 늦었다는 체념. 이 두 감정은 종종 구별이 어렵다. 그런데 나이토의 책에 등장하는 한 실험은 이 상황을 날카롭게 꿰뚫는다. 특정 정보를 무시하라는 말을 들은 사람이, 오히려 그 정보에 두 배나 강하게 반응했다는 결과. 이른바 '청개구리 심리'다.  코스피 6000 시대의 투자 심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지금은 위험하다', '거품이다', '조정이 올 것이다'라는 경고가 쏟아질수록, 그 경고를 의식적으로 무시하려는 사람들의 매수 욕구는 오히려 더 커진다. 이성은 '조심하라'고 속삭이지만, 욕망은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고 고함을 지른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욕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문제는 이 욕망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욕망 없이는 행동도 없다. 위험을 감수하는 욕망이 없었다면, 인류는 아직도 동굴 속에 앉아 안전을 계산하고만 있었을 것이다. 코스피가 1000이던 시절에, 6000을 꿈꾸며 투자를 감행한 사람들의 욕망이 없었다면 — 지금 이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욕망은 시장을 만들고, 시장은 욕망을 증폭한다.  그러나 증폭된 욕망은 때로 자신의 원래 크기를 잊어버린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잊고, 숫자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순간, 욕망의 삽질은 방향을 잃는다.


나이토의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실험 중 하나는 기억의 조작에 관한 것이었다. 단 5분짜리 영상을 보고 난 직후에도, 무려 77퍼센트의 사람들이 실제로는 없었던 장면을 '기억했다'. 유도 질문 하나로 인간의 뇌는 존재하지 않은 사실을 스스로 만들어낸다.  이것을 재테크의 언어로 번역하면 이렇게 된다. 우리는 자신의 과거 투자 경험을 객관적으로 기억하지 못한다. '그때 내가 옳았다'고 기억하는 판단 중 상당수는, 실제로는 운이 좋았거나 타이밍이 맞았거나 혹은 손실을 기억에서 지운 결과다. 인간의 뇌는 성공을 능력으로, 실패를 외부 요인으로 귀속시키는 경향이 있다. 나이토의 또 다른 실험이 밝혀낸 것처럼, 우리는 언제나 자신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코스피 6000 시대가 열리면서, SNS에는 자신의 투자 성공담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들이 기억하는 자신의 투자 여정은 얼마나 정확한가? 반대로, 지금 시장에서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은 — 자신이 과거에 겪었던 폭락의 기억을, 실제보다 더 강렬하고 선명하게 소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욕망은 기억 위에 세워지는데, 그 기억 자체가 이미 욕망에 의해 재구성된 것이라면, 우리의 판단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불확실한 기억 위에 쌓은 욕망의 성(城). 그것이 현대인의 투자 심리가 지어진 토대일지 모른다.


나이토의 책 중에서 내가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실험은 의외로 단순한 것이었다. 경제가 어려울 때 사람들이 선호하는 여성의 외모가 달라진다는 연구. 불황기에는 좀 더 성숙하고 현실감 있는 상(像)을 갈망하고, 호황기에는 화려하고 이상화된 상을 추구한다는 것.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조차, 경제 상황이라는 외부 조건에 따라 유연하게 재정의된다.  이 실험이 보여주는 더 깊은 진실은 이것이다. 욕망은 진공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욕망은 항상 맥락 속에, 사회 속에, 시대 속에 존재한다. 코스피 6000이라는 숫자가 만들어낸 호황의 분위기는, 사람들의 욕망을 특정 방향으로 틀어쥔다. 더 빠르게, 더 크게, 더 많이. 이른바 '빠른 부의 실현'에 대한 욕망이 팽창하는 시대다.  그러나 나이토의 다른 실험( 행복에는 돈보다 인간관계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 이 조용히 반박한다. 자산이 불어나는 속도와,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속도는 같은 곡선을 그리지 않는다. 코스피가 2000에서 6000으로 세 배가 됐다고 해서, 인간의 행복이 세 배가 되지는 않는다. 이것은 인간이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 인간의 욕망이 원래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욕망은 채워지는 순간, 새로운 욕망의 단계로 진화한다.  6000을 넘어선 사람들은 이미 7000을 보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시장을 움직이는 힘이기도 하고, 동시에 개인을 소진시키는 구조이기도 하다.

나이토의 심리 실험들이 진정으로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욕망을 억압하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욕망의 구조를 이해하라. 그래야 욕망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활용할 수 있다.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도박 상태 자체'에 집착한다는 실험은, 무언가를 원한다고 생각할 때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볼 것을 요청한다. 주식을 원하는가, 아니면 수익을 원하는가? 수익을 원하는가, 아니면 그 수익이 가져다줄 자유를 원하는가? 자유를 원하는가, 아니면 자유로운 상태에서 누릴 관계와 시간을 원하는가? 욕망을 한 꺼풀씩 벗겨내면, 결국 그 핵심에는 언제나 인간적인 무언가가 남는다. 코스피 6000 시대를 현명하게 산다는 것은, 남보다 빨리 정보를 얻는 것도, 더 정교한 알고리즘을 쓰는 것도 아닐지 모른다. 그것은 자신의 욕망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능력이다. 내가 지금 두려움으로 행동하는가, 탐욕으로 행동하는가? 이 선택은 어느 욕망에서 비롯된 것인가? 이 욕망은 지금 내 진짜 삶의 방향과 일치하는가?  자기 자신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인간의 심리를 역으로 활용하면, 적어도 중요한 결정 앞에서 '나는 지금 스스로를 속이고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한 번쯤 던지게 된다. 불편하지만 정직한 그 질문이, 실험실 밖 현실에서는 '부의 삽질'을 '부의 성취'로 바꾸는 가장 근본적인 도구일 것이다.


코스피 6000이라는 숫자는, 그 자체로 하나의 욕망의 지형도다. 수십 년에 걸쳐 수천만 명의 욕망이 사고팔고 두려워하고 희망하고 절망하고 다시 믿어온 결과가, 저 하나의 숫자 안에 압축되어 있다. 그 숫자 앞에 서서, 나는 내 욕망의 지도를 새로 그려야 한다.  나이토 요시히토의 62가지 실험들이 말하는 것처럼, 인간은 욕망을 통해 행동하고, 행동을 통해 세계를 만들어간다. 아침형 인간이 시험에서 유리하다는 실험도, 어려운 목표를 가진 사람이 더 큰 성취감을 느낀다는 연구도, 감사 일기를 쓰는 것만으로 건강해진다는 결과도, 모두 욕망의 방향을 의식적으로 설정한 사람이 더 풍요롭게 산다는 것을 가리킨다.  코스피가 어디까지 가든, 결국 나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이 아니라 나다. 정확하게는, 내가 내 욕망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얼마나 잘 다루는가. 욕망을 부정하면 청개구리 심리처럼 더 강하게 되돌아온다. 욕망을 맹목적으로 따르면 기억이 조작되듯 현실도 왜곡된다. 그러나 욕망을 직시하고,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할 때, 그 욕망의 삽질은 비로소 땅을 제대로 파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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