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초급 스페인어 문법 - 초급 학습자를 위한 기초 스페인어 문법서 [원어민 MP3+스페인어 필수 동사표 100 PDF]
BONA.시원스쿨 스페인어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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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느 날 문득, 달력을 바라보다 깨달았다. 여름이 오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햇살이 유난히 길어진 어느 오후, 나는 습관처럼 SNS를 스크롤하다 멈췄다. 새하얀 벽에 원색의 꽃들이 가득 피어 있고, 좁은 골목 사이로 황금빛 햇살이 쏟 아지는 사진 한 장. 그 아래 짧은 태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세비야 #스페인. 그 순간이었다. 심장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두근거렸다. 스페인. 언제나 막연하게 동경하면서도 한 번도 진지하게 꿈꿔본 적 없던 나라. 플라멩코의 붉은 드레스, 가우디의 화려한 건축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너머로 쏟아지는 빛. 그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떠 오르며 가슴 한편을 저릿하게 당겼다. 나는 그날, 조용히 결심했다. 올여름, 스페인으로 간다. 패키지가 아닌, 온전한 나만 의 자유여행으로.

결심은 쉬웠지만, 현실은 달랐다. 자유 여행이란 결국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고, 길을 묻고, 작은 시장에서 흥정하는 일들. 영어조차 잘 통하지 않는 스페인의 작은 마을에서, 스페인어 한마디 모르는 내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그 생각이 설렘 위로 살며시 얹혔다. 나는 서점으로 향했다. 스페인어 코너 앞에 서서 한동안 책들을 바라봤다. 수십 권의 책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번에 읽을 기회가 있었던 책이 눈에 들어왔다. 군더더기 없이 단정한 표지. 손에 들고 첫 페이지를 펼쳤을 때, 이상하게도 겁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설렜다. 시원스쿨 스페인어 BONA 강사의 문법 입문서였다. 집에 돌아와 책을 천천히 살펴봤다. 이 책은 스페인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을 위해 A1에서 A2 수준의 기초 문법만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시중의 많은 문법서들이 초급부터 고급까지 한 권에 담으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초보 학습자에게는 벽이 된다는 걸 이 책은 정확히 짚고 있었다. 기초 중의 기 초, 그것만 제대로 파고드는 책. 그 단순하고 명확한 방향이 마음에 들었다.

책의 구성도 인상적이었다. 매 과는 '오늘의 문장 오늘의 문법+ 상황별 예문 QUIZ로 확인하기 + 오늘의 핵심' 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이론을 익히고, 예문으로 확인하고, 문제로 복습하는 구조. 달달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반복하면서 문법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도록 설계된 커리큘럼이었다. 초보 학습자가 가장 어려워한다는 동사 변형과 시제도 Bonus Track 코너를 통해 손으로 직접 써 내려가며 익힐 수 있었다. 공부를 시작한 첫날, 나는 동사 변형표를 손으로 옮겨 적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손가락이 생각보다 빨리 아파왔지만, 그 아픔이 싫지 않았다. '내가 지금 정말 무언가를 배우고 있구나'라는 실감이 났다. 각 과 마지막에 정리된 필수 어휘 덕분에 따로 사전을 뒤적이지 않아도 됐고, 수업 흐름이 끊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를 책 앞에 붙잡아 둔 것은 원어민 MP3였다. 이어폰을 끼고 '오늘의 문장'과 '상 황별 예문'의 음성을 들으며 따라 읽을 때, 스페인어가 활자가 아니라 살아있는 언어로 느껴졌다. 처음에는 혀가 꼬이던 발음들이 조금씩 자연스러워지는 게 신기했다. 함께 제공되는 필수 동사표100 PDF는 출력해서 책상 위에 붙여 두었다. 밥을 먹다가도, 잠들기 전에도 눈길이 갔다. 어느 날은 자다 깨서 동사 변형이 중얼거려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혼자 웃기도 했다. 매일 저녁, 퇴근 후 씻고 나서 책상 앞에 앉는 것이 루틴이 됐다.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시 간이 스페인어 예문을 소리 내어 읽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 "Buenos dias." ":Como estas?" 그 말들이 입 안에서 굴러가는 느낌이 좋았다. 서툰 발음이지만, 소리를 낼 때마다 스페인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기분이었다.

달력을 꺼내 여름까지 남은 날들을 세어봤다. 다섯 달 남짓. 완벽한 스페인어를 구사하겠다는 욕심은 없다. 세비야의 작은 타파스 바에서 자신 있게 메뉴를 주문하고, 길을 잃었을 때 근처 사람에게 용기있게 길을 물을 수 있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 서툰 스페인어 한 마디가 완벽한 영어 문장보다 그 나라 사람의 마음에 더 가깝게 닿을 때가 있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생각해보면, 스페인 여행은 이미 시작됐다. 비행기에 오르는 그 순간이 아니라, 지금 이 책상 앞에서. 서툴게 발음을 따라 읽고, 동사 변형표를 손으로 써 내려가고, 예문 속 문장의 뜻을 하나씩 헤아리는 이 모든 순간들이 이미 여행의 일부다. 언어를 배운다는 건 그 나라의 문을 여는 열쇠를 깎는 일이다. 아직 거칠고 투박하지만, 조금씩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 여름이 오면, 나는 스페인의 햇살 속에 서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용감하고, 조금 더 자 유로운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 여름을 향해, 오늘도 책을 펼친다. "'Va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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