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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주사위 던지기가 아니다 : 하 - 합리적 의사 결정을 위한 베이즈적 사고 ㅣ 인생은 주사위 던지기가 아니다
류쉐펑 지음, 유연지 옮김, 김지혜 감수 / 미디어숲 / 2026년 3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오랫동안 인생을 주사위 던지기라고 생각해 왔다. 어떤 선택을 앞에 두고 오래 고민하다가도, 결국 마음속 어딘가에서 “이건 운이야"라는 말로 결론을 내리곤 했다. 면접 결과를 기다리며 "어차피 운이잖아"라고 중얼거리고, 친구의 사업이 망했을 때 "타이밍이 안 좋았던 거야"라고 위로했다. 잘 되면 운이 좋은 것이고, 안 되면 운이 나쁜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편했다. 잘못된 판단에 대해 스스로를 책임지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그런데 최근 베이즈 정리를 중심으로 우리의 판단과 사고방식을 다룬 책을 읽으면서, 그 편안한 믿음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인생은 주사위 던지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렇다. 주사위가 던져지는 것은 맞지만, 우리는 그 주사위의 눈을 완전히 무작위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어떤 눈이 나올 가능성을 더 잘 이해하고, 그에 맞게 준비하고, 판단을 갱신해 나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이라고 나는 이해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꽤 오랫동안 '확률이 높다'는 말을 '거의 확실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왔다. 병원에서 "이 검사의 정확도는 99%입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안도하거나 혹은 공포에 휩싸였다. 양성 판정이 나왔다면 '나는 병에 걸린 것'이라고 거의 단정 지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사실은 그게 얼마나 성급한 결론인지였다. 검사의 정확도가 99%라는 말은, 그 질병의 유병률이나 내가 그 질병에 걸릴 사전 확률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숫자다. 만약 그 질병에 걸릴 사람이 10만 명 중 1명꼴이라면,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 실제로 환자일 가능성은 생각보다 훨씬 낮을 수 있다. 이것이 나를 가장 먼저 흔들어 놓은 지점이었다. 우리는 숫자에 속는다. 더 정확히는, 숫자의 맥락을 보지 않고 숫자 그 자체 만을 받아들이는 습관에 속는다. 뉴스 헤드라인이 말하는 "00 섭취시 암 발병률 2배"라는 문장도 마찬가지다. 기저 확률 이 0.001%인 암의 발병률이 2배가 된다는 것은, 실제로는 0.002%가 된다는 뜻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2배'라는 숫자에 놀라 그 식품을 끊어버린다. 이것이 착각이다. 그리고 이 착각은 무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뇌가 원래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직관의 기계다. 빠르게 판단하고, 명확한 인과관계를 찾아내고, 권위 있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것은 오랜 진화의 산물이다. 사바나 초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건 포식자일 수도 있어'라고 즉각 반응하는 능력은 생존에 유리했다. 하지만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그 직관은 종종 우리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다. 친구가 한 번 경험한 일을 마치 보편적인 법칙처럼 받아들이고, 전문가의 한마디에 수십 년의 습관을 바꾸고, 충격적인 뉴스 하나에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느끼는 것. 이 모든 것이 직관이라는 훌륭한 도구의 오작동이다.
우리의 생활에서 일어나는 혼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우리는 어떤 정치인이 과거에 한 번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그 가 하는 모든 말을 거짓으로 단정한다. 어떤 음식이 특정 연구에서 '해롭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이유로, 그 음식을 완전히 배제한다. 어떤 직종의 평균 연봉이 낮다는 통계를 보고, 그 직종을 선택한 특정 개인의 미래를 단정한다. 이 모든 판단은 맥락을 무시하고 숫자만을 본 결과다. 맥락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사전 확률이다. 내가 어떤 판단을 내리기 전에, 이미 세 상에 존재하는 배경 정보다. 그 맥락을 무시하면, 우리는 손에 쥔 증거 하나만으로 세상 전체를 판단하게 된다. 인터넷 시 대는 이 위험을 극대화했다. 충격적인 주장일수록, 클릭을 유발하는 헤드라인일수록, 공유가 많이 될수록 더 많이 퍼진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반복해서 접하면서 사전 확률 자체를 왜곡당한다. 드문 사건이 마치 흔한 것처럼 느껴지고, 극단적인 의견이 마치 다수의 목소리처럼 들린다. 우리의 판단 기준점이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이동하는 것이다.
책이 제시하는 사고방식은 분명 더 합리적이고 더 정확하다. 하지만 그것을 실제 삶에 적용하려면, 나는 지금까지 편하게 의존해 왔던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첫 인상에 대한 확신, 직관이라는 이름의 편견, 전문가에 대한 맹목적 신뢰, 그리고 "어차피 운이야"라는 달콤한 면죄부 등.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불편함이 오히려 소중하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그불편함은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진짜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직관에만 의존할 때, 삶은 정말로 주사위 던지기처럼 느껴진다. 무작위하고, 예측 불가능하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 하지만 베이즈적 사고를 시작하면, 삶은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완전히 예측할 수는 없어도, 더 나은 판단을 향해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과정으로 보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