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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한민국 재테크 트렌드
조선일보 경제부 엮음 / 원앤원북스 / 2026년 2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마트폰 화면을 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유가알림이다. 배럴당 100달러. 숫자 하나가 마치 경보음처럼 울린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이 전쟁으로 번지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이 흔들렸고, 그 충격은 순식간에 주식시장으로 번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스피 강세에 들떠 있던 시장 분위기는 하루아침에 싸늘하게 식었다.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던 종목들이 순식간에 무너졌고, 뉴스는 빠르게 '위기'라는 단어로 채워졌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나는 자꾸만 한 가지 질문으로 돌아오게 된다. 나는 지금 이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 사실 올해 초만 해도 시장의 공기는 달랐다. 코스피 지수가 역사적 고점을 향해 달려가고,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연일 화제가 됐다. 주변의 대화 속에도 투자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섞여 들었다. "지금 들어가도 늦지 않은 거 아냐?" "Al 관련주는 아직 더 오른다던데." 그 분위기 속에서 나 역시 흔들렸다.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조급함, 남들만 벌고 있다는 불안함. 그 감정은 생각보다 강력하고 끈질겼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했고, 중동의 전운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상승장을 이야기하던 매체들은 이제 하락장 대비를 말한다. 시장은 또다시 예측을 비웃으며 자기 방향대로 움직이고 있다. 나는 이 흐 름 앞에서 <2026 대한민국 재테크 트렌드>를 다시 떠올렸다. 이 책이 무언가를 정확하게 예언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이 책이 진짜로 말하려 했던 것이 무엇인지, 지금이 되어서야 더 선명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책에는 'TACO'라는 표현이 등장한다.'Trump Always Chickens out', 즉 트럼프는 결정적인 순간에 항상 물러선다는 패턴을 가리 키는 신조어다.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 시장을 흔들어 놓은 뒤, 어느 순간 슬며시 물러서는 방식. 처음 이 대목을 읽었을 때는 그냥 흥미로운 분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유가 충격과 함께 요동치는 시장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문제는 트럼프만이 아니었다. 지정학적 갈등,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 이 모든 것이 겹치면서 '과도한 공포 국면'이 만들어지고 있다. 책이 말한 것은 바로 이 국면에서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였다.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 파는 것이 본능이다. 하지만 그 본능이 가장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시장은 오버슈팅과 언더슈팅을 반복하며 움직인다. 바닥이라고 생각했을 때 더 깊은 바닥이 나타나기도 하고, 꼭대기라고 생각했을 때도 계속 오르는 경우가 있다. 책이 경고하는 것은 이 양극단에서 감정에 휘둘려 매매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나는 솔직히 말해, 그 경고를 머리로는 알면서도 감정적으로는 따르지 못했던 적이 많다. 유가 100달러 돌파는 단순히 에너지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자극하고,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에 변수를 더한다.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 신흥국 자금이 이탈하고, 그 흐름은 고스란히 한국 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중동의 화약고가 터진 이 순간, 세계 경제의 연결 고리들이 일제히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부동산 파트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책은 인구 감소 시대에 모든 집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된다고 말한다. 마포나 성동구가 오른다고 해서 인근 지역이 금방 따라가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그 말은 지금 서울 집값의 양극화를 보면 더 실감 난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지방 소도시의 아파트 가격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유동성이 넘치던 시절에는 물이 차오르듯 모든 곳이 올랐지만, 유동성이 선별되는 시대엔 물이 가장 낮은 곳부터 빠져나간다. 지금 나의 자산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선호 지역'에 해당하는지를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는 말이 더 이상 추상적으로 들리지 않는다.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역설적으로 연금과 세금에 대한 이야기가 더 중요해진다. 단기 수익률에 집중하느라 정작 오랜 시간을 두고 설계해야 하는 자산 구조를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책에서 말하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IRP의 3층 연금 구조는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세금 혜택을 최대화하면서 복리로 자산을 불려 나가는 구조라는 점에서, 오히려 시장이 흔들릴 때일수록 이 기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증여세는 10년 단위로 합산된다는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자산 승계는 죽음 앞에서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주기적으로 실행하는 장기 전략이라는 시각. 지금 당장 시장이 어디로 가느냐를 예측하는 것보다, 내 자산이 30년 후에 어떤 형태로 가족에게 이어지는지를 설계하는 일이 더 근본적인 재테크일지 모른다.책을 덮고 다시 스마트폰 화면을 켰다. 유가는 여전히 100달러 근방에서 움직이고 있었고, 지수는 또 출렁였다. 예전 같았으면 그 숫자 하나에 마음이 흔들렸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른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이 흔들림이 공포인가, 기회인가. 내가 지금 현금 비중을 충분히 확보해 두고 있는가. 이번 변동이 장기 추세를 바꾸는 것인가, 아니면 일시적인 과반응인가 고민해 본다, 답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예전처럼 두렵지만은 않다.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 위에서 대비를 설계하는 것. 그것이 이 시대의 재테크가 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라는 것을 이 책은 여러 전문가의 목소리를 통해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시장을 맞히려는 사람이 아니라, 시장을 이해하려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마음 하나를 남기는 것으로, 지금 이 혼돈의 한가운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재테크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