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이 오늘날 신뢰할 만한 학문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흥미로운 발견을 많이 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탈러와 이마스는 이 분야가 일찍부터 채택한 방법론적 엄밀성, 실험 지침과 데이터의 전면 공개, 직접 재현을 통한 축적적 과학 구축이 토대를 튼튼히 했다고 강조한다. 특히 버논 스미스, 찰스 플롯, 앨빈 로스 등 실험경제학의 선구자들과의 초기 교류가 이 문화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모든 후속 연구가 원래 설계를 통제 조건으로 포함시키는 관행 덕분에, 재현은 과학적 과정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또한 금전적 인센티브를 높이거나 실험실을 벗어나 현실 시장으로 이동했을 때도 핵심 변칙들은 오히려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 손실 회피, 보유 효과, 시간 불일치, 사회적 선호—이 모든 현상이 실험실 밖에서도 일관되게 관찰된다는 것이 개정판이 축적한 가장 중요한 성과다. 행동경제학의 기초가 무너지고 있다는 일부의 우려와 달리, 이 분야의 토대는 꽤 견고하다.
쿤(Thomas Kuhn)의 과학철학에 따르면, 기존 패러다임으로 설명되지 않는 변칙들이 충분히 축적되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수십 년에 걸쳐 쌓인 행동경제학의 변칙들은 경제학에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왔는가? 탈러와 이마스의 대답은 의외로 조심스럽다. 그들은 경제학에 아직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본다. 주류 경제학 교과서는 여전히 신고전주의적 합리인 모델을 중심으로 서술되며, 행동경제학은 기껏해야 별도의 장(章)으로 격리된 '흥미로운 예외들의 모음'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저자들이 더 근본적으로 제기하는 질문은, 과연 경제학에 새로운 통일 이론이 등장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인간의 정신이 플라톤이 묘사한 것처럼 여러 충동과 체계가 경합하는 복합체라면, 그 복합체를 하나의 일관된 공리 체계로 포착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다. 합리성(혹은 다른 어떤 단일 원리)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통일 이론'은 존재하지 않으며, 설령 그런 이론이 등장한다 해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왕좌의 사칭자에 불과할 것이라는 탈러와 이마스의 통찰은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지점이다. 그럼에도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건강보험 가입, 연금 저축, 소비자 계약 등 수많은 실생활 영역에서 기업과 정부는 행동경제학의 통찰을 이미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탈러가 『넛지(Nudge)』에서 제시한 선택 설계(choice architecture) 개념은 이제 정책 입안의 언어로 자리잡았다. 소비자들이 어떤 건강보험 플랜에 기본적으로 가입되어 있는지, 연금 저축이 자동으로 시작되는지 여부가 사람들의 재정적 미래를 결정짓는다. 교과서는 느리게 바뀌지만, 세계는 이미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