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시대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음악이 '감정을 흔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 이전의 음악이 신을 찬양하고 질서를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면, 바로크는 인간의 내면을 요동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헨델이 죽음의 문턱에서 완성한 ‘메시아'는 그 자체로 부활의 은유였고, 바흐가 남긴 방대한 작품들은 고기 포장지로 쓰일 뻔한 운명을 겨우 피해 우리에게 전해졌다. 지금은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그가 죽은 직후 그의 음악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치부됐다. 위대함은 때로 한참 뒤에야 발견된다. 고전주의 시대로 접어들며 음악은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찾기 시작했다. 하이든의 교향곡들 은 정교한 건축물처럼 치밀했고, 모차르트는 천재적 감각으로 형식과 자유를 완벽히 결합시켰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음악만큼 조화롭지 않았다. 모차르트는 편지에 천박한 농담을 쓰며 웃었고, 하이든의 머리는 도둑맞아 유럽을 떠돌았다. 예술가의 작품과 삶 사이의 괴리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완벽한 균형을 작품 안에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 의 삶이 그만큼 불균형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슈베르트가 짧은 생애 동안 600곡이 넘는 가곡을 썼다는 건 하나의 강박에 가깝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 같다. 쇼팽이 폴란드의 영혼을 피아노로 속삭였고, 리스트가 클래식 역사상 최초의 ‘아이돌'이 되어 유럽을 휘저었으며, 슈만이 사랑을 위해 스승을 고소하는 극단적 선택을 했던 시대. 낭만주의는 말 그대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았던 예술가들의 시대였다. 브람스가 스승의 아내를 40년간 짝사랑했다는 이야기는 애틋함을 넘어 숭고하게까지 느껴진다.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그 감정이 그의 음악에 어떤 깊이를 더했는지 누가 알겠는가. 생상스는 모차르트에 버금가는 신동으로 불렸지만 평생 진지함의 가면을 쓰고 살았고, 결국 가장 사랑받는 곡은 그가 숨기고 싶어 했던 '농담'이 되었다. 예술가가 의도한 것과 세상이 받아들이는 것 사이의 간극은 때로 아이러 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