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금융업 AI 플레이북 - AI 시대, 금융 현장의 실전 가이드
임태중.김동석 지음 / 경향BP / 2026년 1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2년 11월, ChatGPT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신기한 장난감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 그 '장난감'은 기업들의 전략 회의실 한가운데로 들어왔고, 금융, 의료, 교육, 제조를 가리지 않고 각 산업의 근간을 흔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AI의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업 AI 플레이북>은 제목 속 '플레이북'이라는 단어가 암시하듯, 이 책은 미식축구 팀의 작전 지침서처럼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전략을 담고 있다. 금융업이라는 경기장에서 AI라는 새로운 규칙이 적용되기 시작했을 때, 어떻게 포지션을 잡고, 어떤 플레이를 구사하며, 결국 승리해야 하는가. 저자는 그 질문에 직접적으로 답한다. 하지만 이 책의 메시지는 금융업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AI라는 파도는 업종과 직종을 가리지 않는다. 금융인이든 마케터든 교사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직업인에게 동일한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 '당신은 이 변화에 올라탈 준비가 되어 있는가?'책의 구성은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의 두 축으로 나뉜다. 첫 번째 축에서는 조직이 AI를 어떻게 도입하고 내재화할 것인가를 다룬다. 단순히 솔루션을 구입하고 업무에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문화와 인재, 프로세스 전반을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다. 두 번째 축에서는 개인이 ChatGPT, Perplexity, Gamma 같은 AI 도구들을 실제 업무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인상적인 것은 저자가 단순히 '이런 도구가 있다'고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 속 한 인물의 사례가 특히 와닿았다. 예전에는 하루 업무의 절반 이상을 정보 수집에 쏟아붓던 그가, AI 도구들을 활용하면서 같은 작업을 수분의 일로 줄이고, 오히려 분석과 판단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빠른 것이 아니라, 일의 무게 중심이 바뀐 것이다. 데이터를 모으는 사람에서 데이터를 해석하는 사람으로의 전환, 이것이 AI 시대가 요구하는 진짜 역할 변화다. 이 대목에서 나는 내가 속한 조직을 떠올렸다. 최근 경영층에서 'AI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처음에는 그 요구가 다소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그 막연함은 경영층의 무지가 아니라, 조직 전체가 아직 구체적인 전략을 설계하지 못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방향을 제시해 주기를 기다리기 전에, 내가 먼저 그 전략의 일부를 만들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책에는 조용하지만 묵직한 통계 하나가 등장한다. AI 트렌드 관련 자료를 공유했을 때 실제로 읽은 직원이 절반도 안 되었고, 그중 실제 업무에 활용한 사람은 그 절반의 10%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성장을 위해 스스로 움직이는 사람은 전체의 5%에도 못 미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저자는 덧붙인다. 다시 말해, 그 5%는 나머지 95%와는 다른 궤도로 움직이고 있다. 이 숫자가 불편한 것은, 나 자신이 어느 쪽에 서 있는지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책을 읽고 눈이 커지고 머리가 열리는 느낌을 받지만, 책장을 덮으면 흔적도 남지 않는 경험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지식과 실천 사이의 간극, 그것이 5%와 95%를 나누는 진짜 경계선이다. AI 도구를 배운다는 것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습관을 만드는 일이다. 정보를 검색할 때 한 번 더 AI에게 물어보고, 보고서를 쓸 때 초안을 AI와 함께 구성해보고, 회의 자료를 만들 때 발표 흐름을 AI와 먼저 설계해보는 것. 이런 작은 실천들이 쌓일 때, 그것이 진짜 역량이 된다.저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AI가 판단을 내리는 세상에서 인간의 역할은 무엇인가. AI가 설계한 금융 전략을 우리는 믿고 맡길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에 저자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이 이 책의 가장 솔직한 부분일지 모른다. AI 도입이 생산성 혁명을 가져오는 동시에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 그 이면에 도사린 사회적·철학적 비용에 대해 이 책은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 그것은 의도적인 선택이기도 하고, 구조적 공백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히려 그 공백이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한 가지 이미지가 떠올랐다. 사막은 그 자체로 척박하지만, 어딘가에 우물을 품고 있기에 아름답다. AI라는 광대한 사막 속에서 인간이 찾아야 할 것, 혹은 만들어야 할 것은 바로 그 우물이다. 효율성이 극대화된 세상에서, 오히려 인간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함, 판단, 공감, 윤리적 감각이 더욱 빛날 것이다. 기술이 완성될수록 인간의 자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선명해질 수 있다.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AI 도구의 사용법만이 아니다. AI와 공생하는 시대에 어떻게 일할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까지 이어진다. 기술을 익히는 일과 사람으로 성장하는 일, 이 둘은 분리된 과제가 아니다. 파도를 타는 기술을 연마하면서도, 바다 위에서 흔들리지 않을 중심을 키워야 한다. 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직업인에게 유효한 화두를 던진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파도를 두려워하는 것도, 맹목적으로 올라타는 것도 아니다. 그 파도의 성질을 이해하고, 나만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사람으로 사는 법'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남긴, 그리고 내가 오래 생각하게 될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