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이 심리적 성숙의 목표로 제시한 개성화(individuation)는 종종 오해를 받는 개념이다. '더 강해지는 것', '완전한 자아실현', 혹은 '완벽한 심리적 균형에 도달하는 것' 같은 이미지로 오해되곤 한다. 하지만 융이 말한 개성화는 그런 거창한 도달점이 아니다. 그것은 과정이고 방향이며, 분열된 것들을 하나로 통합해나가는 끊임없는 작업이다. 개성화의 핵심은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것, 즉 외부의 기대나 역할 대신 자신의 가장 깊은 본성에 충실해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림자를 인식하고, 투사를 회수하고, 아니마 혹은 아니무스와 관계를 맺고, 자아(ego)와 더 큰 자기(Self) 사이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작업들이 일어난다. 이 모든 것이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선형으로 반복되고, 퇴행하고, 다시 진전하는 방식으로 천천히 펼쳐진다.
오늘날 중년의 위기는 여러 방식으로 표출된다. 충동적인 이직, 갑작스러운 관계의 파탄,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함, 이유를 모를 분노나 슬픔. 이것들을 단순한 호르몬의 문제나 의지력의 부족으로 치부하는 것은 너무 쉬운 답이다. 융의 시각에서 이것들은 내면이 보내는 메시지다. '이제는 나를 좀 들여다보라'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야 할 때'라는 신호다. 책을 덮으며 남는 것은 한 가지 확신이다. 무너지는 것은 끝이 아니라는 것. 위기는 변장한 초대장일 수 있다는 것. 그 초대에 응할 용기, 낯설고 두려운 자기 자신의 내면으로 걸어 들어갈 용기가 두 번째 삶의 시작이다. 그 여정은 빠르지도 않고, 쉽지도 않고, 보장된 결말이 있지도 않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진짜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길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