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꼭 읽어야 할 20세기 세계사 - 세계를 바꾼 결정적 장면들
이영숙 지음 / 블랙피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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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며칠 전 아침 뉴스에서 중동 분쟁 소식이 흘러나왔다. 앵커는 진지한 표정으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심화되 고 있다"고 말했지만, 솔직히 나는 그 갈등의 뿌리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저 "또 싸우는구나" 하는 피상적인 이해만 있을 뿐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미중 패권 경쟁도, 브렉시트도 마찬가지였다. 뉴스는 매일 쏟아지는데, 나는 왜 세상을 이해하지 못할까? 이번에 이영숙 작가의 <한 번은 꼭 읽어야 할 20세기 세계사>를 읽으며 비로소 깨달았다. 내 가 몰랐던 건 '오늘'이 아니라 '어제'였다. 20세기라는 거대한 뿌리를 모르니, 21세기라는 나무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책이 아니라, 오늘을 읽는 해독제 같은 책이었다. 책은 사진이라는 도구를 활용한다. 저자는 20세기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한 사진을 선별하고, 그 사진 한 컷에서 출발해 역사의 물줄기를 풀어낸다. 마치 사진관에 들어가 액자 속 사진을 하나하나 들여 다보는 것처럼, 그 장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예를 들어 형형한 눈빛의 수도승 라스푸틴 사진은 한 인물의 조상이 아니다. 그 눈빛 너머로 로마노프 왕조의 몰락이, 러시아 혁명의 전야가, 그리고 권력에 기생하는 비선 실세의 끈질긴 생명력이 보인다. 손을 맞잡고 웃는 세 명의 지도자 사진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미소 뒤에는 중동의 피 묻은 역사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끝없는 분쟁의 씨앗이 숨어 있다. 사진은 순간을 포착하지만, 저자는 그 순간의 전후를 촘촘하게 연결한다. 그래서 마치 시간 여행자가 된 것처럼 1917년 러시아로, 1945년 히로시마로, 1989년 베를린으로 순간 이동한다. 이것이 바로 책이 지닌 마법 같은 힘이다.

저자는 고백한다. 책을 쓰는 동안 "일을 너무 크게 벌였다"고 느꼈다고. 20세기의 무게가 그 이전 19세기까지의 모든 세계사를 합친 것과 견주어도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깨 달았다고 말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그 무게를 실감했다. 20세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역동적이면서도 가장 참혹한 시대였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냉전이라는 이념 대결로 세계는 두 진영으로 갈라졌다. 동시에 식민지 국가들이 독립을 쟁취했고, 인권과 평등을 향한 투쟁이 거세게 일어났다. 100년이라는 시간 속에 전쟁과 평화, 억압과 자유, 증오와 화해가 격렬하게 충돌했다. 그리고 그 모든 사건의 파편이 지금 우리가 사는 21세기를 구성하고 있다. 유엔이 왜 생겼는지, NATO가 무엇인지, 중동이 왜 불안한지, 한반도가 왜 분단되었는지, 이 모든 질문의 답이 20세 기에 있다. 그러니 20세기를 모르고서는 오늘을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이 저자가 강조하는 "한 번은 꼭 읽어야 할" 이유다.

역사책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딱딱한 연대기, 암기해야 할 인물과 사건들, 지루한 서술. 하지만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저자는 마치 손주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처럼, 혹은 반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처럼 편안하고 친근한 말투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역사를 '공부'가 아닌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한다. 저자는 역사 속 인물들을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기쁨과 슬픔, 고뇌와 결단을 지닌 살아 있는 사람으로 그려낸다. 그래서 그들의 눈물에 공감하고, 그들의 선택을 이해하며, 그들이 살았던 시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강대국의 오만이 약소국에게 남긴 상처를 다루는 대목이었다. 저자는 르완다 대학살을 다루며 이렇게 쓴다. "잘못은 강대국이 하고, 그 결과로서의 잔혹한 비극은 약소국이 떠안는 경우가 정말 많거든." 제국주의 시대, 유럽 열강은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마음대로 나누고 지배했다. 그들은 현지의 역사와 문화, 민족 구성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편의대로 국경선을 그었다. 그리고 그 부주의하고 무 책임한 선택이 수십 년 뒤 끔찍한 인종 갈등과 대학살로 이어졌다. 한국 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38선은 미국과 소련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그은 선이었다. 하지만 그 선 때문에 수백만 명이 죽고, 수천만 명이 이산의 아픔을 겪었다. 약소국의 운명이 강대국의 회의실에서 결정되는 비극. 이것이 20세기가 우리에게 남긴 뼈아픈 교훈이다. 저자는 이러한 불평등한 세계 구조를 날카롭게 지적하면서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한다. 국내 자료뿐 아니라 수 많은 외국 역사서와 사료를 연구한 덕분이다. 그래서 이 책은 편협한 민족주의나 특정 이념에 갇히지 않고, 진정한 세계 시민의 관점을 제공한다.

책을 읽으며 소름 돋았던 순간이 있었다. 20세기에 일어났던 일들이 21세기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다. 라스푸틴 같은 비선 실세는 여전히 권력 주변에 존재한다. 뮌헨 협정처럼 평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약소국을 희생시키는 일은 지금도 벌어진다. 인종 갈등과 증오 범죄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역사를 모르는 자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20세기의 교훈을 제대로 배웠다면, 독재와 전 쟁, 차별과 혐오가 어떤 결말을 낳는지 알았다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경고한다. 역사를 잊지 말라고, 과거를 통해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준비하라고. 그것이 바로 역사를 배우는 진짜 이유다.

책을 읽으며 깨달은 또 하나의 진실은, 역사는 결국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거대한 전쟁과 혁명, 협정과 조약 뒤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다. 결단을 내린 지도자, 희생당한 민중, 저항한 혁명가, 침묵한 방관자. 그들 모두가 역사를 만들었다. 저자는 그 사람들의 눈물과 웃음, 두려움과 용기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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