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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관절 - 부부한의사의 평생 관절 사용 설명서
김경태.김선민 지음 / 체인지업 / 2026년 2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느 날 문득 계단을 오르다 무릎에서 '뚝' 소리가 났다. 통증은 아니었지만, 그 작은 소리는 내게 불편한 질문을 던졌다. ‘나는 지금 내 몸을 제대로 쓰고 있는가?' 30대 중반을 지나며 몸의 신호들은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뻣뻣한 허리, 장시간 앉아 있으면 찌릿한 목, 그리고 오래 서 있으면 둔하게 아파오는 발바닥. 이 모든 것이 노화의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 읽은 <100세 관절>은 내게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관절은 소모품이 아니라 관리 대상이며, 노화는 숙명이 아니라 사용법의 문제라는 것이었다.
책을 처음 펼쳤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사용하면 강해지고, 사용하지 않으면 약해진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원칙이었다. 우리는 흔히 관절을 자동차 부품처럼 생각한다. 많이 쓰면 닳고, 쉬면 보존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저자들은 관절 연골에는 혈관이 없기에 움직임을 통해서만 영양을 공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마치 스펀지가 물을 머금었다 짜내듯, 관절액이 압력을 받아야만 연골에 스며든다는 사실 은 생리학적 진실이자 철학적 은유처럼 느껴졌다. 결국 우리 몸은 '쓰지 않음'으로 인해 더 빨리 망가진다. 이 역설을 받아 들이는 순간, 건강에 대한 나의 태도는 수동에서 능동으로 전환되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고개를 끄덕인 부분은 통증의 원인을 '부위'가 아닌 '연결'로 설명하는 대목이었다. 허리가 아프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허리만 주목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허리 통증을 척추기립근, 중둔근, 고관절, 심지어 발바닥 근육까지 아우르는 전신의 정렬 문제로 바라본다. 집의 구조에 비유한 설명은 특히 명쾌했다. 척추기립근은 대들보, 중둔근은 기둥, 발바닥 근육은 주춧돌이라는 것. 하나가 무너지면 전체가 흔들린다는 논리는 단순하지만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나는 평 소 목과 어깨가 자주 뭉친다.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는 탓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책에서는 이를 '등 근육의 경직'과 '신경 흐름의 차단'으로 해석한다. 등이 굳으면 척추에서 뻗어 나가는 신경이 눌리고, 그 신경이 담당하는 내장기까지 영향을 받 는다는 설명은 충격적이었다. 전선이 손상되면 전기가 제대로 흐르지 않듯, 등의 문제는 소화불량, 피로감, 무기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통증을 단지 '아픈 곳'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몸 전체의 관계망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관점은 기존의 건강서와 확연히 구별되는 지점이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주변 근육부터 풀어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아픈 곳을 세게 눌러야 효과가 있다는 생각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습관이다. 그러나 염증 부위를 직접 자극하면 오히려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이 책은 통증 관리에도 순서와 전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는 비단 신체뿐 아니라 삶의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도 적용될 수 있다. 급한 불부터 끄려는 조급함보다, 근본 원인을 차분히 살펴 전체를 회복시키는 지혜 말이다.
저자는 운동을 숙제처럼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일상 속에 녹아들 수 있는 작은 움직임들을 제안한다. 발뒤꿈치 들기, 의자 스쿼트, 손가락 굽혔다 펴기. 이 모든 동작은 특별한 도구 없이,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할 수 있다. 저자들이 강조하는 것은 ' 많이 '가 아니라 ' 정확하게, 꾸준히 ' 이다. 잘못된 자세로 반복한 운동은 관절을 더 망가뜨린다. 그래서 책에 는 QR코드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유지 시간, 반복 횟수, 호흡까지 구체적으로 제시된 운동법은 초보자에게도 부담 없이 다가온다.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헬스장에 등록해도 한 달을 못 채우고 그만두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운동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줄어들었다. '운동'이라는 거창한 이름 대신, '움직임'이라는 일상의 언어로 접근하니 훨씬 가볍게 느껴졌다. 양치하면서 발뒤꿈치 들기, 회사에서 앉았다 일어서며 의자 스쿼트, 자기 전 침대에서 누워 다리 들어올리기. 이렇게 하루에 몇 분씩만 투자해도 관절은 분명히 반응한다는 것을 체감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왜 이 운동을 해야 하는가를 이해하게 된 점이다. 종아리 근육이 제2의 심장인 이유, 고관절이 무너지면 무릎과 허리까지 영향을 받는 이유, 혀 운동이 뇌 건강과 연결되는 이유. 이런 원리를 알고 나니 운동은 더 이상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 되었다. 내 몸을 이해하고, 스스로 돌볼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어떤 건강 보조제보다 강력한 약이었다.
고령화 사회에서 우리가 마주할 가장 큰 과제는 '기능적 장수'이다. 단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걷고, 앉고, 일어서며,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의 문제다. 관절은 바로 그 독립성의 핵심이다. 무릎이 아프면 외출이 줄고, 허리가 불편하면 사회적 관계가 축소된다. 활동 반경이 좁아지면 근육이 줄고, 대사가 떨어지며, 만성 질환이 악화된다. 결국 관절 건강은 개인의 존엄과 직결되는 문제다. 책 속에서 저자들은 관절 통증을 '노화의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자체를 문제 삼는다. 나이들면 다 그래요, 쉬면 나아요, 이 정도는 참아야지. 이런 체념은 관리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관절은 적절히 사용하고 관리하면 100세까지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우리가 그 방법을 몰랐을 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부모님 세대를 떠올렸다. 60대 중반이 넘으신 부모님은 허리와 무릎이 불편하시다. 병원에 가면 약을 처방받고, 물리치료를 조금 받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신다.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이 책을 선물해드리며, 함께 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을 소개했다. 처음엔 반신반의하시던 어머니가 며칠 후 "아침에 일어날 때 좀 덜 뻣뻣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 작은 변화가 내게는 큰 위안이었다. 관절 건강은 결국 세대를 아우르는 과제이며, 지금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