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 기본으로 돌아가라
아이리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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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읽으며 나는 한참을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파트 단지들이 끝없이 이어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저 건물들 하나하나에는 누군가의 꿈과 불안이 동시에 담겨 있을 것이다. 월급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가격표를 달고 있는 저 집들을 보면서, 우리는 투자라는 이름의 도박을 시작한다. 아니, 도박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절실하고, 투자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막연한 그 무엇을 시작한다. 저자가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말할 때, 나는 그것이 일종의 고백처럼 들렸다. 80억, 6채의 아파트라는 숫자 뒤에 감춰진 실패의 기록들. 그 공백이야말로 이 메시지의 진짜 무게가 아니었을까. 성공담은 누구나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실패를 통과한 사람만이 기본의 중요성을 진심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화려한 전략이 아니라 '덜 잃는 방법'을 말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예언가가 되고 싶어 한다. 금리가 어디까지 오를지, 규제가 언제 풀릴지, 어느 지역이 다음 핫플레이스가 될지. 투자 카페와 유튜브는 이런 예측들로 넘쳐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예측들을 모아서 마치 미래를 손에 쥔 것처럼 착각한다. 하지만 시장은 우리의 예측을 비웃듯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저자가 말한 '시장을 예측하려는 태도 자체를 경계하라', 처음에는 소극적으로 들렸다. 예측하지 않고 어떻게 투자를 하란 말인가. 하지만 곱씹을수록 그 말의 진짜 의미가 보였다. 예측에 의존하는 순간,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운명을 맡기게 된다. 반면 구조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떤 상황이 와도 무너지지 않을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상승장에서 누구나 천재가 된다는 말이 가슴에 꽂혔다. 레버리지를 끝까지 당겨서 빠르게 돈을 벌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부럽기도 했고 초조하기도 했다. 나는 왜 저렇게 과감하지 못할까. 그런데 이 글을 읽고 나니, 그 과감함이 정말 실력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혹시 나도, 그리고 그들도, 그저 시장의 호황 속에서 운이 좋았던 것은 아닐까. 진짜 실력은 하락장에서 드러난다. 시장이 식었을 때 살아남는 사람이 진짜 투자자다.

입지, 수요, 공급, 가격. 이 네 단어를 모르는 투자자는 없다. 나도 안다고 생각했다. 역세권이면 좋고, 학군이 있으면 좋고, 개발 호재가 있으면 좋다. 그게 입지라고 믿었다. 하지만 책은 그 믿음이 얼마나 피상적인지를 드러낸다. 입지는 고정된 조건이 아니라 변화하는 흐름이라는 설명을 읽으며, 나는 그동안 내가 본 것이 입지가 아니라 입지의 겉모습이었음을 깨달았다. 지금 편리한 곳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곳을 보라는 말. 이것은 체크리스트로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다. 역세권이라는 라벨 뒤에 숨겨진 실제 수요를, 학군이라는 브랜드 아래에 깔린 인구 구조를 읽어야 한다. 수요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인구가 많으면 수요가 많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실거주 수요와 투자 수요는 다르게 움직인다. 투자 수요가 몰린 곳은 가격만 오르다가 결국 공실로 이어진다. 가격의 상승이 가치의 상승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는 한참을 멈춰 섰다. 그동안 나는 가격만 쫓아다니지 않았는가. 시세가 오르는 것만 보고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기본을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는 저자의 경고는, 바로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나는 기본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기본의 표면만 훑고 지나갔던 것이다.

대출은 마법처럼 보인다. 내 돈 3억으로 10억짜리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짜릿하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레버리지를 최대한 활용하라고 말한다. 그래야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책은 그 반대편의 이야기를 한다. 레버리지는 상승기에는 미덕이지만 하락기에는 리스크다. 문제는 대출 자체가 아니라, 감당 가능한 범위를 스스로 정의하지 않는다는 것. 안전 마진이라는 개념이 반복해서 강조되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가격이 떨어져도, 금리가 올라도, 공실이 생겨도, 정책이 바뀌어도 버틸 수 있는 구조. 이것을 만들지 못한 투자는 시장의 작은 파도에도 무너진다. 나는 그동안 수익률만 계산했다. 매매 차익이 얼마나 나올지만 봤다. 하지만 보유 비용은 무시했고, 기회 비용은 계산하지 않았다. 1억을 투자해서 2억을 만들어도, 그 과정에서 들어간 관리비, 세금, 대출 이자를 빼고, 그 돈을 다른 곳에 투자했을 때의 수익을 빼면 실제 수익은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숫자를 보는 사람은 자주 거짓말을 한다는 문장이 날카롭게 다가왔다. 나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었다. 수익은 크게 보고 비용은 작게 봤다. 그리고 그것을 투자라고 불렀다.

월급만으로는 집을 살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투자해야 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가슴 아픈 이유는, 그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투자한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잃을 수 없는 돈으로 하는 투자이기에, 화려한 전략보다 단단한 기본이 필요하다. 이 글을 덮으며 나는 다짐했다. 다음에 투자 기회가 왔을 때, 주변의 성공 사례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조급함에 떠밀려 움직이지 않겠다고. 대신 기본으로 돌아가겠다고. 입지는 정말 어떤 흐름을 타고 있는가. 수요는 진짜 존재하는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레버리지는 얼마인가. 이 투자로 인해 내 삶이 무너지지는 않을까? 이 질문들에 답할 수 있을 때, 그때 비로소 투자할 것이다. 서두르지 않겠다. 남들보다 늦어도 괜찮다. 오래 살아남는 것이 목표다. 기본에 충실한 투자자로 남는 것. 그것이 책이 나에게 남긴 가장 큰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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