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자본주의
김창익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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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은 어쩌면 처음부터 환상이었는지도 모른다. 시장은 스스로 균형을 찾는 자연스러운 생태계가 아니라, 언제나 누군가에 의해 설계되고 조정되어 온 인공적 시스템이었다. 다만 그 설계자가 누구인지, 어떤 방 식으로 작동하는지가 시대에 따라 달라졌을 뿐이다. 20세기 후반, 레이건의 자유시장 경제학은 표면적으로는 정부의 개 입을 줄이고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월스트리트라는 새로운 권력 중심을 만들어냈다. 금융자본이 세계를 지배하는 구조가 완성되었고, 달러는 단순한 통화를 넘어 패권의 도구가 되었다. IMF 외환위기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우리가 겪은 수많은 경제적 혼란의 중심에는 항상 월가가 있었다. 그들은 위기를 만들고, 위기에서 이익을 얻고, 위기의 책임에서는 자유로웠다. 하지만 지금, 자본주의의 권력 구조에 근본적인 균열이 생기고 있다. 새로운 설계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금융이 아닌 기술을 무기로 삼고, 은행이 아닌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의 삶 속으로 침투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더 이상 기술 회사가 아니다. 그들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소비를 유도하며, 결제를 대행하고, 심지어 화폐를 발행하려 한다.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 테슬라로 대표되는 이 거대한 플랫폼 제국은 40년간 세계를 지배해온 월가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자본주의 그 자체가 다른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패권 전쟁이다. 금융자본과 기술자본의 충돌, 그 전선에서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마주하게 될 것인가. <빅테크 자본주의>를 통해 그 이면을 들여다 본다.

역사를 돌아보면, 화폐를 장악한 자가 권력을 쥐었다. 과거에는 국가가, 그다음에는 중앙은행이, 그리고 현대에는 월가가 화폐의 흐름을 통제했다. 달러는 미국의 통화만이 아니라 전 세계 경제 시스템의 기반이었고, 미국은 이를 통해 막대한 특권을 누려왔다. 전 세계가 달러를 원하고, 미국채를 사고, 결국 자본은 다시 월가로 흘러 들어갔다. 이것이 지난 수십 년간 작동해온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빅테크는 이 판을 뒤집으려 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리브라(현 디엠) 프로젝트는 실패했지만, 그 시도 자체가 중요한 신호탄이었다. 빅테크 기업들은 결제 수단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화폐의 발행과 유통까지 통제하려는 야망을 숨기지 않는다. 스테이블코인이 그 실험의 연장선에 있고, AI 기반의 개인화 금융시스템이 그 미래를 예고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 세계화를 외치며 등장한 트럼프는 월가의 부채 전략이 미국 경제를 망가뜨렸다고 비판했고, 그 대안으로 제조업 복귀와 빅테크 중심의 새로운 경제 구조를 제시했다. 머스크와의 브로맨스는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라, 권력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월가를 견제하고 달러 패권의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은 스스로 화폐의 개념을 재정의 하려는 모험을 시작한 것이다.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은 투기 자산을 넘어,'전기의 달러'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얻고 있다.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고, 국경을 초월하며, 알고리즘에 의해 발행량이 정해지는 화폐. 비트코인이 과연 기존 통화 체계 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그것이 기존 권력 구조에 균열을 내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중국 역시 디지털 위안화(CBDC)를 통해 화폐 주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중국에게 CBDC는 결제 수단만이 아니라,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도구이자 달러 패권에 맞서는 전략적 무기다. 미중 패권 전쟁의 본질은 기술 전쟁이며, 그 핵심에는 누가 화폐의 미래를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놓여 있다. 화폐의 주인이 바뀌면, 권력의 구조가 바뀌고, 사회의 작동 방식이 바뀐다. 우리는 지금 그 전환점의 한가운데 서 있다.

빅테크와 월가의 전쟁, 미국과 중국의 기술 냉전, 규제와 혁신의 줄다리기. 이 모든 갈등의 배후에는 하나의 질문이 놓여 있다. 누가 미래의 자본주의를 설계할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한국은 어디에 서 있는가. 우리는 여전히 수출 의존형 경제 구조를 유지하고 있고, 원화는 달러에 종속되어 있으며, 기술 주권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삼성과 현대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플랫폼, 반도체 설계 도구, 클라우드 인프라는 대부분 외국 기업의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에서는 강력하지만, 국제 무대에서는 여전히 약소하다. 더 큰 문제는 화폐 주권이다. 디지털 화폐의 시대가 도래하면, 원화의 위상은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가 동아시아 결제 시스템을 장악하고, 미국의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기축통화 역할을 하게 되면, 원화는 그 사이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은 시급한 과제지만, 속도와 방향성에서 명확한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개인의 차원에 서도 선택은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플랫폼 경제의 일부가 되었다. 아마존에서 물건을 사고, 구글로 검색하고, 유튜브로 정보를 소비하며, 카카오페이로 결제한다. 이 모든 행위는 데이터로 기록되고, 알고리즘에 의해 분석되며, 다시 우리에게 맞춤형 광고와 콘텐츠로 되돌아온다. 우리는 소비자인 동시에 상품이다.

가장 냉혹한 자본주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빅테크가 월가를 넘어서고, AI가 민주주의를 시험하며, 디지털 화폐가 국경을 지우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그 세상에서 우리는 더 자유로울 수도, 더 통제받을 수도 있다. 결정은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다만, 시간은 많지 않다. 책을 통해 빅테크 자본주의의 속성을 알고 우리 나름대로의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흥미로운 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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