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MBTI 성격 사전 - 명리로 살펴보는 나의 성격과 기질
허은경 지음 / 현암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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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모두 어느 순간의 증거다. 2025년 어느 겨울날 새벽, 그 시각의 하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 찰나의 우주적 배열이 각인되었다는 명제 앞에서, 현대인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과학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것은 미신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책에서 저자는 20만 년 인류가 축적한 관찰의 결정체임을 차근차근 설득한다. 저자 허은경이 MBTI를 '보급형 명리학'이라 부른 순간, 나는 묘한 전율을 느꼈다. 외향과 내향, 직관과 감각, 사고와 감정, 이 이분법적 구조가 음 양의 사유와 닮아있다는 통찰은 새로웠다. 동서양의 지혜가 서로 다른 언어로 같은 진실을 말해왔다는 것. 인간은 세상을 '나'와 '외부'로 나누고, 그 관계의 방식으로 자신을 이해한다는 것. MBTI가 현대 심리학의 언어로 포장한 이 구조를, 명리 학은 이미 수천 년 전 하늘의 언어로 기록해두었다. 흥미로운 건 두 체계 모두 인간을 고정된 범주에 가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MBTI가 16가지 유형을 제시하면서도 스펙트럼을 강조하듯, 명리학의 120가지 성격 유형 역시. 경계가 흐릿하다.

인월에 태어났다고 인의 정서만 갖는 게 아니라, 직전과 직후 월지의 특성도 함께 품는다. 이 유연함이야말로 고대 학문이 살아남은 비결이 아닐까. 인간을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기능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그런데 더 정확한 질문은 이것일지 모른다. "나는 누구로 태어났는가?" 환경이 우리를 빚어내지만, 그 빚어짐의 방식은 이미 타고난 기질에 의해 결정된다. 소나무는 어떤 환경에서도 소나무다. 바람에 휘어질 수는 있어도 참나무가 되지는 않는다. 저자가 들려주는 딸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사주상 위와 장이 약하게 태어난 아이. 유치원에서 정해진 양의 급식을 시간 내에 먹어야 한다는 규칙 앞에서 아이는 무너졌다. 타고난 체질을 인정 하고 식사량을 조절하자 아이는 다시 웃었다.

명리학의 실용적 가치를 보여준다. 약한 위장을 강하게 만들려 애쓰는 대신, 약한 위장을 인정하고 그에 맞춰 살아가는 지혜. 이것이 바로 타고난 본성을 아는 것의 의미다. MBTI 열풍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INFP인지 ENFJ인지 알고 싶어한다. 그것이 자기이해의 지름길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MBTI는 4가지 지표, 16가지 조합에 그친다. 명리학은 10개의 천간과 12개의 지지로 120가지 조합을 만든다. 더 세밀한 지도다. 나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일간이 어떤 정서의 계절인 월지에 놓였는가에 따라, 나의 고유한 기질 이 드러난다. 여름에 태어난 사람은 활기를, 겨울에 태어난 사람은 고요를 부여받는다는 발상이 비과학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계절이 생명에 미치는 영향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면, 왜 계절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문제는 과학적 증명이 아니라 실용적 타당성이다. 이 120가지 성격 지도가 실제로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생각해 본다...

전통 지식에는 '왜'가 없는 경우가 많다. 수천 년의 시행착오 끝에 '무엇'과 '어떻게'만 남았기 때문이다. 명리학도 마찬가지다. 왜 갑일간 인월생이 INTP 의 흐름과 비슷한지, 그 인과관계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수천 년간 검증되어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를 갖는다. 60진법 시간이 10진법으로 바뀌지 않은 이유도 같다. 프랑스 혁명 정부는 시간을 10진법으로 바꾸려 했지만 12년 만에 포기했다. 1시간 60분, 1분 60초가 인간의 본성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하늘의 움직임, 즉 황도 12궁과 360도 를 60으로 나눈 천문학적 질서와 일치한다. 수메르 문명 이전부터 전해져온 이 60진법을 우리는 유전자에 새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명리학은 검증 불가능하지만 반증 불가능하기도 하다.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지혜의 영역이다. 중요한 건 이것이 작동하느냐는 것.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관계를 맺고, 선택을 내리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MBTI가 유행하는 이유는 재미 때문만은 아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자신의 좌표를 찾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사주×MBTI 성격 사전>은 이 물음에 대해 더 오래되고 더 섬세한 답을 제시한다. 120 가지 성격 지도는 나만의 별자리를 찾게 해준다. 융은 말했다. "진정한 치유는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되 려면 먼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타고난 정서와 기질을 알고,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관리하는 것. 이것이 명리학과 MBTI가 우리에게 건네는 공통의 메시지일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내 사주를 찾아봤다. 일간과 월지를 확인하고, 해당하는 페이지를 펼쳤다. 거기 적힌 문장들은 나를 설명하고 있었다. 우연일 수도 있다. 바넘 효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인공지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AI 만능의 시대에 나를 조금은 다른 접근 방법으로 이해해 본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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