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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독해 1 - 일본 현지 제작 MP3 음원 + 어휘/문형 카드 PDF파일 + 어휘/문형 셀프 체크리스트 PDF파일 ㅣ 일본어 독해 1
휴먼아카데미 일본어학교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5년 11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본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언어 하나를 익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새로운 문화의 창을 여는 일이며,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얻는 과정이다. 하지만 많은 학습자들이 문법과 단어 암기에는 열심이면서도, 정작 '읽기'라는 영역 앞에서는 주춤하게 된다. 독해는 왠지 어렵고 지루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발목을 잡는 것이다. 시원스쿨의 일본어 독해 교재는 바로 이러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로 보인다.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만 읽을 수 있다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접근성, 매일 한 장씩 60일이라는 명확한 학습 설계, 그리고 무엇보다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마주칠 법한 소재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SNS 게시물, 요리 레시피, 날씨 예보, 광고 전단지 같은 친숙한 형식들은 학습자에게 "이건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실제로 쓸 수 있는 능력"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교재가 3단계 레벨로 나뉘어 있고, 각 레벨마다 핵심 문형을 먼저 제시한다는 구성은 학습 심리학적으로도 타당한 접근이다. 독해는 단순히 단어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문장의 구조를 파악하고, 문맥 속에서 의미를 유추하며, 글 전체의 흐름을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미리 문형을 학습함으로써 학습자는 낯선 문장 앞에서도 일종의 '지도'를 가지고 항해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왼쪽 페이지에 지문과 문제, 오른쪽 페이지에 해석과 어휘를 배치한 레이아웃은 학습자의 선택권을 존중한다. 먼저 스스로 해결해보고 싶은 사람은 오른쪽을 가린 채 도전할 수 있고, 조금 더 안전한 길을 원하는 사람은 어휘를 참고하며 천천히 읽어나갈 수 있다. 이러한 유연성이 학습의 지속성을 높이는 요소가 된다.
돌이켜보면 나의 일본어 공부는 늘 불균형했다. 문법책을 펼치고 활용표를 외우는 데는 성실했지만, 실제로 일본어로 된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경험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애니메이션 자막이나 짧은 트윗을 읽는 것이 전부였고, 조금만 길어지면 금방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이는 근본적으로 '읽기 체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독해 능력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과 같다. 한두 번 긴 글을 읽는다고 해서 갑자기 실력이 느는 것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꾸준히 읽는 습관을 통해 서서히 길러진다. 60일이라는 기간 설정은 이러한 측면에서 매우 현실적이다. 너무 짧지도, 너무 길지도 않은 두 달이라는 시간은 습관을 형성하기에 적당한 길이다. 매일 한 장씩이라는 부담 없는 분량도 "오늘은 바빠서 못했어"라는 핑계를 만들기 어렵게 한다.
이 교재의 또 다른 장점은 독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MP3 음원을 제공하여 듣기 연습도 가능하게 하고, 중간중간 청해 문제를 배치함으로써 '읽기'와 '듣기'라는 두 영역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사실 언어의 네 가지 영역(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은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다. 하나의 영역이 발달하면 다른 영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음원을 들으며 지문을 따라 읽는 연습, 즉 섀도잉(shadowing)은 발음 개선과 리듬감 습득에 큰 도움이 된다. 한자 아래 히라가나 표기가 되어 있다는 점도 초급 학습자에게는 큰 배려다. 한자는 일본어 학습의 큰 산이지만, 그렇다고 한자를 완전히 익힐 때까지 독해를 미룰 수는 없다. 읽는 법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학습자는 한자에 대한 부담 없이 문맥 속에서 자연스럽게 한자를 접할 수 있다.
교재를 접하며 나의 학습 방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JLPT 시험을 목표로 문법 문제집과 단어장을 중심으로 공부했다. 물론 시험 준비는 중요하다. 하지만 시험을 위한 공부만으로는 진정한 언어 능력이 길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시험장을 나서는 순간 배운 것들이 머릿속에서 증발해버리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앞으로는 좀 더 균형 잡힌 학습을 지향하고자 한다. 문법과 어휘 학습은 기본으로 하되, 매일 일본어로 된 글을 읽는 시간을 확보하려 한다. 처음에는 이 교재처럼 짧고 쉬운 지문부터 시작하여, 점차 신문 기사나 소설, 에세이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간단한 요약문을 일본어로 작성하는 연습도 병행하려 한다. 읽기와 쓰기를 연결함으로써 수동적 이해를 넘어 능동적 산출 능력까지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다양한 장르의 텍스트를 접하는 것도 중요하다. 교재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이메일, 블로그, 레시피, 안내문 등 실생활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형식의 글을 읽다 보면, 상황에 맞는 표현과 문체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언어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이다. 그리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즐거움이 필요하다. 의무감만으로는 오래 갈 수 없다. 이 교재가 다양하고 흥미로운 소재를 선택한 이유도, 하루 한 장이라는 부담 없는 분량으로 설계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앞으로의 학습에서 즐거움을 잃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좋아하는 일본 작가의 에세이를 원서로 읽어보고, 관심 있는 주제의 일본어 팟캐스트를 찾아 듣고, 일본어로 된 요리 영상을 보며 새로운 레시피에 도전해보는 식으로 말이다. 공부는 책상 앞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접하고 사용하는 경험들이 쌓일 때, 비로소 그 언어가 나의 일부가 된다. 60일 후, 이 교재를 다 마친 나는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독해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어 있을 것이고, 일본어로 된 글을 읽는 것이 이전보다 훨씬 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매일 조금씩 나아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과, 새로운 것을 배우는 즐거움을 다시 발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