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말로 사랑할 시간 - 분열의 시대에 도착한 새 교황, 레오 14세
크리스토퍼 화이트 지음, 방종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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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5년 5월 8일,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는 새로운 교황이 선출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였고,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은 숨죽이며 발코니에 나타날 새 교황을 기다렸다. 그리고 곧 발표된 이름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미국 시카고 출신의 로버트 프란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교황 레오 14세로 선출된 것이다. 미국인 교황의 탄생은 가톨릭교회 2천 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책은 바로 이 역사적 순간을 기록한 책이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마지막 날들부터 콘클라베 과정, 그리고 새로운 교황의 선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낸 저널리즘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교황청과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내밀한 대화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달한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 주교성성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화이트는 그와 직접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이러한 개인적 접촉은 책 전반에 걸쳐 깊이와 신뢰성을 더해준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재임 기간과 그의 주요 업적들을 다룬다. 화이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혁명적인 변화들,시노드 방식의 도입, 이민자 문제에 대한 강력한 목소리, 기후 변화를 사회 정의의 문제로 재정립한 것 등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평가한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장 큰 성과가 "권력에 집중하는 교회에서 사목적 봉사에 집중하는 교회로의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이었다고 평가한다. 동시에 교황청 개혁에서의 실패나 저항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인정함으로써, 성급한 성인 시성을 피하고 객관성을 유지한다. 중반부는 콘클라베 과정의 신비를 벗겨낸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순간들, 사망 선언, 성 베드로 광장에서의 반응을 거쳐, 고대의 비밀 유지 관행과 소셜 미디어 차단이 뒤섞인 콘클라베 과정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화이트는 역사적 맥락을 제공하면서도, 부상하는 유력 후보들과 무대 뒤의 대화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책의 백미는 후반부인 3부다. 여기서 화이트는 프레보스트의 선출 과정과 그의 생애를 상세히 다룬다. 시카고 사우스 사이드에서 자란 어린 시절, 성소를 키워준 교회, 페루의 시골 교구에서의 사목 경험, 그리고 로마에서 주교들을 심사하는 역할까지, 레오 14세가 되기까지의 여정이 펼쳐진다.

교황 레오 14세를 이해하는 핵심은 그의 페루 경험에 있다. 화이트가 강조하듯, 프레보스트의 사목 방식은 페루의 시골 지역에서 형성되었다. 그곳에서 그는 평신도들 및 지역 지도자들과의 협력 없이는 성공할 수 없었다. 이러한 협력적이고 참여적인 리더십 스타일은 그의 정체성의 핵심이 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프레보스트가 단순히 미국인 사제가 아니라, 국제적 경험을 쌓은 글로벌 사목자라는 사실이다. 페루와 미국을 오가며 그는 라틴 아메리카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발전시켰고, 이는 그를 미국 주교회의의 다른 주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인물로 만들었다. 그러나 바로 이 국제적 시야가 그를 글로벌 교회의 지도자로 만든 자산이 되었다. 프레보스트가 교황 레오라는 이름을 선택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역사적으로 레오라는 이름을 가진 교황들은 강력한 리더십과 개혁 정신으로 알려져 있다. 화이트는 이 선택에 담긴 의미를 추측하면서, 새 교황의 비전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예수회 출신 첫 교황이었다면, 레오 14세는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 출신 첫 교황이다. 그의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그의 어머니 성 모니카에 대한 헌신은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교황으로 선출된 후 첫 발코니 등장에서 그는 추기경 서품 시 받은 십자가를 착용했는데, 이 십자가에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성 모니카의 유물이 담겨 있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학적 유산(내면의 성찰, 은총에 대한 강조, 공동체의 중요성)은 레오 14세의 교황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화이트는 레오 14세를 "내성적이지만 결단력 있고, 협의를 중시하지만 비전이 명확한" 인물로 묘사한다.

책의 중심 질문 중 하나는 레오 14세가 프란치스코의 개혁 의제를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수정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화이트는 역사적 유추를 활용한다. 레오 14세는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은 베네딕토 16세처럼 전임자의 업적을 조용히,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게 이어가는 교황이 될 것인가? 아니면 요한 23세의 뒤를 이은 바오로 6세처럼 전임자의 원대한 비전을 실행하는 교황이 될 것인가? 저자는 신중하게도 단정적인 예측을 피한다. 대신 레오 14세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만의 유형의 교황"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현명한 접근이다. 프레보스트 본인도 아직 자신이 어떤 교황이 될지 완전히 알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가지 단서는 있다. 여성들과 함께 대학원 공부를 했고, 평신도 권한 강화를 중시했던 사제. 어린 시절부터 성소가 분명했고, 협력적 리더십을 실천해온 목자. 화이트가 희망하듯, 레오 14세는 "정치적 혼란의 시대에 도덕적 목소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토퍼 화이트의 책은 역사적 순간의 첫 기록이다. 이는 최종적인 평가가 아니라, 여정의 시작점에 대한 스냅샷이다. 교황 레오 14세가 어떤 교황이 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여정을 이해하고 따라가는 데 필요한 맥락과 통찰을 제공한다. 가톨릭 신자이든 아니든, 미국인이든 아니든, 이 책은 21세기 가톨릭교회가 직면한 도전과 기회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출발점이다. 화이트의 균형 잡힌 저널리즘과 내부자적 시각은 복잡한 주제를 접근 가능하게 만든다. 책이 우리에게 남기는 질문은 명확하다. 어린 시절부터 성소가 분명했고, 여성들과 함께 배웠으며, 평신도 권한 강화로 특징지어진 사목을 펼친 교황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화이트가 희망하듯, 정치적 혼란의 시대에 레오 14세가 진정한 도덕적 목소리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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