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모리 가즈오의 교세라 필로소피 - 경영의 신이 남긴 불변의 철학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유윤한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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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이야기를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 사람은 기업가인가, 수도자인가'라는 질문이었다. 그는 실제로 선불교 승려 수행을 받은 사람이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그가 일 자체를 수행의 장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서구의 많은 자서전들이 실패와 회복, 좌절과 재기의 드라마를 그린다면, 이나모리의 서사는 놀라울 만큼 단순하고 일관되다. 매일 완전함을 추구하고, 인간으로서 옳은 것을 선택하며, 그저 앞으로 나아간다. 이런 단순함이 오히려 무겁게 다가온다. 27세에 창업해서 단 한 번의 적자도 내지 않고 세계적 기업을 만들어냈다는 사실보다, 8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매일같이 스스로에게 '인간으로서 무엇이 바른가'를 물었다는 사실이 더 압도적이다. 그것은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와 습관의 문제였다. 교세라, KDDI, 일본항공이라는 세 개의 거대 기업을 성공시킨 그의 능력은, 결국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자신을 속이지 않으려는 그 한결같은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이나모리는 인생과 일의 결과를 간단한 공식으로 정리했다. '결과 = 태도 × 노력 × 능력'. 이 공식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태도에 마이너스 값이 부여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고 노력을 많이 해도,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은 결국 비극적 결말에 이른다는 것. 이것은 단순한 도덕적 설교가 아니라, 그가 평생 관찰한 인간과 조직의 작동 원리에 대한 통찰이다.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혼다 소이치로를 언급하며 그는 말한다. 두 사람 모두 고등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불타는 열정과 사회에 기여하려는 고귀한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고. 능력은 태어날 때 정해지는 것이지만, 노력과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삶의 궤적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이 단순한 진리를 이나모리는 자신의 삶 전체로 증명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그가 '노력'을 '열정'으로 재정의하는 부분이다. 그는 평범함에 도달하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나 더 노력했고, 주변 사람들이 과로로 쓰러질까 걱정할 정도로 자신을 밀어붙였다. 사냥꾼이 창 하나만 들고 먹이를 끝까지 추적하듯, 그는 목표를 이룰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았다. 이것은 강박이 아니라 선택이었다.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한, 약속을 반드시 완수하려는 책임감에서 나온 선택이었다.

"날마다 완전을 추구하라"는 그의 말은 얼핏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이나모리가 말하는 완전주의는 결과의 완벽함이 아니라 과정의 성실함에 관한 것이다. 편법을 거부하고, 변명을 만들지 않으며, 엄격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매일 반복되어 습관이 될 때,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창조적 영역에서도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선승들의 수행을 예로 든다. 승려들은 좌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며, 농사를 짓는다. 이 모든 일상적 행위가 명상만큼이나 중요한 수행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일에 몰두하는 것' 자체가 수행이기 때문이다. 이나모리는 이 원리를 비즈니스 세계로 가져왔다. 3년, 5년, 10년을 이렇게 완전주의를 추구하며 일에 몰두하면, 단순히 일이 능숙해지는 것을 넘어 세상사의 본질을 깨닫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이것은 현대 비즈니스 세계의 '효율성'이나 '워크-라이프 밸런스' 같은 개념들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야기다. 그는 경영자라면 아침부터 밤까지 끊임없이 일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재미있고 편안한 삶을 원하는 사람은 경영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까지 한다. 이런 말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시대착오적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그것은 '열심히만 일하라'는 것이 아니라, '일 자체를 마음을 닦는 수행의 장으로 만들라'는 것이다. 이나모리는 '안다'와 '할 수 있다'를 명확히 구분한다. 세라믹을 구울 때 문헌에 나온 대로 해도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것처럼, 경험으로 확인되지 않은 지식에는 한계가 있다. 진정한 지식은 경험이라는 토대 위에서만 견고하게 서 있을 수 있다. 이것은 오늘날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더욱 중요한 통찰이다. 우리는 구글 검색 몇 번이면 무엇이든 '알 수'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할 수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이나모리가 말하는 경험은 단순히 시간을 보낸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완전함을 향해 매일 몰두하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에 새겨지는 깊은 이해를 의미한다.

이나모리의 또 다른 통찰은 대담함과 세심함이라는 모순된 특성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천을 짜는 날실과 씨실에 비유한다. 세로로 내려오는 날실이 대담함이라면, 가로로 질러가는 씨실은 세심함이다. 둘이 교차하며 만날 때 아름다운 천이 완성된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경영자에게는 오히려 겁이 많은 기질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다. 처음에는 소심하고 주눅이 들어 있다가 경험을 쌓으며 용기를 얻어가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것. 이렇게 몸에 밴 용기는 물러설 때와 나아갈 때를 분별하는 지혜를 지닌 진정한 용기다. 이것은 무모함과 신중함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아니라, 두 극단을 모두 품고 상황에 따라 적절히 발현하는 능력에 관한 것이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이야기가 다른 많은 경영 철학서들과 다른 점은, 그의 철학이 추상적 원칙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 행동과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교세라의 경영 목적은 "모든 직원의 물질적·정신적 행복을 추구하는 동시에 사회와 인류의 발전에 공헌"하는 것이다. 실제로 회사를 운영하는 원칙이 되었다. 그가 교토상을 만든 이유도, 파산 위기의 일본항공을 맡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자신을 키워준 사회에 빚을 갚고, 인류와 사회의 더 큰 선에 기여하려는 것. 이런 이타적 동기가 오히려 장기적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그의 믿음은, 80년 인생의 실제 결과로 증명되었다.


이나모리의 철학은 분명 시대와 문화를 초월한 보편적 진리를 담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이것을 21세기의 맥락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직면한다. 그가 말하는 '아침부터 밤까지 일을 생각하는' 경영자의 모습은, 번아웃과 정신건강이 중요한 화두인 오늘날 어떻게 이해되어야 할까? 그의 완전주의는 강박이 아니라 선택이었고, 고통이 아니라 기쁨의 원천이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방식으로 일과 관계 맺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나모리의 구체적 방법론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의 핵심 원칙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무엇이 바른가'를 끊임없이 자문하고, 그 답을 따라 행동하며, 자신의 일을 마음을 닦는 수행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원칙은 시대를 초월해 유효할 것이다. 그의 80년 인생이 증명하는 것은 단순하다. 진심으로 선한 의도를 가지고, 매일 성실하게 노력하면, 삶은 결국 우리를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은 낭만적인 환상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 전체가 보여준 구체적 증거다.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이 출간된 지 10년이 넘도록 여전히 읽히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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