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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란 말 따위 - 딸을 빼앗긴 엄마의 마약 카르텔 추적기
아잠 아흐메드 지음, 정해영 옮김 / 동아시아 / 2025년 11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잠 아메드(Azam Ahmed)의 <두려움이란 말 따위>는 범죄 논픽션으로, 멕시코 타마울리파스주 산페르난도의 작은 가게 주인 미리암 로드리게스(Miriam Rodríguez)라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법치가 무너지고 카르텔이 국가를 대신하는 멕시코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회적 비극이라는 캔버스 위에 그려진 개인적 비극에 관한 작품이다. 뉴욕타임스의 탐사 저널리스트이자 지국장인 아메드는 수백 시간의 인터뷰와 2만 페이지에 달하는 경찰 조사 기록, 그리고 양국 법 집행 기관의 연락망을 동원하여 이 놀라운 이야기를 완성했다.
어느날 새벽 4시, 미리암은 남편 루이스와의 갈등을 피해 머물던 텍사스 맥앨런에서 최악의 전화를 받는다. 21세 딸 카렌이 제타스 카르텔에게 납치당했다는 소식이었다. 남편은 은행 대출을 받아 몸값을 지불했고, 20분 후 공동묘지에서 딸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카렌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났다. 또 다시 전화가 왔고, 추가 금액을 요구했다. 2주 후 또 다른 전화가 왔고, "작은 금액"만 더 지불하면 딸을 돌려보내겠다는 약속이 있었다. 한 달이 지나자 미리암은 깨달았다. "그들은 내 딸을 돌려보낼 생각이 없다." 그 순간 그녀는 맹세했다. "이 일을 저지른 사람들을 찾아내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 이후 3년간 미리암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녀는 딸의 납치범들을 하나하나 추적하기 시작했다. 공무원으로 가장하여 이름과 주소를 알아냈고, 소셜 미디어에서 제타스 조직망을 추적하는 법을 스스로 익혔다. 납치 생존자들로부터 증언을 확보하고, 카르텔이 장악한 동네에 잠입했다. 심지어 총으로 무장하고 복면을 쓴 채 주 경찰의 급습에 동행했으며, 타마울리파스 국경 도시의 술집과 매춘 업소, 복음주의 교회까지 제타스 조직원들을 쫓아다녔다.
2023년 10월 기준, 멕시코 내무부의 공식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실종자 수는 111,896명에 달한다. 실제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많은 가족들이 실종된 사랑하는 사람을 찾거나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만, 미리암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했다. 바로 맞서 싸운 것이다. 자신의 등에 과녁이 그려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카렌을 위한 정의를 찾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분노와 고통, 슬픔은 의미 있는 무언가로 승화되었다. 아메드는 미리암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면서도, 멕시코가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탐구한다. 2010년 3월 31일, 제타스 카르텔은 산페르난도를 장악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검은색 전투복과 방탄조끼를 입은 채 49대의 SUV와 기관총이 장착된 트럭 행렬로 도착했다. 6시간 동안 그들은 시청과 경찰서를 향해 총을 쏘아댔다. 50구경 총알이 시장실과 경찰서 벽을 뚫었다. 아침이 되자 섬뜩한 침묵이 마을을 덮었지만, 메시지는 명확했다. 이제 제타스가 이곳을 지배한다. 다음 4년간 제타스는 마을과 그곳을 지나는 모든 이를 공포에 떨게 했다. 2010년 8월, 그들은 미국 국경으로 가던 버스의 이주민 72명을 처형했다. 6개월 후에는 마을 외곽 목장에 193구의 시신을 버렸다. 산페르난도는 멕시코 마약 전쟁의 축소판이 되었다.
미리암이 2010년 제타스의 공격 당시 던진 질문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냥 일어나도록 내버려둘 수 있지? 정부는 뭘 하고 있는 거야? 왜 이걸 막지 않는 거지?" 아메드는 바로 이 질문들을 정면으로 다룬다. 그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멕시코가 어떻게, 왜 이렇게 무너졌는지를 보여준다. 책은 카르텔이 수십 년에 걸쳐 어떻게 권력을 구축하고 유지했는지 살핀다. 정부 부패의 심화와 제도적 실패가 이들 조직이 처벌받지 않고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한 정당의 장기 집권도 이를 가능하게 한 요인이었다. 그 긴 통치가 끝나고 새 정당이 집권했지만, 새 정부는 카르텔보다 적은 권력을 가진 자신을 발견했고, 결국 군사화된 폭력을 해결책으로 선택했다. 설상가상으로 2006년 멕시코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 선포는 폭력의 대대적 확산만 불러왔다. 통제되지 않은 폭력은 평범한 사람들을 죽이거나 집을 떠나게 만들었고, 많은 가족들에게는 더 나쁜 운명, 즉 사랑하는 사람의 실종이라는 고통을 안겼다. 정기적으로 마을을 순찰하는 군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국경으로 가는 길의 검문소를 지키는 연방 경찰도, 카르텔의 급료를 받으며 사무실에 움츠러들어 있거나 마을을 어슬렁거리는 지방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법치가 기능을 멈춘 나라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도움도 정의도 얻을 수 없었다. 보호해야 할 정부는 존재하지 않았다.
책은 인간의 생명이 거의 가치를 갖지 못하는 국가의 쇠퇴에 대한 섬뜩한 초상화다. 그리고 가장 필요한 순간에 정부로부터 거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증언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책은 완전한 무관심과 절망 앞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미리암은 단지 생존하지 않았다. 그녀는 싸웠다. 멕시코의 상황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실종자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미국과 국경을 맞댄 나라에서 벌어지는 이 비극은 지정학적으로도, 인도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아메드의 책은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게 만든다. 책은 한 어머니의 용기와 결단에 관한 이야기이자,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관한 경고다. 미리암 로드리게스는 평범한 가게 주인에서 사냥꾼으로 변모했다. 그녀가 한 일들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대담하고 위험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정의를 기다릴 수 없었기에, 그녀는 직접 정의를 찾아 나섰다.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인간 정신의 힘에 관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법치와 안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