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땜 이론 - 손실을 기회로 바꾸는 리스크 사고의 기술
이동우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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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아침에 무엇을 먹을지, 어떤 옷을 입을지부터 시작해 인생의 중대한 결정들까지.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선택에는 항상 '불확실성'이라는 그림자가 따라다닌다는 것이다.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해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하는 것이 인생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위험을 최소화하고 회피하는 데 집중해왔다. 손실회피 성향이라는 행동경제학의 개념처럼, 같은 크기의 이득보다 손실을 훨씬 크게 느끼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나 이번에 읽은 '액땜이론'은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작은 위험을 의도적으로 감수함으로써 큰 위험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는 접근법이다. 나심 탈레브의 '안티프래질' 개념과 맥을 같이 하는 이 이론은 충격을 받을 때 오히려 더욱 강해지는 시스템을 추구한다. 실패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덜어내고 그것을 성장의 기회로 전환시키는 것, 바로 이것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사고방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자주 액땜했다 '는 말을 한다. 시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재의 손실을 미래의 이익으로 바꾸는 인지적 마법이다. 손실회피가 현재 중심적이고 부정적 감정을 유발한다면, 액땜은 미래 중심적이고 긍정적 감정을 이끌어낸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너를 괴롭히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너의 판단이다 " 라고 했다. 같은 비를 맞아도 한 사람은 무지개를 기대하고 다른 사람은 감기를 걱정한다. 이 차이가 바로 인생의 질을 결정한다. 현실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으 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게 해주는 중간 지점, 그것이 액땜이론의 핵심이다. SNS 시대에 개인의 작은 불행을 공유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개인만의 경험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집단적 경험이 된다. 집단지성이 문제 해결에 활용되듯이, 집단적 액땜 지혜가 개인의 정신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액땜과 핑계는 겉으로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다르다. 핑계는 도덕적 이탈의 전형적인 사례인 반면, 액땜은 도덕적 책임을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을 성장의 기회로 전환하는 건설적인 접근법이다. 액땜은 과거의 실패를 미래의 성공을 위한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적 사고인 반면, 핑계는 과거에 매몰되어 현재의 책임마저 회피하려는 후향적 사고다. 핑계를 습관적으로 대는 사람들은 점차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서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조차 포기하게 된다. 제프 조세프의 ‘실패의 규모화' 개념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크고 대담한 베팅을 하지 않으면 큰 성공도 없다. 실패는 혁신의 필수적 부분이다." 일이 아무 문제 없이 해결되면 그것은 당연하다고 인식되어 기억에 잘 남지 않지만, 일이 실패하면 기억에 남는다. 중요한 것은 그 실패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액땜했다'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의 뇌는 부정적 사건을 긍정적 의미로 재해석하는 신경 회로를 활성화시킨다. 전전두엽의 인지적 재평가 능력, 즉 같은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능력이 작동하는 것이다. '액땜했다'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제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되고, 이것이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 도파민이 늘어나면 학습 능력과 기억력이 향상되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욕도 높아진다. 액땜 이론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 문제 해결 상황에서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접근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액땜했다'고 생각하면 잠도 더 잘 자게 되고, 잠을 잘 자면 다음날 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진정한 강함은 주먹을 꽉 쥐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놓아줄 줄 아는 여유에 있는지도 모른다.

기업이나 조직이 실패를 겪을 때마다 학습 효과가 누적되어 다음번에는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게 된다는 실패학습곡선 개념은 열 번 시도해서 한 번만 성공해도 된다는 것, 즉 아홉 번의 실패를 투자로 보겠다는 의미다. 의사들이 건강한 사람만 연구해서는 병을 고칠 수 없듯이, 경영학도 성공 사례만 분석해서는 진정한 성공 법칙을 찾을 수 없다. 존슨앤존슨의 ”우리가 소비자를 제대로 보살피면, 주주들도 자연스럽게 보상받을 것이다. 순서를 바꾸면 안된다"는 철학이나, 타이레놀 사건 당시 "소비자의 안전에 비하면 이익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결정은 장기적 관점의 액땜 전략이었다. 토요타의겐치겐부츠(현장에서 현물을 보라) 원칙은 진정한 성공은 실패에서 배우는 능력에서 나온다는 탈레브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실수나 실패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미래를 결정한다.

일론 머스크는 "만약 여러분이 실패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혁신적이지 않다는 뜻"이라고 했다. 용기있는 리더는 위기를 정 면으로 마주하며 '이 상황을 어떻게 기회로 바꿀 수 있을까, 우리가 이 경험을 통해 어떻게 더 나은 조직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액땜과 핑계를 가르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전략적 사고의 차이다. 구체적으로는 단기적 손실회피에 집중하느냐, 아니면 장기적 가치 창출을 추구하느냐의 차이다. 새로운 시도는 실패의 위험을 높이고, 실패는 책임 추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혁신을 기피하게 된다. 사람들이 흔히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이유는 실패 그 자체가 의미 없는 사건이어서가 아니다. 그것을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실패가 자산이 될지, 파멸로 귀결될지는 결국 외부 환경의 타이밍과 내부 준비 상태가 맞아떨어질 때만 가능하다. 루이 파스퇴르의 "기회란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는 말처럼, 아무리 완벽한 타이밍이 와도 그것을 알아보고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냥 스쳐 지나가 버린다.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야 한다. 완벽함을 추구하지 말고 진정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오늘의 실패는 내일의 성공을 위한 예약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을 통해 더 큰 꿈을 그려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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