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작해도 늦지 않은 주식 공부
곽유정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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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을 켰다. 습관처럼. 어제 장이 좋지 않았다는 건 알았지만, 오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내 계좌는 온통 파란색이었다. 마이너스 8%, 마이너스 12%, 심지어 마이너스 15%까지. 손가락이 떨렸다. '다 팔아버릴까?' 순간 그런 생각이 스쳤다. 주식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반년. 처음엔 신났다. 월급의 일부를 넣어서 조금씩 수익이 나기 시작했을 때는 '나도 할 수 있구나' 싶었다. 유튜브에서 본 종목, 커뮤니티에서 추천받은 테마주, 지인이 좋다던 기업. 그렇게 하나둘 모은 내 포트폴리오는 어느새 열 개가 넘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시장이 무너지니까, 나는 내가 산 종목에 대해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 회사가 뭐 하는 곳이지?' '왜 샀더라?' '지금 팔아야 하나, 버텨야 하나?' 공포는 무지에서 온다. 알지 못할 때 우리는 더 두려워한다. 나는 그 순간을 통해서야 알았다. 내게 필요한 건 '대박 종목 추천'이 아니라 '제대로 된 공부'였다는 것을 말이다.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펼쳤다. 'HTS'라는 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책장에 꽂아두었던 책 한 권이 떠올랐다. <오늘 시작해도 늦지 않은 주식 공부>. 사놓고 제대로 읽지 않았던 책이었다. 시작할 때는 귀찮았다. 그냥 누가 좋다는 종목만 따라 사면 되지, 굳이 이런 걸 읽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집으로 돌아와 책을 꺼내 들고 첫 장을 펼쳤다. 그리고 놀랐다. 이 책은 나를 무시하지 않았다. 어려운 용어를 늘어놓으며 '이 정도는 알고 있겠지?'라는 식으로 건너뛰지 않았다. 오히려 정말 기본적인 것부터, 가령 '주식이란 무엇인가'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마치 주식 좀 하는 동네 선배가 옆에 앉아서 설명해주는 느낌이었다. "야, 너 HTS 켜는 거 알아? 거기 보면 이런 화면 뜨잖아. 여기 이게 호가창이라는 건데..." 이런 식으로. 부끄러워서 남한테 차마 못 물어보는 것들, 다들 아는 것 같아서 혼자만 모르는 것 같아 주눅 들게 만드는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주었다. 책장을 넘기며 나는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거였어. 내가 놓치고 있던 게 바로 이런 거였어.

주식 뉴스를 보면 항상 답답했다. 아나운서가 뭐라고 말하는지 단어는 들리는데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 거다. "이 종목은 PER이 낮고 PBR도 매력적입니다", "ROE가 개선되면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알 것 같으면서도 정확히는 모르는 그 느낌. 마치 외국어 단어를 대충 알아듣는 것처럼. 책을 읽으면서 그런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PER은 주가수익비율이라는데, 쉽게 말하면 지금 이 주식이 비싼지 싼지를 가늠하는 척도란다. 낮으면 저평가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고, 높으면 시장이 이 회사의 미래를 좋게 보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 물론 무조건 그런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하나의 기준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PBR은 또 다르다. 회사의 자산가치 대비 주가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만약 PBR이 1보다 낮다면 회사를 청산했을 때 남는 돈보다 주가가 낮다는 의미란다. 그러니까 '장부상으로는 이 정도 가치인데, 시장에서는 더 싸게 팔리고 있네?' 하는 상황인 거다. ROE는 자기자본이익률. 회사가 내 돈(자본)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높을수록 효율적이고, 장사를 잘한다는 뜻이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알아가니까 뉴스가 다르게 들렸다. 예전엔 그냥 스쳐 지나가던 단어들이 이제는 뭔가 의미를 갖고 다가왔다. '아, 이 종목은 저평가되어 있구나', '이 회사는 수익성이 좋네' 같은 판단을 내가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솔직히 재무제표는 보고 싶지 않았다. 숫자가 빼곡한 표를 보면 머리가 지끈거렸다.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자산총계, 부채비율... 대체 이걸 왜 봐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봐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고... 하지만 책에서는 말한다. 재무제표는 회사의 성적표라고. 우리가 학창시절에 성적표를 받아보면 '아, 내가 이 과목은 잘하고 저 과목은 못하는구나'를 알 수 있듯이, 재무제표를 보면 이 회사가 돈을 잘 벌고 있는지, 빚은 없는지, 앞으로도 성장할 여력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재무제표를 보는 다섯 가지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매출과 영업이익의 추세'를 보라는 것이었다.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고, 영업이익도 함께 증가한다면 이 회사는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다. 반대로 매출은 늘어나는데 이익은 줄어든다면, 뭔가 비용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또 하나, 부채비율도 중요하다고 했다. 회사가 빌린 돈이 너무 많으면, 이자 부담 때문에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더 그렇다. 그래서 부채비율이 낮고 현금흐름이 좋은 회사가 안전하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갖고 있는 종목들의 재무제표를 하나하나 찾아봤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어떤 종목은 매출은 늘고 있는데 이익은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또 어떤 종목은 부채비율이 200%가 넘었다. '이걸 왜 샀지?'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동시에 깨달았다. 나는 지금까지 눈 감고 투자하고 있었구나.

차트를 볼 때 나는 늘 촛대만 봤다. 빨간 봉, 파란 봉. 오르면 좋고, 내리면 나쁘고.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책은 말한다. 봉차트의 모양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바로 거래량이라고. 거래량은 에너지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사고팔 때 거래량이 터진다. 만약 주가가 오르는데 거래량도 함께 증가한다면, 이건 진짜 상승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많은 사람들이 '이 주식 좋다'고 생각하며 사들이고 있다는 뜻이니까. 반대로 주가는 오르는데 거래량이 시들하다면? 이건 위험 신호다. 힘없는 상승이라는 거다. 곧 힘이 빠져서 다시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 하락할 때도 마찬가지다. 거래량이 터지면서 급락한다면 공포 매물이 쏟아지는 것이고, 거래량 없이 조용히 내려간다면 관심이 식어가는 중이라는 신호다. 이런 걸 알고 나니까, 차트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엔 그냥 빨간색, 파란색 막대기로만 보였는데, 이제는 '아, 여기서 사람들이 몰렸구나', '여기서 다들 포기하고 팔았구나' 하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 같았다.


책에서 가장 와닿았던 문장이 있다. "초보자일수록 고수익을 쫓기보다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정말 그랬다. 나는 지금까지 '얼마 벌까?'만 생각했지, '얼마 잃을 수 있나?'는 생각 안 했다. 누군가 "이 종목 대박 난다"고 하면 아무 생각 없이 따라 샀다. 왜 오를지, 이 회사가 뭘 하는지, 재무상태가 어떤지 알아보지도 않고. 그저 '남들이 번다는데 나도 벌고 싶다'는 조급함뿐이었다. 책은 반복해서 강조한다. 투자에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내가 왜 이 주식을 사는지, 어느 가격에서 사고 어느 가격에서 팔 것인지, 손실은 어디까지 감수할 것인지. 이런 기준이 없으면 감정에 휘둘리게 되고, 결국 잃는다고. 그래서 나는 노트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적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종목들을 하나씩 점검하며, 각 종목에 대한 투자 이유를 정리했다. '왜 샀나?', '어떤 가치가 있나?', '얼마까지 오를 것 같나?', '손절 기준은?' 적다 보니 놀라웠다. 절반 정도는 제대로 된 이유가 없었다. 그냥 분위기에 떠밀려 샀거나, 누군가의 말만 믿고 샀거나. 이런 종목들은 과감히 정리하기로 했다. 대신 제대로 공부하고, 확신이 생기는 종목만 남기기로 했다.

시장이 무너질 때, 우리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공포에 질려 도망치거나, 아니면 이 기회에 제대로 배우거나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오늘 같은 날, 창을 끄고 책을 펼친 건 어쩌면 올해 내가 한 가장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폭락장에서 패닉셀을 하는 대신, 침착하게 내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공부했다. 책의 저자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연속으로 1위를 했다고 한다. 대단한 실력자다. 하지만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화려한 수익률 자랑이 아니었다. 오히려 평범했다. "기본기를 지키라", "원칙을 세워라", "공부하라". 당연해 보이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들이다. 시장은 늘 오르락내리락한다. 역사를 보면 결국은 우상향했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투자자들이 떠났다. 왜일까? 버티지 못해서다. 왜 버티지 못했을까? 확신이 없어서다. 왜 확신이 없었을까?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이었다. 하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다. 아침에 느꼈던 그 공포와 조급함이 사라졌다. 나는 내일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다. 이번에는 제대로. 남의 말만 믿고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공부하고 판단해서. 재무제표를 보고, 차트를 분석하고, 뉴스를 해석하면서. 물론 여전히 어렵다. 한 권의 책을 읽었다고 해서 갑자기 고수가 되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적어도 방향은 잡았다. 내가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주식 투자는 마라톤이라고 한다. 단거리 달리기처럼 빨리 결과를 내려고 하면 지친다. 천천히, 꾸준히, 원칙을 지키며 나아가는 사람이 결국 살아남는다. 오늘 저녁, 나는 HTS를 켰다. 여전히 파란색 숫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예전처럼 패닉에 빠지지 않았다. 대신 하나하나 종목을 점검했다. 이 회사의 재무제표는 어떤지, 업종 전망은 어떤지, 지금 가격은 적정한지. 그리고 깨달았다. 시장이 무너질 때 진짜 투자자와 투기꾼이 구분된다는 것을. 투기꾼은 도망치지만, 투자자는 기회를 찾는다. 나는 투자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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