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 - 부의 본질을 묻는 12가지 질문
주정엽 지음 / 리프레시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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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 주식 계좌를 열면 초록색 숫자들이 춤을 춘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다. 사람들은 환호하고, SNS에는 수익 인증이 넘쳐난다. 그런데 이상하다. 모두가 돈을 버는 시기인데, 사람들의 표정은 점점 더 긴장되어 간다.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 더 많이 벌지 못했다는 아쉬움, 남들보다 덜 벌었다는 조급함. 상승장은 부를 안겨주지만,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가난함을 선물한다. 마음의 가난함이다. 우리는 부를 숫자로 측정하는 데 익숙하다. 몇 퍼센트 올랐는지, 얼마를 벌었는지가 그날의 기분을 좌우한다. 하지만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내 계좌의 숫자가 커질 때, 내 삶의 질도 함께 커지고 있는가? 더 많은 돈이 더 많은 자유를 의미하는가, 아니면 더 많은 걱정거리를 의미하는가? 이번에 주정옆님의 <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을 읽으며 부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부터 잠들기 전까지 돈과 함께 살아간다. 출근길 커피 한 잔, 점심 식사비, 저녁 귀갓길의 택시비까지. 그러나 정작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물음 앞에 서면 우리는 쉽게 답하지 못한다. 단지 필요하다는 것만 알 뿐이다. 저자가 책에서 제시하는 12개의 질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돈을 모으는 방법론이 아니라, 돈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관한 근본적 성찰이다. 저자가 강조하듯, 돈을 불리는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돈을 대하는 태도다. 기술은 환경에 따라 변하지만, 태도는 삶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돈 앞에서 흔들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돈이 우리에게 단순한 교환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돈은 안전함의 상징이고, 선택의 자유이며, 때로는 사회적 성공의 척도가 된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역설이 시작된다. 돈을 추구하면 할수록, 우리는 오히려 더 깊은 불안 속으로 빠져든다.

많은 이들이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목표했던 금액을 손에 쥐게 되면, 새로운 목표가 생긴다. 1억이 모이면 5억이 필요해지고, 10억이 모이면 100억을 꿈꾼다. 이 끝없는 추구의 배후에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에피쿠로스가 말했던 것처럼, 적은 것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명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문제는 우리가 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외부의 기준으로 자신의 충분함을 판단한다는 데 있다. SNS에는 더 화려한 삶이 넘쳐나고, 주변 사람들은 더 크게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이런 환경 속에서 "나는 충분한가?"라는 질문은 언제나 부정적인 답변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충분함은 객관적 수치가 아니라 주관적 감각의 문제다. 같은 금액이라도 어떤 이에게는 풍요이고, 다른 이에게는 결핍이다. 이것은 돈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돈을 바라보는 우리 마음의 상태를 보여준다. 진정한 의미에서 부유한 사람은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으로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다.


경제적 자유라는 말은 매력적으로 들린다. 일하지 않아도 되는 삶,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상태. 많은 이들이 이를 목표로 저축하고 투자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 상태에 도달한 이들이 모두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돈이 많아지면 새로운 종류의 불안이 생긴다.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 관리해야 할 자산의 무게,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까지. 소로우가 월든 호숫가에서 깨달았듯이, 소유가 늘어날수록 우리는 오히려 그 소유에 종속된다. 집이 커지면 관리할 공간이 늘어나고, 차가 늘면 주차 걱정이 생기며, 재산이 많아지면 세금과 운용에 대한 고민이 커진다. 진정한 자유는 통장 잔고가 아니라 선택의 주도권에서 나온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쓸 수 있는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거절할 수 있는가, 두려움 없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자유에 가까운 상태다. 그리고 이는 반드시 많은 돈을 전제하지 않는다. 적은 돈으로도 자유로운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타인의 기대에서 벗어나며, 자신만의 기준으로 삶을 설계한다. 반면 큰 부를 가졌어도 불안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추구하며,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결국 자유는 외적 조건보다 내적 태도의 문제다.

우리는 언제부터 부유함을 성공으로, 가난을 실패로 여기게 되었을까. 이 단순한 등식은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지만, 실은 역사적으로 구성된 가치관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성과는 곧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증명하는 지표로 간주되었고, 이는 점차 한 사람의 전체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 등식은 위험하다. 부를 성공의 유일한 척도로 삼는 순간, 우리는 다른 모든 가치를 경시하게 된다. 예술적 성취, 인간적 따뜻함, 윤리적 실천, 공동체에 대한 기여 같은 것들은 돈으로 환산되기 어렵기에 낮게 평가된다. 심지어 우리는 사람을 만날 때 "뭐 하시는 분이세요?"라는 질문을 통해 먼저 그의 직업과 경제적 지위를 확인한다. 칸트가 강조했던 인간 존엄의 개념을 떠올려보자. 인간은 그 자체로 목적이며, 어떤 수단으로도 환원될 수 없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인간을 끊임없이 경제적 가치로 측정하려 한다. 연봉이 얼마인지, 어떤 집에 사는지, 무슨 차를 타는지가 그 사람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이런 왜곡된 시선은 개인에게 엄청난 압박을 가한다. 충분히 잘 살고 있어도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초라함을 느끼고,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게 된다. 더 나아가 가난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무의식적 낙인이 담긴다. 가난은 개인의 나태함이나 무능력의 결과로 치부되고, 구조적 불평등은 간과된다.


동서양의 철학자들은 공통적으로 돈의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돈이 행복의 조건일 수는 있지만 행복 그 자체는 아니라고 했다. 행복은 덕을 실천하고 좋은 삶을 사는 데서 온다. 돈은 그 과정을 돕는 도구일 뿐이다. 쇼펜하우어는 더욱 비관적이었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으며, 하나의 욕망이 충족되면 또 다른 욕망이 생긴다. 따라서 욕망을 통해서는 결코 진정한 만족에 도달할 수 없다. 돈을 추구하는 삶은 결국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허기와 싸우는 과정이 된다. 동양 철학에서 장자는 무위의 가르침을 남겼다.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추구하고 축적하려는 노력보다,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르며 소박하게 사는 것이 더 큰 평화를 가져온다. 현대의 미니멀리즘 운동이 주목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유를 줄이고 단순하게 살수록 오히려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깨달음이다. 톨스토이는 말년에 자신의 귀족 신분과 재산을 포기하고 농민들과 함께 살았다. 그는 물질적 부보다 도덕적, 정신적 풍요가 진정한 삶의 가치라고 믿었다. 이는 단순한 이상주의가 아니라,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나온 선택이었다.

프롬이 제기한 "소유냐 존재냐"의 질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가지는 것에 집중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어떤 존재로 사느냐의 문제다. 많은 것을 소유했어도 공허한 사람이 있고, 적게 가졌어도 풍요로운 사람이 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다. 마음의 풍요는 외부 조건이 아니라 내면의 상태에서 나온다. 감사할 줄 알고, 현재를 즐기며,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자신이 하는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 이런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오히려 돈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리기 쉬운 가치들이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했던 의료진의 증언은 의미심장하다. 죽음을 앞둔 이들은 단 한 명도 "더 많은 돈을 벌지 못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 자신의 진짜 꿈을 실현하지 못한 것, 용기 내어 변화를 시도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삶의 끝에서 돌아보면, 정말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단순히 재산을 축적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돈은 삶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짜 부는 사랑, 시간, 관계, 의미, 자유 같은 본질적 가치들이다.


우리는 어떤 부자가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끝없는 추구와 경쟁 속에서 불안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충분함을 알고 평온하게 살 것인가. 많이 가지되 공허할 것인가, 적게 가지되 풍요로울 것인가. 소유를 쌓을 것인가, 존재를 키울 것인가다. 정답은 없다. 각자의 가치관과 상황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돈만을 목표로 삼는 삶은 결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돈은 삶의 일부이지 전부가 아니다. <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이 관점의 전환이다. 돈을 쫓지 말고 삶을 살라는 것.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의미를 찾으라는 것이다. 소유보다 존재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면, 조금 다른 질문을 하게 된다. "얼마나 벌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는가". "무엇을 가졌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나눴는가". "성공했는가"가 아니라 "행복했는가". 돈은 결코 전부가 아니다. 그러나 무의미하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돈을 적절한 위치에 두고, 그것을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도구로 쓰는 지혜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진정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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