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WEB 3.0 장자철학으로 이해하다 - 고대 철학자 장자가 꿈꾸던 무위의 세상 블록체인 기술로 실현하다
박수억 지음 / 하움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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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흔히 철학을 과거의 학문으로, 기술을 미래의 도구로 여긴다. 하지만 어쩌면 철학은 늘 미래를 예견해왔던 사유의 지도였는지도 모른다. 2천여 년 전 장자가 꿈꾸었던 자유로운 세계와 오늘날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탈중앙화된 미래 사이에는 놀라운 유사성이 존재한다. 이것은 인간이 본질적으로 갈구해온 자율성과 평등에 대한 열망이 서로 다른 형태로 표현된 결과일 것이다. 장자의 핵심 개념인 '무위자연'은 인위적인 통제와 강제를 거부하고, 사물의 본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내버려 두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놀랍게도 블록체인의 작동 원리와 맞닿아 있다. 중앙의 권위 없이도 네트워크가 스스로 합의에 도달하고, 누구의 강제 없이도 시스템이 투명하게 운영되는 방식 말이다. 장자가 붕새의 비상으로 표현했던 무한한 자유의 경지는, 어쩌면 지금 우리가 디지털 공간에서 실현하려는 개인 주권의 회복과 다르지 않다. 흥미로운 점은 장자가 '쓸모없음의 쓸모'를 역설했던 것처럼, 블록체인 역시 기존 사회가 쓸모없다고 여겼던 가치들을 재발견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 권력이 없어도 신뢰가 형성되고, 거대 기업이 없어도 거래가 성립되며, 정부의 통제 없이도 공동체가 운영될 수 있다는 사실은 기존 시스템의 상식을 뒤집는다. 장자가 꿈꾸었던 이상향이 공상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미래였음을 기술이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인류 문명은 오랫동안 신뢰를 중앙기관을 통해 확보해왔다. 왕과 제사장, 은행과 정부, 그리고 오늘날의 거대 플랫폼 기업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항상 '제3자'를 믿음으로써 서로를 믿는 간접적 신뢰 구조 속에 살아왔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필연적으로 권력의 편중과 불평등을 낳았고, 중개자는 막대한 수수료와 영향력을 독점해왔다. 블록체인은 이 오래된 신뢰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뒤집는다. 중앙의 보증 없이도 암호학과 분산 네트워크를 통해 신뢰를 생성할 수 있다는 발견은 혁명적이다. 이것은 마치 장자가 말한 '도가 곧 만물에 내재해 있다'는 사상과 닮아 있다. 외부의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시스템 자체에 신뢰가 내장되어 있는 구조 말이다. 특히 스마트 계약은 이러한 철학을 가장 명확하게 구현한 사례다. 계약의 이행을 법원이나 중재자가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코드 자체가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실행되는 방식이다. 이는 인간의 개입과 자의적 판단을 최소화하고, 규칙 그 자체가 작동하도록 만든다. 장자가 꿈꾸었던 '사람의 의도가 개입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흐름'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금융 영역에서 디파이(탈중앙화 금융)의 등장은 더욱 급진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은행 없이도 대출이 가능하고, 증권사 없이도 투자가 이루어지며, 중개인 없이도 글로벌 송금이 실시간으로 처리된다. 이것은 단순히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되었던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중앙의 허락 없이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시스템, 이것이야말로 장자가 꿈꾸었던 평등한 세계의 현대적 구현이다.


웹 2.0 시대는 '참여의 시대'라고 불렸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게 되었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그러나 이 화려한 참여의 이면에는 씁쓸한 진실이 숨어 있었다. 우리가 만든 모든 콘텐츠, 우리가 남긴 모든 흔적은 결국 플랫폼 기업의 자산이 되었다. 우리는 콘텐츠를 생산했지만, 그것을 진정으로 소유한 적은 없었다. 웹 3.0은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려는 시도다. 핵심은 '소유'의 개념을 디지털 공간에 구현하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NFT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진정한 소유권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예술가는 더 이상 갤러리나 유통사의 허락을 구하지 않아도 되며, 음악가는 스트리밍 플랫폼의 불공정한 수익 배분에 종속되지 않는다. 창작자가 곧 플랫폼이 되고, 개인이 자신의 경제 주권을 직접 행사하는 세상이 열리고 있다. 이는 장자가 말한 '각자의 본성대로 존재하는 것'과 깊이 연결된다. 외부의 기준이나 강제된 틀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가진 고유한 가치를 있는 그대로 인정받는 세계 말이다. 웹 3.0에서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갖는다. 누가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수익은 어떻게 분배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한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적 변화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인권 선언과도 같다. 게임 산업에서도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인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수백 시간을 투자해 얻은 아이템과 캐릭터는 게임사의 소유물이었다. 게임사가 서버를 닫는 순간, 그 모든 노력은 허공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진정한 소유자가 된다. 게임 내 자산을 다른 게임에서 사용하거나, 실제 경제적 가치로 교환할 수 있다. 이것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동시에, 디지털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가능하게 한다.


장자는 이상적인 통치를 '무위지치', 즉 다스리지 않는 다스림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통치자가 자의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백성들이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오늘날의 정치 시스템과는 정반대로 보이지만, 놀랍게도 DAO(탈중앙화 자율 조직)의 작동 방식과 정확히 일치한다. DAO는 중앙의 CEO나 이사회 없이 운영되는 조직이다. 모든 구성원이 토큰을 보유하고, 주요 의사결정은 투표를 통해 이루어진다. 규칙은 스마트 계약으로 코드화되어 있어, 누구도 임의로 바꿀 수 없다. 이것은 권력의 남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동시에, 참여자 모두가 조직의 주인이 되는 구조를 만든다. 장자가 꿈꾸었던 '위계 없는 공동체'가 디지털 공간에서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DAO가 기존 조직보다 더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관료제의 복잡한 절차와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제안이 올라오면 커뮤니티가 투표하고, 통과되면 즉시 실행된다. 이는 마치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 저항 없이 자연스럽게 일이 진행되는 무위의 방식과 닮아 있다. 실물 자산의 토큰화(RWA)는 이러한 가능성을 더욱 확장한다. 부동산이나 미술품 같은 고가의 자산을 여러 명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그 수익을 투명하게 분배받을 수 있다. 소수의 자본가만이 독점하던 투자 기회가 일반 대중에게도 열리는 것이다. 이것은 부의 재분배를 국가의 강제적 개입이 아니라, 기술을 통한 구조적 변화로 달성하려는 시도다.

장자의 사상 중 가장 역설적이면서도 깊은 통찰을 담고 있는 개념이 '쓸모없음의 쓸모'다. 세상은 유용성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지만, 정작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이 더 오래 생존하고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는 가르침이다. 이는 오늘날 효율성과 생산성에 지배당하는 현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기도 하다. 블록체인과 웹 3.0은 이러한 철학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기존 시스템의 관점에서 보면, 블록체인은 비효율적이다. 같은 데이터를 수천 대의 컴퓨터에 중복 저장하고, 합의 과정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중앙 서버 하나면 해결될 일을 굳이 복잡하게 처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바로 이 '비효율'이 시스템의 핵심 가치다. 중복과 분산이 있기에 검열이 불가능하고, 느린 합의 과정이 있기에 조작이 차단된다. DePIN(탈중앙화 물리적 인프라 네트워크) 같은 개념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존의 통신이나 에너지 인프라는 대규모 자본과 중앙 집중적 관리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형 인프라는 개인들의 작은 기여가 모여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각자의 기여는 미미해 보이지만, 전체로서는 강력하고 복원력 있는 시스템이 된다. 이것이야말로 장자가 말한 '작은 것들의 큰 쓸모'가 아닐까. 메타버스와 가상 공간의 경제 활동도 같은 시각에서 볼 수 있다. 현실 세계의 관점에서 가상 세계의 자산은 '실체 없는 것', 즉 쓸모없어 보인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공간에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실제 삶을 영위하고 있다. 물리적 실체가 없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형의 것들이 더 자유롭게 유통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는 세상인가, 모두가 평등하게 참여하는 세상인가. 외부의 권위에 의존하는 신뢰인가, 시스템 자체에 내장된 신뢰인가. 개인이 플랫폼에 종속되는 구조인가, 개인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구조인가? 장자의 철학이 2천 년의 시간을 넘어 오늘날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그의 사상이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자유를 갈망하고, 평등을 원하며,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기술은 이러한 인간의 근본적 욕구를 실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단, 우리가 올바른 방향을 잃지 않는다면 말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 변화가 진정으로 의미 있는 것이 되려면, 우리 모두가 단순한 소비자나 관망자를 넘어서 능동적인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 자신의 데이터를 지키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새로운 시스템을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로서 말이다. 이것은 기술의 문제이기 이전에, 의식의 문제다. 장자가 꿈꾸었던 소요유의 세계, 아무런 속박 없이 자유롭게 노니는 경지는 어쩌면 디지털 공간에서 먼저 실현될지도 모른다. 물리적 세계의 제약을 넘어서, 국경과 인종과 계급의 벽을 허물고, 순수하게 개인의 가치만으로 평가받는 세상. 그것이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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