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는 이상적인 통치를 '무위지치', 즉 다스리지 않는 다스림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통치자가 자의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백성들이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오늘날의 정치 시스템과는 정반대로 보이지만, 놀랍게도 DAO(탈중앙화 자율 조직)의 작동 방식과 정확히 일치한다. DAO는 중앙의 CEO나 이사회 없이 운영되는 조직이다. 모든 구성원이 토큰을 보유하고, 주요 의사결정은 투표를 통해 이루어진다. 규칙은 스마트 계약으로 코드화되어 있어, 누구도 임의로 바꿀 수 없다. 이것은 권력의 남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동시에, 참여자 모두가 조직의 주인이 되는 구조를 만든다. 장자가 꿈꾸었던 '위계 없는 공동체'가 디지털 공간에서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DAO가 기존 조직보다 더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관료제의 복잡한 절차와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제안이 올라오면 커뮤니티가 투표하고, 통과되면 즉시 실행된다. 이는 마치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 저항 없이 자연스럽게 일이 진행되는 무위의 방식과 닮아 있다. 실물 자산의 토큰화(RWA)는 이러한 가능성을 더욱 확장한다. 부동산이나 미술품 같은 고가의 자산을 여러 명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그 수익을 투명하게 분배받을 수 있다. 소수의 자본가만이 독점하던 투자 기회가 일반 대중에게도 열리는 것이다. 이것은 부의 재분배를 국가의 강제적 개입이 아니라, 기술을 통한 구조적 변화로 달성하려는 시도다.
장자의 사상 중 가장 역설적이면서도 깊은 통찰을 담고 있는 개념이 '쓸모없음의 쓸모'다. 세상은 유용성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지만, 정작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이 더 오래 생존하고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는 가르침이다. 이는 오늘날 효율성과 생산성에 지배당하는 현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기도 하다. 블록체인과 웹 3.0은 이러한 철학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기존 시스템의 관점에서 보면, 블록체인은 비효율적이다. 같은 데이터를 수천 대의 컴퓨터에 중복 저장하고, 합의 과정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중앙 서버 하나면 해결될 일을 굳이 복잡하게 처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바로 이 '비효율'이 시스템의 핵심 가치다. 중복과 분산이 있기에 검열이 불가능하고, 느린 합의 과정이 있기에 조작이 차단된다. DePIN(탈중앙화 물리적 인프라 네트워크) 같은 개념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존의 통신이나 에너지 인프라는 대규모 자본과 중앙 집중적 관리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형 인프라는 개인들의 작은 기여가 모여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각자의 기여는 미미해 보이지만, 전체로서는 강력하고 복원력 있는 시스템이 된다. 이것이야말로 장자가 말한 '작은 것들의 큰 쓸모'가 아닐까. 메타버스와 가상 공간의 경제 활동도 같은 시각에서 볼 수 있다. 현실 세계의 관점에서 가상 세계의 자산은 '실체 없는 것', 즉 쓸모없어 보인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공간에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실제 삶을 영위하고 있다. 물리적 실체가 없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형의 것들이 더 자유롭게 유통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